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인지, 한국 월드컵 방송인지.."

2006. 6. 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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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민정 기자]

▲ 문화연대와 다산인권센터 등 7개 단체 회원들은 26일 오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월드컵에 치중한 방송 편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이 '월드컵과 언론의 잘못된 만남'에 대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남소연

"방송3사의 뉴스들이 스포츠 뉴스가 된 지 오래다. 공공성과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능은 잊고, 월드컵 축제를 돈벌이판으로 만들었다."(정희준 문화연대 체육분과위원장)"언론은 국민들이 판단할 것들을 알려주는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월드컵 기간 동안 방송3사는 진흙밭에서 싸우는 개들같이 월드컵 판에서 뒹굴었다."(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방송3사가 독일 월드컵에 맞춰 각종 특별 편성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화연대·다산인권센터·민중언론 참세상 등 7개 시민단체들은 26일 오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월드컵과 언론의 잘못된 만남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3일과 19일 각각 MBC·SBS 방송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한 바 있다.

이들은 "토고전이 있었던 지난 13일 방송3사는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만 절반 이상 편성하는 등 전대 미문의 싹쓸이 편성을 했고,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월드컵 관련 소식만으로 구성됐다"고 비난했다.

이들이 국내 언론을 분석한 결과, 토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SBS가 전체 편성의 87.5%를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가장 높은 편성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MBC가 77%, KBS 1TV가 61.1%, KBS 2TV가 45.8% 순이었다.

프랑스전이 있었던 19일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 중 월드컵 관련 소식은 KBS가 30건 중 14건, MBC가 27건 중 16건, SBS가 21건 중 17건 등이었다.

이들은 "방송은 공공의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공공재이며, 사회적 공기를 만들어가는 공공기관"이라며 "하지만 월드컵으로 인한 막대한 광고 이익에 눈이 멀어 방송이 월드컵만 좇는 일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업화의 극치였다"고 꼬집었다.

"방송사들, 월드컵 특집 방송 여전히 우려 먹어"

▲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 방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MBC, KBS, SBS(왼쪽부터) 건물 앞에서 월드컵 방송의 자제를 요구하며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2006 민주언론시민연합

정희준 위원장은 "방송은 사회적 공기로서 사회의 의제를 선정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방송은 시청률과 광고 이익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6년 한국의 6월은 만만하게 볼 기간이 아니다"라며 "한미FTA 2차 협상이 곧 시작되고, 평택 대추리 주민들은 강제 퇴거 위기에 몰려있는 등 공영방송이 파헤치고 고발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밝혔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한국이 16강에 탈락했는데 오늘 기자회견을 해야할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제 방송을 보고 그런 의문이 없어졌다"면서 "방송사들이 여전히 특집 방송을 통해 월드컵을 오래도 우려 먹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자회견이 KBS 앞에서 열린 만큼 공영방송의 월드컵 '올인' 편성이 집중적으로 비난받았다.

이들이 발표한 각국 공영방송의 편성표에 따르면, 영국 BBC 1TV는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기 생중계를 비롯해 총 5개의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BBC 2TV는 아예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었다. BBC 3TV는 오전 7시와 자정께 'World Cup Outtake'라는 프로그램을 30분씩 내보낸 것이 전부였다.

반면 KBS 1TV의 경우, 같은 시간 동안 2개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한국의 16강 진출을 대비해 <스위스전 녹화중계>, <독일 월드컵 입체분석> 등을 준비했다. KBS 2TV는 오전 6시 40분 <굿모닝 월드컵>을 시작으로 오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경기 생중계까지 총 8개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특히 < VJ 특공대 >, <해피 선데이> 등은 월드컵 특집으로 꾸몄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본은 지상파의 경우 '재팬 콘소시움'을 통해 40개 경기 중계를 합리적으로 조절해 NHK가 24개 경기를 중계하고, 후지TV와 아사히TV 등 5개 민방사들이 3∼4개씩 16게임을 배분해 중계했다"며 국내 방송사들의 ▲중복 중계 ▲특별 편성 등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KBS의 월드컵 관련 편성은 다른 상업 방송사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과잉 편성이었다"며 "KBS 1TV는 '월드컵 프리존'으로 만드는 등 중계권 협상 및 중계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월드컵 관련 소식을 집중 편성한 메인 뉴스를 풍자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뉴스 진행자로 분한 이들은 월드컵 관련 소식이 절반을 넘는 편성을 열거한 뒤 "한국 방송인지, 한국 월드컵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 문화연대와 다산인권센터 등 7개 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월드컵에 치중한 방송 편성에 항의하며 '대안 뉴스'를 생중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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