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로 난 S자 물길에 노을이 지다

2005. 12. 9. 15: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정수 기자]

▲ S자물길 위로 황금빛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2005 김정수

몇 년 전에 S자 물길 사진을 보고 한국에도 저런 멋진 곳이 있었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곳이 이미 내가 몇 차례 다녀온 순천만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그리고 나도 저 장면을 꼭 담아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2001년 가을 아내와의 연애시절에도 이곳을 찾았다. 그때는 외진 산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갈대밭과 철새 사진을 찍고 돌아섰다. 아내를 영암에 바래다주고 다시 마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다녀오기로 했는데, 안개가 몰려오고 금방 비라도 쏟아질 날씨인지라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작년에도 철새 사진을 찍기 위해 갈대밭이 많이 있는 지역에서 먼저 사진을 찍고 해질녘에 찾으려고 했는데, 사진 찍느라고 시계 한번 안 쳐다보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해지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 S자물길 위로 배가 지나고 있다.
ⓒ2005 김정수

그리고 올해 11월말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순천으로 차를 몰았다. 마산에서 출발할 때 그토록 쾌청하던 날씨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전남지역인 섬진강휴게소 근처에서부터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 확보가 안되었다.

할 수 없이 낙안읍성으로 차를 돌렸다. 영암의 처갓집에서 1박을 하고, 아내와 만났던 첫날 함께 다녔던 영암지역 관광지를 둘러본 후 오후에 다시 순천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하늘이다.

감기 기운 탓에 잠깐 휴게소에서 눈을 붙이다보니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순천만에 닿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길이 끝나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삼각대와 카메라가방을 메고 길을 나섰다.

산길을 20여분 올라서자 발 아래 그토록 찍고 싶었던 S자 물길이 놓여 있다. 드디어 제대로 된 물길을 만났다. 사실 이곳은 아무 때나 찾아오면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장흥 소등섬의 일출은 만조시가 가장 아름답다면, 이곳은 반대로 간조시에 찾아야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S자물길 위로 노을이 지고 있다
ⓒ2005 김정수

어느 정도 물이 빠져야 제대로 된 S자 물길의 멋진 자태와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단, 진도나 여수 사도가 바닷길이 열릴 정도로 물이 많이 빠지는 시간대는 물이 너무 없어서 안 좋을 수도 있다.

12월의 경우 새벽에는 간조시에 수위가 7cm까지 낮아지지만, 오후에는 썰물시에도 47~100cm 내외의 수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노을 촬영에는 별 문제가 없다. 대부분 썰물 때(2시간 이내)가 제일 좋지만, 만조시기와 일몰시간이 3시간 이상 차이가 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조석예보 바로가기(여수 지역 참고)

http://www.nori.go.kr/korea/K040102/k040102_00.asp)

정상 부근에 서자 이미 10여 명의 사람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바닷물이 S자를 그리며 흐른다는 게 참으로 신비롭다. 오리들이 둥둥 떠 다니고, 가끔씩 철새들이 비행을 해댄다.

▲ S자물길 위로 노을이 지고 있다
ⓒ2005 김정수

별랑면쪽은 갈대가 넓게 펼쳐져 있고, 철새들도 많은 데 비해 S자 물길을 볼 수 있는 해룡면 용산 쪽은 갈대도 많지 않고, 철새도래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철새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S자로 길게 늘어선 그 물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 물길 위로 태양이 반사되어 꿈틀대는 모습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려고 몸부림을 하는 듯 기운이 넘친다.

나룻배 한 척이 그 위로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어떤 화가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풍경화로 남는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이 선홍빛으로 물들고, 바다도 그 빛깔을 닮아간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지나가면서 물 위로 선을 그리자 사진작가들도 '와'하고 감탄사를 지른다. 여기저기서 셔터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 순천만 입구의 갈대밭과 전망대
ⓒ2005 김정수

해가 산에 가까워지자 바다며 하늘이 새색시 얼굴마냥 발갛게 달아 오른다. 배들은 바다에 긴 물줄기를 토해내며 나아가고 있어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해는 이내 산 위에 걸리는 듯하더니 그 아름다움에 '꼴깍'하고 침을 삼키는 사이 넘어가고 만다.

"아, 아깝다. 저 녀석 1분만 붙잡고 있었으면 얼매나 조켔노!"

"그래도 30분에 1초라도 붙잡고 있는게 어딘데요."

그렇다. 사진작가는 1분은 아니더라도 다들 30분의 1초 내지, 90분의 1초 내외의 셔터스피드로 촬영을 하고 있으니 잠시나마 해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는 넘어가고 하늘과 바다의 붉은 빛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한다. 삼각대를 접고 카메라 장비들을 가방에 넣은 다음 산을 내려왔다.

▲ 순천만의 갯벌과 갈대밭
ⓒ2005 김정수

순천만은 순천시 도사동과 해룡면, 별량면에 걸쳐 있는데, 39.8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에 둘러싸여 있다. 21.6㎢의 갯벌과 5.4㎢의 갈대밭을 갖추고 있어 철새도래지로 알려져 있으며, 생태학습장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지점으로부터 순천만의 갯벌 앞부분까지 펼쳐지는 갈대군락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천연기념물 제 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약 200여 종의 철새가 서식하고 있어 겨울철에는 철새탐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순천만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려면 별량면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청암대학 사거리에서 순천만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들어선다.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초입에는 전망대가 세워져 있으며, 화장실도 깔끔하게 단장을 했다.

▲ 영화 <너는 내운명>이 촬영된 녹수산장의 가정식정식
ⓒ2005 김정수

전망대에 올라서면 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시원스럽게 펼쳐진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포장도로 옆으로 이어진 제방 위에는 통나무와 대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움막이 세워져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제방 아래쪽으로 나무계단이 연결되어 있어 갈대숲으로 편하게 걸어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연인들은 갈대밭 안으로 들어가 기념사진찍기에 바쁘다. 하늘대는 갈대밭 중간 중간에 나 있는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철새들의 비상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는 제방 위쪽이 제격이다. 삼각대를 세우고 기다리다 보면 뒤쪽의 논에서 순천만의 물 속으로 착륙하는 새들이며, 갈대밭에서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 아젤리아호텔에서 바라본 상사호의 물안개
ⓒ2005 김정수
기타 여행 정보
맛있는 집

호텔아젤리아의 1층에 자리한 아젤리아 레스토랑은 상사호 앞에 자리하고 있어 뛰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양식으로는 아젤리아정식, 한식으로는 표고덮밥과 육계장이 입맛을 돋우기에 좋다.

낙안읍성민속마을 후문 앞에 자리한 녹수산장은 영화 <너는 내운명> 촬영지로 오래 전부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쑥닭과 가정식정식의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식당에는 영화 <너는 내운명> 포스터가 걸려 있으며, 전도연, 황정민을 비롯한 출연진의 사인을 만날 수 있다.

추천 숙소

호텔아젤리아

상사호 상류인 승주읍 유평리에 자리한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호텔이다.

10평, 13평, 15평, 18평의 객실 21실을 갖추고 있어 연인이나 가족 단위 여행객이 묵기에 좋다. 객실내로 공급되는 물은 지하 300m의 암반수로 온천수 못지 않은 수질을 자랑한다.

새벽에는 상사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인해 기분이 상쾌해진다.

레스토랑과 노래방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hotelazalea.co.kr

교통정보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를 빠져나온다. 17번 국도를 타고 벌교방면으로 간다. 청암대 사거리에서 순천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청암대 사거리 바로 앞에서 여수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여수 방면으로 계속 가다가 해룡방면으로 우회전하면 S자 물길을 만날 수 있다.

대중교통

순천역에서 대대동행 시내버스(66,67번)를 이용해 대대에서 내린다.

/김정수 기자

덧붙이는 글12월 여행이벤트 응모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