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수심 달래는 '사랑의 밥차'.. 집사님은 밥짓고 목사님은 배식

2006. 7. 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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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차'가 수해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번 비로 큰 수해를 입은 강원도 인제군 한계2리 마을회관 앞. 집은 물론 가재도구까지 잃은 주민들과 복구에 동참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세끼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조리와 배식은 물론 설거지까지 해내는 이동급식차량 덕분에 하루 200여명이 이곳에서 식사 걱정 없이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

이 급식차량은 경기도 군포의 군포제일교회(권태진 목사)가 집중호우로 인제군에 수많은 수재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7일 새벽 긴급 출동시킨 밥차다. 열흘째 이곳에 머물며 주민들의 '식당'이 되어주고 있다.

권 목사는 17일 새벽 수해 소식을 접하고 교회의 모든 성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강원도 수해 지역으로 밥차가 출동합니다. 자원봉사하실 분은 교회로 와주세요."

강원도 지역의 도로가 끊기고 산사태가 잇따르고 있던 때였다. 위험하다며 말리는 성도도 있었다. 권 목사는 "우리 부모가 그곳에 계신다면,우리 성도가 어려움을 당했다면 가지 않겠느냐"면서 "밥차에 붙어 있는 바퀴의 정신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권 목사와 20여명의 성도를 태운 밥차는 2차로가 무너져 1차로로만 통행되는 길을 따라 인제군청으로 달려갔다. 갑작스런 집중호우 때문에 피해 상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모두 정신 없이 바빴다. 밥차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줄 사람조차 없었다. 다행히 한계리 가아교회(유원목 목사)와 연락이 닿았다.

적십자사가 긴급 구호를 끝내고 철수한 한계2리로 달려간 밥차는 열흘 동안 현장에서 하루 6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세끼 식사 때가 되면 밥차 앞 광장은 이 마을의 잔치마당이 된다.

군포제일교회에선 인근 시장을 뒤지며 쌀과 부식을 사서 매일 승합차에 실어 나른다. 가아교회에 숙소를 마련한 자원봉사자들은 새벽 5시면 일어나 밥 짓고 반찬을 만든다. 틈이 나면 복구 작업까지 거들고 있다. 마을 부녀회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설거지를 맡아주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라면조차 끓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밥차 덕분에 매일 쌀밥을 먹는다"며 "밥차 앞에 모여 함께 밥을 나눠먹으면 수해 복구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밥차는 군포제일교회 부설 사회복지법인 성민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급식 차량으로 포스코가 후원해 마련됐다. 수해 복구를 하는 동안 군포의 어르신들이 기꺼이 양보를 해줬다. 새과천교회(김윤기 목사)를 비롯한 인근 교회와 산본 이마트,아모스 미용재료상에서도 후원해줘 밥뿐만 아니라 샴푸와 비누,속옷까지 나눠줄 수 있었다. 군포제일교회 청소년들도 달려와 진흙으로 막힌 수로를 뚫는 작업에 동참했다.

인제군 사회복지협의회 박유정 회장은 "큰 피해로 모두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밥차가 달려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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