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전거 여행이 행복하다 그랬어!"

2006. 7. 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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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이 기간 중 자전거 일본 종주를 목표로 지난 7월 6일 일본 여행을 시작한 젊은이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박세욱의 좌충우돌 일본 여행기를 통해, 자전거 여행의 희노애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박세욱 기자] 2004년에 자전거로 우리나라 일주를 한 뒤, '달려라! 펑크난 청춘-자전거 전국일주'를 펴낸 박세욱(26·현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재학 중)씨가 이번엔 일본 종주에 나섰다. 전국 일주 당시 좌충우돌 여행을 즐겼던 그가 이번에도 역시 온갖 역경 속에 여행을 시작했다. 무모한 자신감만으로 떠난 그의 일본 종주,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메일을 통해 몇 차례 전달받은 메모를 여기에 정리한다.

첫날 자전거 부서지고, 둘째 날엔 물벼락

▲ 첫 날 일본에 도착해 자전거를 조립하는 모습
ⓒ2006 박세욱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본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7월 6일 점심 무렵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죠. 그런데 일본에 도착한 뒤부터 고행의 연속입니다.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그만 튜브 꼭지 부분을 부러뜨렸습니다. 게다가 자전거 양 바퀴가 심하게 휘어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일단 시내로 나가서 미리 한국에서 빌린 핸드폰 프리메이드 카드와 전화카드를 사는 등 법석을 떨었습니다.

자전거 숍을 찾아갔는데, 이대로 타는 것은 위험하니 여행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고쳐놓고 떠나라고 겁을 주시더군요. 언제까지 고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다음날 오후 3시나 돼야 한다는 대답에 잠시 고심했습니다. 첫날 하루를 그냥 노는 게 싫었지만 앞으로 갈 여정이 멀고 상태가 심각해보여서 그냥 맡겼습니다.

그래서 시내 구경을 다니고 있는데 마침 저의 일본 여행을 환영하기 위함인지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더군요.(--) 그 때문인지 일본 우익단체가 트럭 두 대로 시끄럽게 방송을 하면서 다녔습니다. 고이즈미는 무능하다, 우리도 당장 북한에 미사일을 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일본 도착한 뒤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게다가 천둥 번개까지.
ⓒ2006 박세욱

이거 사진감이다 싶어 촬영을 하니, 트럭에 탄 사람이 갑자기 확성기를 입에 대고 "너 북한 사람이냐?"라고 소리치는 겁니다. 순간 어찌나 황당했는지…. 그런데 순간 저는 오늘 일기 쓸 거리가 생겼다고 아주 좋아하면서 지나갔답니다.

다음날인 7월 7일 3시, 드디어 일본 최남단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에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오후엔 쿠루메로 넘어가서 공원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아 그런데 첫날에 이어서 이날도 고행의 연속입니다. 새벽 2시에 갑자기 천둥번개 소낙비가 쏟아지지 뭡니까. 태풍3호랍니다. 온몸 뿐 아니라 짐까지 다 젖은 상태로 새벽에 길을 떠나 좀더 아래쪽인 쿠마모토로 넘어갔습니다.

태풍 경계선에 걸려 고통의 질주

바다 위를 달리는 환상의 국도 길

▲ 일본의 명물 아소산.
ⓒ2006 박세욱

3일째엔 첫날 망친 기분을 달랠 겸 그곳의 유명한 관광지인 아소산에 올라갔죠. 그 곳엔 친구 자동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반칙했다고 말씀하지 마세요. 1500m가 넘는 높은 산입니다.

너무 멋있더군요. 이 날은 하루 종일 자전거와 이별하고 산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제가 아소산에 가기 전까지 무려 1주일 동안 하루 종일 비만 내렸지만 이날만은 정말 날이 맑더군요.

다음 날 출발할 때는 다시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태풍 경계선에 걸려 나무가 쓰러질 정도의 바람과 맞서며 햇빛 쨍쨍 나는 도로에서 비를 맞으면 달렸습니다.

이후 오이타, 마쓰야마를 거쳐 국도 196번을 탔습니다. 마쓰야마에서 이마바리로 가는 국도 196번은 너무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환상중에 환상이었습니다. 물 속이 훤히 보이는 바다가 바로 옆에 보이는데, 그 위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이마바리-오노미치 구간 섬들도 정말 끝내줬고요.

이마바리-오노미치 구간 한 섬에선 섬 전체에 혼자뿐인 외국인 영어 선생을 만나 같이 저녁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오이타에서 마쓰야마 갈 때. 자전거를 배에 실었다.
ⓒ2006 박세욱

그러나 오노미치에서 타기 시작한 2번 국도는 너무 끔찍하더군요.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었다가 갑자기 길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도중에 자동차 전용도로만 나오다 갑자기 자전거 길이 사라지니 근처 마을을 빙 둘러서 가야 했지요.

한번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실수로 탔다가 도로 공사하던 사람들한테 깃발로 맞을 뻔했습니다. '오마에 빠까쟈 나이까'라고 외치더군요. 우리나라였다면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에 해당되는 말이었죠.

그 이후로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두어 번 탔다가 그만 포기하고 내려왔습니다. 그 전용도로에서 긴 터널 2개를 지날 땐 정말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라 갓길이 없었을 분 아니라 대형트럭이 지배하는 도로였거든요.

인터넷 사용 어려운 일본, 한국이 그리워

▲ 후쿠오카에서 헤맬 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신 아주머니. 불쌍한 내 모습 때문인지 호도과자까지 한 움큼 챙겨주셨다.
ⓒ2006 박세욱

후쿠야마에선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달렸습니다. 그 뒤엔 카사오카, 오카야마(okayama)(7월 13일)를 지났고요.

일본에선 인터넷 사용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PC방을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한 번은 어느 항공사 사무실에 들어가서 영어로 딱 10분만 확인하겠다고 말하고 잠시 이메일 체크한 적은 있습니다.

이날은 오카야마에 있는 한 도서관에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들어갔죠. 아 이런, 그런데 사진을 보낼 수가 없군요.

오카야마에서 오사카까지는 고속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자전거를 싣기 위해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 받은 직원이 잘 모르면서 자전거는 무조건 안 된다고 짜증을 내서 무척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길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와 오카야마 현청의 굉장히 높은 사람을 만나러 갔습니다. 서장 급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아래 직원에게 이 문제를 바로 해결하라고 지시하니, 그 사람이 바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더군요. 그래서 제 이름으로 예약까지 마치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날 그 특이한 아줌마와 같이 일하는 한 고등학생과 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마지막 버스를 포기하고 다음날 오전에 버스를 탔습니다. 이날도 공원에서 자고 싶었으나 아줌마의 설득에 못 이겨 사무실에서 잠을 잤습니다.(지금은 팔려고 내놓은...)

▲ 힘들어도 여행은 계속 된다. 야마가-쿠마모토 자전거도로.
ⓒ2006 박세욱

그런데 모기 때문에 이미 타서 따가운 피부를 2시간 동안 긁다가 완전히 잠을 포기해버렸습니다. 독기어린 눈으로 그 후 약 2시간 동안 모기만 잡았습니다. 10마리 이상 잡고 이젠 없겠지 하고 자려는데 역시 모기가 또 들어와서 아침까지 뜬 눈으로 지새우고 말았습니다.

오카야마 오사카 구간 버스를 탄 이유는 그 구간은 이미 예전에 구경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제일로 치는 히메지 성을 보았고, 고베 오사카도 이미 봤기 때문이죠. 그리고 주말엔 교토에서 하는 유명한 기온 마쯔리가 있었거든요. 8월 8일엔 무조건 아사히카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었고요.

교토에서 1박을 한 뒤, 일본에서 제일 큰 호수인 비와코(비파호)에서 2박을 했습니다. 이 글이 나갈 때쯤(7.19)엔 비와코를 지나 나고야로 가고 있을 겁니다. 그 뒤론 혼슈 중부 지방의 시즈오카 해안선을 타고 후지산까지 갈 계획입니다. 그리곤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 가죠. 종착지는 홋카이도의 아사이카입니다. 비와 천둥이 몰아치는 날씨라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여행 잘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 박세욱의 자전거 일본 종주 코스
ⓒ2006 오마이뉴스 고정미

/박세욱 기자

덧붙이는 글

일본여행 일정

후쿠오카(7.6 점심 도착, 7.7 여행 시작) -> 쿠루메 -> 쿠마모토(7.8) -> 아소산(7.9) -> 오이타 -> 마츠야마(7.10) -> 이마바리 -> 오미시마, 오오시마 등의 섬(7.11) -> 오노미치(히로시마현) -> 후쿠야마(히로시마현 동부) -> 카사오카(7.12) -> 오카야마(7.13) -> 오사카 -> 교토(7.14-15)-> 비파호(7.16-18) -> 나고야(7.19) -> 시즈오카 -> 후지산 -> 도쿄 -> …… 아사히카와(8.8 일본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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