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나잇>이 편향됐다고요? 소외계층 목소리 담으려했을 뿐"

2005. 11. 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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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 지난 25일 민주언론상 본상을 수상한 KBS 2TV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진행하고 있는 오유경 아나운서를 만났다.
ⓒ2005 오마이뉴스 안홍기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X파일과 삼성공화국' '비정규·해고·이주노동자의 권리보호' '국가보안법과 과거사 진실규명' 등 우리 사회의 핵심 현안과 관심사를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상 심사위원회가 KBS 2TV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제15회 민주언론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이다. 민주언론상은 언론민주화와 언론운동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

지난 2003년 11월 '젊은 감각의 고급 시사정보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심야시간대(밤 12시 15분∼12시 45분) 시청자들을 그날 그날의 시사 아이템 속으로 불러모으고 있는 <시사투나잇>. 프로그램이 선보인지 2년만에 민주언론상 본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5일 시상식이 끝난 뒤 서울 여의도 KBS에서 공동진행자 오유경(36) 아나운서를 만났다. 오 아나운서는 지난 5월부터 9년차 후배 이상호 아나운서와 함께 <시사투나잇>을 맡고 있다.

오 아나운서는 "그분들(소외계층)이 보시기엔 상당히 미흡할 것"이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시사투나잇>이 소외계층 문제를 의제로 세우기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받았다는 것에 힘을 얻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일각의 편향성 시비에 대해서는 "우리 프로그램을 비판하려면 한달 정도 시청해야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뉴스선택 자체에서 그렇게(편향됐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사투나잇>은 지난 5월 진행자를 바꾸면서 남성 진행자와 여성진행자에 대한 기존 방송 관행을 과감하게 깼다. 통상 방송에서는 남성 진행자가 여성 진행자보다 연배가 높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리배치도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으로 고정돼 있다.

그러나 <시사투나잇>은 여자 아나운서 오유경씨를 왼쪽에 앉혔다. 자리만 바꾼 게 아니다. 여성 아나운서를 메인 진행자로 하면서 한참 연배가 낮은 남성 아나운서를 공동진행자로 발탁했다. 오 아나운서는 이같은 시도에 대해 "그런 관행을 깰 때가 됐고 시청자들도 바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94년 KBS에 입사한 오 아나운서는 그동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6시 내고향>등을 거쳐 2002년부터 <생로병사의 비밀>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제32회 한국방송대상 올해 방송인상 아나운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오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

"<시사투나잇>의 중심 축은 국민의 실생활. 기존 뉴스와 다르게 간다"

▲ 오유경 KBS 아나운서
ⓒ2005 오마이뉴스 안홍기

- 민주언론상 본상 받은 것을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언론노조에서) 이번 상을 주면서 소외계층, 비정규직 노조, 농민 등 우리 사회 낮은 목소리를 대변하는 면을 높이 샀다고 했는데, 사실 부끄럽다. 그분들 보시기엔 상당히 미흡할 것이다. 그러나 <시사투나잇>은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분들의 문제를 의제로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면을 평가해줬다는 것에 힘을 얻고 앞으로도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시사투나잇>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은.

"<시사투나잇>을 하면서 늘 고민하게 되는 게 뉴스의 가치다. <시사투나잇>은 기존 뉴스와는 다르게 간다. 뉴스의 중심 축을 국민의 실생활 속으로 가져가고 있고, 그래서 뉴스배열이 달라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소외계층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 일부 국회의원은 <시사투나잇>이라면 카메라를 피하는 일도 있었고, <시사투나잇>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비판을 가끔 듣는다. 어떤 매체는 우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편향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언론이 사회의 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소외계층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뉴스선택 자체에서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나를 보고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뭘 받고 하는 게 아니냐' '여당 측에 너무 서 있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그런 것은 없다. 열린우리당 아이템을 하는 날이면 열린우리당을 비판하고 한나라당 아이템을 하면 한나라당을 비판하게 되는 것인데…. 우리 프로그램을 비판하려면 한달 정도는 시청해야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은 신문이나 인터넷보다 제한적이다. 짧은 시간에 제한된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얘기하다 보면 두번째로 중요한 것을 다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번째를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있을 텐데, 선택적으로 하다 보면 다루지 못하곤 한다. 그런 것 때문에 편향적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성 아나운서가 주요 진행자... "관행 깰 때 됐다"

- <시사투나잇> 진행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다면.

"지난 7월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앞 시위에서 경찰이 진압지휘를 하면서 메가폰을 통해 시위대를 과잉진압하도록 하는 말을 해 문제가 된 일이 있다. 그 보도를 하면서 내가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서 이렇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얘기했고, 이상호 아나운서는 '이 상황에서 과연 어느 나라 경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멘트로 인해 '전경들의 노고를 몰라주고 폭력적인 시위대를 편드는 것이냐'라는 식의 글이 우리 홈페이지가 마비되다시피 올라왔고,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시사투나잇>에 항의전화를 하자'는 유료광고를 신문에 실어 사무실 전화가 불통되는 등 난리가 났다. 나도 인신공격을 많이 당했고, 항의 이메일을 보낸 전경들도 많았다.

방송 전 나도 참 많은 고민을 했고 회의에서도 심도 깊게 논의했다. 그러나 결국 TV의 특성, 제한된 시간으로 한 가지를 택한 게 그것이었다. 폭력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약한 사람을 대변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니 경찰권력이 잘못한 것을 보도하는 게 먼저였다. 전경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 오유경 KBS 아나운서
ⓒ2005 오마이뉴스 안홍기

-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진행자가 여성 진행자보다 연배가 높고 자리도 고정돼 있다. 그러나 <시사투나잇>은 다른데.

"그런 관행을 깰 때가 됐고, 시청자들도 그런 것을 바란다. 방송이 시대흐름에 좀 늦은 면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도 진행하는데, 건강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을 것 같다. 실천에 옮기고 있는가.

"대부분 실천에 옮긴다. 제작진들도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게 이래서 좋구나'고 깨닫는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제공하는 정보가 굉장히 많다. 특히 돈 안들이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제공하는 게 사랑받는 이유인 듯하다. 4년 가까이 시청자들에게 권유한 것을 다 할 수는 없고…. 요즘은 식초와 키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접대부' 발언, 노동기사 쓰면서 여성에 대한 시각은 훈련 안돼"

- 생방송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실수도 있을 텐데.

"크게 사고난 적이 있다. 마지막 아이템 화면테이프가 없어진 것이다. PD가 '시간을 끌라'고 해서 시간을 좀 끌다가 '보시겠습니다'며 넘겼는데 아직 테이프가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귀에 꽂힌 리시버를 통해서는 주조정실 난리상황이 다 들리고, 다시 '시간을 끌라'고 넘어왔다.

일반 교양 프로그램을 할 때는 무슨 얘길 해서라도 5분이고 10분이고 끌겠는데, 뉴스에서 시간을 끌라니 뭘 하겠는가. 뉴스는 시간을 끈다는 게 불가능하고 끌어봤자 1~2분이다. 큐시트(방송진행표)를 보면서 해당 아이템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준비가 된 것 같아 다시 주조정실로 넘겼는데, 테이프에 문제가 있어서 조금 나오다가 또 안 나왔다. 다시 내게 넘어왔고, 결국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끝냈다. 11년 방송생활 하면서 겪은 방송사고 중에 그렇게 눈앞이 암담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 지난해 12월 <조선일보> 기자가 당시 <시사투나잇>을 진행하던 여성 아나운서를 '유흥업소 접대부'에 빗댄 글을 블로그에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왜 그런 일이 생겼다고 보는가.

"하루 아침에 아나운서가 비하 대상이 됐다. 그 분이 <시사투나잇>을 맘에 안 들어했던 것 같고, 여성에 대한 시각이 전근대적이었던 것 같다. 전문직 여성에 대한 교류도 많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 그 분이 노동관계 기사를 쓰는 분인데, 소외계층을 보는 시각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았던 것 같다. 비대위 활동은 개인대응 차원도 있지만 사회인식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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