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직거래만이 농민의 '희망'

2006. 7. 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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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태용 기자] 오늘(26일) 농부 한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유기농으로 포도를 생산하는 농부입니다. 한 숨을 쉬면서 하는 말이 "직접 유통을 하든지 해야지 너무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농산물도 마진이 많지만 더욱 왜곡 되어 있는 것은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것입니다.

▲ 탐스러운 포도 하지만 슬픔의 포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06 조태용

친환경 농산물 매장에 가보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생산하는 농민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하나로 마트에 가보니 일반 포도 한 상자에 4만원에 팔고 있더군요.

농민들은 과연 얼마에 출하하는 것일까요. 아마 2만 원 이하 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기농 포도도 4kg 한 상자에 2~3만원 사이에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거래로 구매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 매장이나 직거래가 아닌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kg 한 상자를 3만3000원에 판매하더군요. 그 가격이면 50% 이상의 마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농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맛 좋은 농산물 생산하며 뭐하냐'고 이야기 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그렇게 비싸게라도 포도만 잘 팔리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포도가 너무 비싸서 소수의 유기농 선호소비자 외에는 잘 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포도밭에서 일하는 농민
ⓒ2006 조태용

결국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가 부진하고 농민들은 포도를 팔지 못해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매장에선 소수의 사람들만 구매하다보니, 더 높은 마진을 책정하죠. 그야말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비단, 농민들뿐만이 아닙니다. 소비자도 유통업체도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작년 무농약 감자 역시 매장에서는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했지만 농민들은 5천원에도 팔지 못해 힘들어했습니다. 만약 매장에서 처음부터 1만원에 팔았다면 창고에서 썩고 있는 감자를 보며 눈물짓는 농부들이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농촌에 내려와 농민이 직접 판매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직거래 장터도 직접 운영하고, 농민들 홈페이지 만들고, 운영 하는 방법을 컨설팅도 했지만 이것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사람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처럼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 하고, 지역의 학교의 급식과 음식점에서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을 구매해주는 것입니다. 아울러 농민들도 어디다 납품해도 자신 할 수 있는 안전하고 맛좋은 농산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지역의 소매점들도 농민들과 연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규모 대형마트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걸음을 다시 재래시장이나 소매점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농민들과 연대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농산물을 판매해야 합니다. 가까운 구례의 매장에서도 구례 오이를 팔지 않고 다른 지역의 오이를 팔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구례 오이는 서울로 가고 서울에서 다른 오이가 구례에 내려 와서 판매되고 있는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 유통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요?

또 농민들이 직접 여는 농민시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의 경우 파머스 마켓이라고 해서 농민들이 일주일 한 번 직접 들판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를 운영하더군요.

저는 그것이 진정한 직거래 장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미FTA, 농산물 수입개방, 농가부채 문제도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농민과 소비자의 연대도 중요합니다. 점점 줄어드는 농민들 소비자와 연대하지 않으면 누구와 연대해서 농업을 지키겠습니까?

외국의 거대 곡물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해서 저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결코 옳은 생산 방식이 아니듯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낮은 가격에 구입해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농민들은 죽어가는 데 농산물 유통업체는 돈을 버는 일도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모든 업체가 이런 식으로 유통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소비자 역시 높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에 찬성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신발을 사고 옷을 구입 할 때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고 회사가 있는 것처럼 쌀을 구매하고, 포도를 구매하고, 감자를 구매 할 때 좋아하는 농부에게 직접 구매하는 일은 전혀 이상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오늘 통화한 그 농부를 설득해서 포도를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것이라서 얼마나 팔리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잘 팔리면 직거래를 더욱 많이 하게 되겠지요. 직거래 가격은 농민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일반 매장 판매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농산물 유통,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어려운 일이고 천문학적인 비용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작게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비용 없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가능한 문제가 됩니다.

농산물 직거래, 농민에게 희망이 됩니다.

/조태용 기자

덧붙이는 글농산물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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