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나무 천국, 홍릉수목원
[오마이뉴스 박정민 기자]
▲ 홍릉수목원의 통나무집 |
ⓒ2006 박정민 |
우리나라 숲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면 50조원어치라고 한다.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만 한 수치고, 인간들의 척도로만 보았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액수로 쳐도 숲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다. 경제가 최우선이라고들 해서 경제적으로 서두를 떼어보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인 만큼 서울에는 숲이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등산로를 따라 다시 내려올 뿐이다. 오죽하면 산림청이 정상 등반 중심에서 트래킹 중심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심포지엄까지 개최했을까.('자연친화적인 산행문화를 위한 심포지엄', 2005년 10월 27일.)
▲ 때죽나무. 요즘이 한창 꽃이 만발할 무렵이다. 하얀 꽃이 열매마냥 주렁주렁 핀다. |
ⓒ2006 박정민 |
▲ 둥굴레. 끓여먹는 것으로만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태도 꽤 볼 만하다. |
ⓒ2006 박정민 |
정상 등반 중심의 산행으로는 숲을 만끽하기 힘들다. 우선 몸이 힘들고, 목표가 애초에 한 가지로 정해져있어 나머지 모든 것은 거기에 복속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도 '등산로와 그 주변'으로 단순화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많은 나무와 풀과 새와 벌레들의 이름을 몇 가지씩만 알고 가도 숲은 전혀 달리 보이게 된다. 어느 한 곳 빈틈이 없이 오만 가지 생명으로 그득한 곳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도감을 들고 동식물의 이름을 외우는 일이 의미가 있는 이유다.
힘들게 올라가지 않아도 되고 식물들의 명찰도 잘 달려있으며 찾아가기도 쉬운 숲은 서울에 없을까. 몇 곳이 있다. 제법 자리를 잡은 양재동 시민의숲이 있고, 아직 유년기 티를 벗지 못한 뚝섬 서울숲도 떠오른다. 그러나 기자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단연 고려대와 경희대 중간에 위치한 홍릉수목원이다.
▲ 이 새가 바로 꾀꼬리다. 봄부터 가을 사이에 홍릉수목원을 방문하면 그 유명한 꾀꼬리 목청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
ⓒ2006 박정민 |
서울에서 가장 멋진 숲의 하나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기도 한 이곳은 원래 명성황후의 능림이었던 곳이다. 1897년 조성되었다가 1919년 고종의 승하로 능이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되면서 1922년 임업연구원 시험림으로 개장했다. 6.25 때 대부분이 훼손되었으나 60년대 후반부터 재조성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현재는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구 임업연구원) 부속 전문수목원으로 되어있다.
▲ 산림과학관 |
ⓒ2006 박정민 |
▲ 산림과학관 내부. 고급정보로 가득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전시물도 몇 가지 있다. |
ⓒ2006 박정민 |
일요일만 자유방문 가능
수목원의 원래 목적이 학술적인 데 있는 만큼 일요일에만 자유방문이 가능하다는 점만 고려한다면, 이곳보다 나무 공부하고 삼림욕하며 숲을 즐기기에 좋은 곳은 서울 시내에 없는 것 같다.(학술적 목적의 단체관람은 평일에 진행된다.) 명색이 수목원인 만큼 식물상이 매우 다양함은 물론 나무 명찰과 탐방로도 잘 되어있다. 65종에 이르는 산새와 갖가지 곤충도 스쳐지나가기에는 아쉽다.
처음 수목원을 방문한다면 입구에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먼저 산림과학관에서 몇 가지 지식을 쌓은 후 통나무집을 지나 야생화 관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는 그 다음부터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울울창창해지며 반대로 방문객 수는 줄어든다. 이름도 낯선 수많은 나무들의 세례를 받으며 돌아나오는 길에는 온실의 난대식물과 약용식물원의 약초들이 기다리고 있다.
▲ 큰줄흰나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비 종류의 하나다. |
ⓒ2006 박정민 |
이곳에 홍릉이 조성된 것은 원래부터 천장산 일대가 조선 왕조의 능지로 활용되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구 바로 건너편으로 영친왕의 생모 엄비의 묘인 영휘원과 왕세자 진(晋)의 묘 숭인원, 그리고 세종대왕기념관이 잇닿아있어 함께 돌아보기에 좋다. 서울 도심 안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숨통이 트이는 일이다.
▲ 늦은 오후의 숲 풍경 |
ⓒ2006 박정민 |
|
/박정민 기자
덧붙이는 글기자소개 :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태적 마인드가 깨어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환경보전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초까지 2년 가까이 환경단체의 상근자로 있었으며, 그때의 경험을 살려 환경생태와 관련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을 프리랜서로 하고 있습니다.블로그(http://blog.naver.com/pajumi2004)를 통해 생태사진과 관련정보를 나누는 것도 작지 않은 즐거움입니다.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틀막' 카이스트 졸업생 "석유에 관대한 대통령, 과학자에게도..."
- "대통령 개인폰으로 이종섭과 통화... 핵심은 '이것'"
- 밀양의 10년 "송전탑 행정대집행 못 잊어... 많이 늙었어도 계속 싸운다"
- 세계 최강 미국의 오만, 중국의 역전... 우리에게 남은 건 비극
-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 제주 가서 운전 연습? 웃음이 나질 않네요
- "세종보 담수의 결과? 수달, 절반 이상은 사라질 수도..."
- 해병대원 특검 촉구 전북 장외집회 "이번 싸움, 여·야 대결 아냐"
- 기저귀 갈다 눈물 뚝뚝... 엄마가 돼서야 이해한 엄마
- 탈북민 단체 "어젯밤 강화도서 대북 전단 20만장 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