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향이 물컥, 잃어버린 입맛 되찾아

2006. 4. 7. 16: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윤희경 기자] 북한강 상류는 어딜 가나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함께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소가 숨을 쉬는 버섯을 자주 대할 수 있다. 가끔 생활이 건조하고 봄 농사에 지쳐 몸이 나른해 오면, 버섯 장을 찾아 눈 맞춤하며 이야길 나누곤 한다.

ⓒ2006 윤희경

느타리버섯이 자라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비스럽다. 우산 모양의 갓머리, 촉촉한 습기, 매끄러운 몸매, 탄력이 넘치는 살결 등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서늘해 온다. 빛깔 또한 수수해,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푸른가 하면 검고, 점점 연한 잿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성장을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살이 통통 오르고 얼굴엔 보조개가 폭폭 팬다. 가녀린 몸뚱이를 꼼지락거리며 담백한 향내를 뿜어내기라도 하면 띵한 머리가 금세 개운해진다.

ⓒ2006 윤희경

느타리버섯은 배지(종균) 봉지 속에서 일생을 보낸다. 목화 솜을 뺀 부산물에서 뽑아낸 먹이를 피펠렛이라 한다. 펠렛은 동물의 사료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종균 봉지는 느타리의 고향이며 어머니 뱃속인 셈이다. 버섯을 키워낸 뒤 다시 퇴비로 활용하면 자연분해가 되어 완벽한 유기질 거름이 된다. 이 유기질 덩어리를 얻어다 말려 거름도 내고, 생장이 시원치 않아 아직도 봉지에 매달려 있는 버섯들이 자라나면 더없는 웰빙 식품이 된다.

▲ 버섯을 키워낸 유기질 덩어리, 피펠렛
ⓒ2006 윤희경

요즘처럼 봄 입맛을 타는 계절에 느타리버섯을 자주 먹을 수 있어 여간 행복하지 않다. 살짝 데쳐 쌈으로 먹기도 하고 전골을 끓여 입맛을 돋우어낸다. 지금 한창 피어나는 자연산 마늘, 민들레를 뜯어 쌈장을 싸면 밥 한 그릇쯤은 금방 뚝딱이다. 청국장에 느타리와 냉이를 섞어 끓여낸 버섯전골에선 봄 향기 가득 솟아나 코를 킁킁거리게 하고.

▲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내는 느타리, 산마늘, 민들레 입사귀
ⓒ2006 윤희경

느타리버섯은 수분이 90%나 되는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다. 그리고 사람처럼 산소를 마시고 일산화탄소를 뿜어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산소덩어리이다. 항암, 고혈압, 비만치료 등 수십 가지도 넘는 효험이 있다 전해오고 있다. 더구나 골다공증, 치아발육, 수족마비에도 특효가 있다 하니, 요즘 농사철 들어 팔다리가 저리고 허리 통증이 잦은 나 같은 농부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먹을거리가 어디 있을까 싶다.

ⓒ2006 윤희경

산소덩어리 느타리버섯, 씹을수록 쫄깃쫄깃 향긋한 내음이 입속 가득하다. 혀끝을 맴도는 담백함은 산 속에서 만난 옹달샘 맛 그대로다. 참살이가 뭐 별거던가. 이 순간이 바로 참살이구나 생각하니 찌뿌드드한 몸뚱이가 한결 가벼워 온다.

산소 나라에서 날마다 신비로운 꿈을 꾸고 있는 솔바우표 느타리버섯, 오늘도 입맛 잃은 나의 몸속에다 새로운 산소 향을 불어넣어 기를 북돋아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호사스런 맛과 향내를 어디가 맡아볼까.

/윤희경 기자

덧붙이는 글다음카페 '북한강 이야기' 윤희경 수필방에도 함께합니다. 저기 우측상단에 카페 주소를 클릭하면 쪽빛강물이 흐르는 북한강 상류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기자소개 : 윤희경 기자는 북한강 상류에서 솔바우농원을 경영하며 글을 쓰는 농부입니다. 올 4월에 에세이집 '북한강 이야기'를 펴낸 바 있습니다. 카페 주소는 cafe.daum.net/bookhankang입니다.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