"버려진 자전거, 가져가고 싶지만"

2006. 9. 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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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자체마다 방치 자전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자전거 주차장이 있지만 몇 달째 꼼짝 않는 자전거들 때문에 무용지물입니다. 이런 방치 자전거들은 도시의 흉물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치 자전거들 중엔 조금만 수리하면 아주 잘 달릴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러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자전거 재활용 사업에 대거 나선 까닭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펼치는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의 일곱째 주에는 자전거 재활용 문제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 중고 자전거 매매 사이트인 '바이크셀'.
ⓒ2006 김대홍

새 물건이 넘치는 요즘, 헌 자전거만 팔고 사는 곳이 있다. 중고 자전거 전문 장터인 바이크셀(www.bikesell.co.kr)이 바로 그 곳. 지난해 초 문을 연 바이크셀에선 지금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중고 자전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루 평균 200여개의 중고 자전거 매물이 올라오는데, 많을 때는 300여개에 이른다. 각 게시물 당 조회수도 높다. 1000~2000회 정도 나오며, 많을 때는 3000회 이상 나온다. 중고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꽤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곳에선 비록 헌 자전거지만 값비싼 자전거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몇차례 업그레이드된 제품들이 많아 어떤 자전거들은 성능 면에서 신차를 능가하기도 한다.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대기업 전산실에 근무했던 차석(32)씨. 2003년 초 산악자전거 종료 중 하나인 '다운 힐(Down Hill) 자전거' 전문 사이트인 'DH바이크'를 만들기도 한 그는 자전거 애호가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자전거만 40여대. 바이크셀을 만든 이유도 자신의 필요 때문이라고.

지난 24일 차석씨를 만나 중고 자전거 거래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MTB 타는 사람들, 업그레이드에 관심 많다"

▲ 바이크셀 운영자 차석씨.
ⓒ2006 김대홍

- 바이크셀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자전거에 관심이 있다. 지금까지 내 손을 거쳐간 자전거만 40여대다. 지금도 생활자전거, 다운 힐, 크로스컨트리 등 세 대를 갖고 있다."

- 참고한 사이트는 없나.

"특별히 참고한 사이트는 없다. 자전거 거래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것 위주로 사이트를 구성했다. 2003년 초에 다운 힐 자전거 전문 사이트인 'DH바이크'를 만들었는데, 그 안에 중고장터가 있었다. 그 때는 장터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고장터만 따로 독립시켜서 바이크셀을 만들었다."

- 바이크셀에 하루 올라오는 물건이 몇 개 정도 되나.

"하루 평균 200건 정도 된다. 많을 때는 하루 300건까지 올라온다. 주말엔 조금 적다. 약 150건 정도."

- 매물로 올라오는 자전거가 대부분 MTB 계열인 것 같다.

"MTB(산악자전거)가 제일 많다. MTB를 타는 사람들은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일반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평생 탄다. 고장나서 버릴 때가 아니면."

▲ 바이크셀에 올라온 중고 자전거 현황. 하루 평균 200여건이 올라온다.
ⓒ2006 김대홍

"도난 자전거 거래 신고했는데, 결국 풀려나더라"

- 중고 자전거가 가격 면에선 장점이 있는데, 혹시 훔친 물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관리하나.

"바이크셀이 인기있는 이유가 그런 '물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웃음). 꽤 꼼꼼하게 아이디(ID) 관리를 한다. 분명히 한 사람인데 여러 개 아이디를 갖고 있으면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또한 도난게시판을 만들어 사람들이 도난 자전거를 올리게 만들었다. 첫 화면에 도난 자전거 포토박스를 만든 것도 도난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 도난 자전거를 거래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나?

"지금까지 삭제한 아이디가 약 50개 정도 된다. 중복 아이디를 사용하고 거래 정보가 의심스러울 경우엔 경고 조치를 한다. 그리고 상태가 심각할 때는 아이디를 삭제한다. 가령 이런 경우다. 분명히 500만원 자전거인데 한 번 탔다고 하면서 200만원에 판다고 올렸다. 이걸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이럴 경우 직접 통화를 한다.

한 번은 한 사람이 아이디 아홉개를 갖고 사기를 친 적이 있다. 피해자도 있었다.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해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접수를 안 받더라. 본인이 아니라면서. 사기당한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그 사람이 결국 경찰에 불려갔지만 훈방조치됐다고 들었다."

"비싼 MTB보다 생활자전거 더 잘 훔쳐"

- 자신도 자전거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나?

"아버지에게 130만원짜리 자전거를 선물한 적이 있다. 아버지께선 매우 즐거워하시며 노인정에 자전거를 타고 놀러가셨다. 인근에 있는 작은 감나무에 묶어놓으셨는데,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도난당했다. 잔 가지가 모두 부러져 있는 것으로 봐서 도둑이 가지 위로 자전거를 올려서 빼내간 모양이더라. 그때 아버지가 아주 속상해 하셨다."

- 도난 자전거는 어떤 종류가 많나.

"생활 자전거가 많다. 가격 부담이 없으니까. 잃어버린 사람도 악착같이 찾지 않고, 훔친 사람도 부담이 적으니까. MTB는 거의 없었다. 워낙 고가라서 훔친 사람들이 부담을 느낀 모양이었다."

- 자전거 도난을 막을 방법이 없나.

"자전거 등록증을 만드는 게 좋다고 본다. 자전거를 사고팔 때 등록증을 넘기는 거다. 일종의 집문서처럼."

- 자전거 고유번호 등록 프로그램을 최근 개발해서 홈페이지에 붙였던데.

"보통 자전거 BB(Bottom Bracket, 크랭크축)셀 밑 부분에 고유번호가 표기돼 있다. 혹시나 모를 분실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22일부터 24일까지 3일동안 약 100명 정도가 등록했다."

"방치 자전거, 경찰동행처리 어때요?"

▲ 다운힐 자전거 마니아인 차석씨의 멋진 비행 장면.
ⓒ2006 김대홍

- 자전거를 사고서는 방치해 놓거나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중고 자전거 거래가 많아지면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버려진 자전거를 많이 본다.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버스 타고 가다 보면 곳곳에 버려진 자전거들이 눈에 띈다."

- 그런 자전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집에 갖고가서 쓰고 싶다. 그런데 대부분 열쇠가 채워져 있어 갖고갈 엄두가 안 난다. 혹시라도 버려진 자전거가 아니면 나는 범법자가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방치 자전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경찰 동행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경찰 입회하에 방치 자전거를 갖고가는 거다. 그러면 방치 자전거도 처리가 될 테고…. 지금은 쓰레기가 된 자전거가 너무 많다."

- 경찰 동행 제도라면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돌 때 함께 따라다니면서 수거한다는 뜻인가?

"필요한 사람들이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하고 싶을 때 경찰에 요청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훔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경찰이 증명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 혹시 중고 자전거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나 애착이 있나.

"자기 자전거면 다 좋지 않나.(웃음)"

- 홈페이지 만들고 관리하는 데 관심이 많았나 보다.

"내가 원래 관련 분야에서 일을 했다. 1998년 '차도리핸드폰 세상'이란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당시 핸드폰 사이트에서 1위였다. 방문자 수나 회원 수 모두에서. 검색사이트였던 '라이코스'와 콘텐츠 제휴도 했다. 2002년말 숍 사이트를 만든 적도 있고…."

- 자전거는 어떻게 타게 됐나

"2001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살이 많이 쪘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주변에 자전거 타시는 분이 있어 자전거 타볼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때 운동 효과를 봤다. 그 뒤 자전거를 분해하고, 조립할 정도로 자전거에 푹 빠졌다."

- 앞으로 계획은.

"DH바이크 안에 DH클럽이 있는데, 그 클럽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익스트림 자전거 사이트를 하나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바이크셀과 관련해선 비밀이다…. 영업비밀이니까(웃음)."

/김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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