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 건강체조'

홍순도 기자 2006. 7.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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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체조로 더 인기 타이지취안

타이지취안은 무기도 사용한다. 사진은 칼을 쓰는 한 지방의 타이지취안 경연 대회의 모습

중국에는 무술의 종류가 많지 않을 수가 없다. 넓은 국토, 오랜 역사,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하고서도 그렇지 않다면 아마 그것이 더 이상할 터이다. 상대적 소국인 이웃 한국이나 일본, 베트남등에도 내로라하는 고유의 전통 무술인 태권도, 유도, 보비남등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는 더욱 그럴 것 같다.

무술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는 솔직히 중국도 잘 모른다고 하는 편이 옳다. 기를 쓰고 알려고 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없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각 성씨별로 대대로 이어져내려오는 비전(秘傳)의 무술조차 수천여가지에 이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되는지를 굳이 일일이 세어보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55개 소수민족들 역시 각 민족별로 한가지 이상씩의 전통 무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까지 더한다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거의 도로(徒勞)라 해도 좋다.

베이징의 타이지취안 유명 사범들이 참석한 송구영신 행사가 시범과 함께 치러지고 있다. 수련자들을 지도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범들만 베이징에 1만명 이상을 헤아린다

다만 완전히 허구라고 하기 어려운 무협지에 소림(少林), 무당(武當)등의 9대 문파와 각종 무술의 종가가 나오는 데에서 볼때 주요한 것만 최소한 몇백가지는 된다고 생각은 해도 괜찮을 듯 하다. 그러나 이중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중국인들에게 가장 대중화된 것은 타이지취안(太極拳)이 아닐까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더 잘 알려진 우수(武術)나 쿵푸(功夫)라는 것이 있기도 하나 전자는 각종 무예의 통칭, 후자는 수련의 의미가 더 강해 엄밀한 의미에서 분명한 무술의 유파로 보기 어렵다. 굳이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양국에서 각각 국기로 대접받는 태권도 및 가라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보인다.

중국의 국민 무술인 타이지취안은 당 최고의 교육 기관인 중앙당교에까지 진출해 있다. 최근 쑨가 타이지취안의 사범들이 중앙당교를 방문, 지도에 앞서 예의를 차리고 있다

타이지취안의 현재 위상은 수련자만 최소 5000만명 이상에 이른다는 사실에서 가장 분명하게 엿보인다. 태권도의 전 세계 수련자 수와 충분히 비견된다. 세계 최대의 수련자를 가진 무술로 일컬어져도 진짜 과하지 않다. 무술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세계화교협회 왕위(王予)비서장이 "모든 길은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한다. 무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무술이 있으나 근원을 따지면 원류는 대체로 하나라 할 수 있다. 그 정점에 타이지취안이 있다고 본다"고 말하는 것은 따라서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타이지취안 수련생들의 스승 모시기 행사. 타이지취안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이 거의 확실한 우수의 적지 않은 세부 종목의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타이지취안과 유사한 사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개최 확정 이후 타이지취안에 대한 고양 사업을 은연중에 전개하는 데에는 확실히 다 까닭이 있는 듯 하다.

다양한 유파들이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서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른 종류의 무술과는 달리 천(陳), 양(楊), 쑨(孫), 우(吳), 우(武)가등 이른바 타이지취안 5대 가문에서 엄청난 잠재력의 시장을 놓고 사활을 건 보급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중 가장 앞서 가는 가문은 단연 쑨융톈(孫永田)이 3대 장문인으로 있는 쑨가 타이지취안일 것 같다. 무술 보급에도 브랜드 이미지와 경영 기법을 도입, 해외에까지 수련자들을 대대적으로 늘여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당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진출에 성공하는 외에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각지에 지부를 설치하는등의 개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쑨가 타이지취안의 쑨융톈 3대 장문인의 수련 모습. 타이지취안 보급을 위해 가장 노력하는 장문인으로 꼽힌다

타이지취안이 거의 중국의 국민 무술이 된 것은 다른 무술들이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운 위상 탓만은 아니다. 장점이 다른 무술보다 훨씬 많은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타이지취안은 동작이 아주 느려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부담을 가지지 않고 쉽게 따라 배울 수 있다.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어디를 가더라도 거의 매일 아침마다 타이지취안 수련자들을 목도하는게 가능한 것은 이 장점의 영향이 크다.

최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타이지취안 경연 대회. 참가자들의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양생의 효과 역시 타이지취안을 수련할 경우의 장점으로 반드시 거론해야 한다. 베이징(北京)에서 한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타이지취안의 고수 최맹호(崔孟鎬)씨의 말은 과연 그럴까 하는 일부의 의문을 충분히 해소해주지 않을까 보인다. "타이지취안은 처음 볼때는 무술은 커녕 운동이라고 하기에도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계속적인 수련을 통해 묘미를 알게 될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몸의 상태로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음양(陰陽)의 모체인 태극의 심오한 이치를 바탕으로 한 부드러움과 느린 동작이 심신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주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이지취안은 인간의 잃어버린 자연상태를 회복해주는 최고 수준의 양생술"이라는 것이 타이지취안에 관한 그의 예찬에 가까운 설명이다.

타이지취안은 외국에도 널리 보급돼 있다. 프랑스 파리의 한 공원에서 타이지취안을 수련중인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무엇보다 현실을 잘 웅변한다

양생의 효과는 중국 역대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수명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지도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장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본이 80대 이상이고 90대를 넘기는 경우도 아주 흔하다. 각각 94세와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鄧小平), 천윈(陳雲)과 왕전(王震)등이 바로 90대를 가볍게 훌쩍 넘긴 인물에 해당한다. 여기에 98세의 나이로 아직 생존해 있는 보이보(薄一波) 까지 더하면 중국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장수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 된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한가지 특징이 있었다. 기공이나 수영등과 함께 타이지취안을 거의 매일 빠짐 없이 규칙적으로 수련했던 것이다.

80대를 넘긴 노인들까지 타이지취안을 쉽게 배우게 된 데에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56년 공격성 강한 동작을 뺀 나머지 중에서 배우기 쉽고 건강 증진 효과가 큰 이른바 간화(簡化)타이지취안 24식을 개발한후 적극적 보급에 나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타이지취안이 중국을 대표하는 국민 무술임에도 가볍게 즐기는 건강 체조로 많이 인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지취안은 전망이 밝은 산업으로서도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을 비롯한 중국 내외의 입문자들이 매년 500만여명 전후에 이르는 사실에서 유추가 가능할 것 같다. 홀로 서기 수련을 위한 기초 교습비로 1년에 1인당 평균 최소한 3000위안(元.42만원)을 투자한다고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기본적으로 약 150억위안(1조8000억원)대 매출액이 창출되는 시장은 충분히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부대 산업까지 더할 경우 전체 매출액은 200억위안(2조40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 중국이 미래 전략 산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게임 산업의 작년 예상 매출액 60억위안(7200억원)보다도 훨씬 많다. 이로 보면 "중국 대학생들 중에는 타이지취안 고수들이 많다. 단언컨대 이들은 대학 재학동안 학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타이지취안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전국의 각 대학마다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왕이(王毅) 사회과학원 불교연구소 연구원의 말은 과언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타이지취안의 국제화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성 사범을 취재하는 한국의 한 방송사의 취재 모습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타이지취안의 미래가 완전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요즘 들어서는 현대적인 서구화를 맹신하는 젊은이들이 경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수련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얼마 전부터는 중국에도 퍼지기 시작한 몸짱 열풍 탓으로 젊은이들이 헬스와 에어로빅등에 더 몰입하는 경향이 강해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기공이나 서양식 사교 댄스의 유행 역시 위협적인 경쟁 대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대책이 없지는 않다. 최근 중국 체육 당국이 각급 학교에 타이지취안을 보급하는 방침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2008년 올림픽 개막식때 대대적인 시범을 통해 위상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계획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타이지취안 각 문파들이 장학금까지 주면서 우수한 수련자들을 키우는 것이나 스승과 제자의 결의를 맺는 행사등을 통해 타이지취안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일부로부터 외면을 받고는 있다 하더라도 타이지취안이 궁극적으로는 계속 중국의 국민 무술이라는 자리를 지켜갈 것이라는 결론이 아닌가 보인다. 느긋한 성격의 중국인들에게 느림과 조용함의 미학이 특징인 타이지취안만큼 잘 맞는 무술이 없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지 않나 싶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mhhong1@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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