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끔찍하지만 엄두 안난다구요?] 초보 권혜숙 기자도 담그는 김장

2005. 11.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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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올해는 직접 김장을 담그겠다는 주부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웬만큼 요리에 자신있어 하는 주부들도 겁내는 게 김장. 김치는 요리책 펴놓고 덤비기에는 만만치 않은 음식이다. 첫 김장도전을 앞두고 근심에 빠져있을 주부들을 대신해 김장초보인 기자가 지난 주말,김장체험에 나섰다.

"원래는 새벽장부터 같이 봐야 되는데,아침 10시에 배추를 절일 거니까 그때 와요. 일하기 편한 옷 입고. 참,일당은 없어요."

'군기'께나 잡을 것 같은 카랑카랑한 전화 목소리 앞에 기자는 벌써부터 작아지는 느낌. 기자가 일일교사로 모신 이는 서울 역삼동 한정식집 '봉우리'를 운영하는 이하연(47)씨다. 이씨는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이하연의 봉우리 찬·김치'라는 주문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김치전문가다.

고향이 전북 익산인 이씨에게 배울 이날의 김치는 전라도식 포기김치. 배추의 겉잎을 떼어내고 절반으로 가른 다음 본격적인 배추 절이기에 돌입한다.

"김치는 온도,염도와의 게임이에요. 배추 절이기가 김장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소금물의 소금은 물의 5분의 1 분량으로 염도 20%를 유지할 것. 일단 소금물에 배추를 적셔 속속들이 물이 배도록 잎을 두어번 벌려준 다음 건져 그릇에 담고,잎 사이사이에 소금을 덧뿌린다. 이 상태로 7∼8시간 정도 두면 되는데,4∼5시간 지났을 때 통 아래에 있는 배추가 위로 오도록 뒤집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 절여지면 맑은 물에 잘 흔들어 4번 정도 씻은 후 물이 잘빠지도록 단면이 밑으로 오게 해 채반에 받혀준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동치미에 쓸 고추에 이쑤시개로 구멍을 내라는 작업이 떨어졌다. 양념이 쉽게 배고 고추를 씹었을 때 물이 '찍' 새어나오지 않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다.

오후 4시,드디어 양념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씨가 준비한 양념 재료 중에 콩물과 마른 멸치,멸치생젓 등이 눈에 띈다. 삶은 콩을 갈아 받힌 콩물은 찹쌀풀을 쑬 때 같이 넣고,마른 멸치는 김치에 감칠맛과 영양을 더하기 위한 것이란다. 멸치생젓은 멸치액젓의 건더기를 갈아낸 것. 고춧가루 외에도 마른 고추를 갈아서 쓰는데,시원한 맛을 낼 수 있고 빛깔도 한층 먹음직해 보인다는 이유다.

"김치에는 100% 들어맞는 레시피가 없어요. 집마다 쓰는 소금이 다르고,배추며 무 맛이 다 다르잖아요. 레시피 대로 하지만 중간중간 꼭 맛을 봐야 해요. 싱거우면 소금보다 젓갈을 넣어가며 간을 맞추도록 하세요."

전라도식 포기김치 특징은 갓,쪽파 같은 야채를 넉넉하게 넣는 것. 갓은 김치가 빨리 시어버리는 것을 막아주고,대파를 쓰면 진이 나와 국물이 질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쪽파를 쓰는 편이 낫다고.

양념에 야채를 넣고 고루 버무리고 난 다음은 배추에 소 넣기. 배추 켜켜이 밑동 부분에만 소를 넣으라는데,막상 소의 양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 봐,이것 봐. 이렇게 덕지덕지 바르면 나중에 짜서 못먹어요. 익으면서 국물이 배추 밑까지 내려가니까 배추 밑부분은 파랗게 내버려둬요."

소를 넣은 배추는 밑동 쪽을 한손으로 받쳐들고 끝부분을 접어올린 다음 포장하듯 겉잎으로 감싸서 보관용기에 담으면 된다. 용기에 담을 때는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양념하지 않은 배춧잎을 맨 위에 덮어준다. 탄산음료 김 빠지듯이 김치도 공기에 닿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최대한 밀봉하는 것이 포인트. 오래두고 몇달 뒤에 꺼내먹을 김치는 위에 소금을 흩뿌려주는 것도 잊지 말것. 담근 김치는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하루 정도 바깥에 두어야 한다. 곧장 냉장고에 넣으면 배추의 섬유질이 경직돼 양념이 배지 않기 때문이다.

부실하긴 했어도 일꾼 노릇에 새참이 빠질 수는 없는 법. 막 담근 배추김치를 찢어 양푼에 퍼온 밥을 맨손으로 보쌈처럼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넣어먹는 그 맛이란!

"갓 담근 풋김치는 잣가루와 깨소금,참기름을 넣고 버무려 먹지요. 고소한 맛도 내고 풋냄새도 덜하고,해독작용도 하고."

이날 일과는 돌산갓김치와 '경종배추'라는 토종배추 김치까지 담그고서야 끝났다. 일당 대신 첫 작품인 배추김치를 챙겨가려 했지만 이씨는 굳이 맛있게 숙성시킨 뒤 보내주마 고집했다. 아무래도 이씨가 기자가 넣은 김치 소를 죄다 들어내고 다시 담글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인사하고 문을 나서는데 다리가 후들후들,아무래도 몸살약을 사먹어야 될 듯하다. 1년 농사의 반이라는 김장,역시 쉽지 않았다.

◆전라도 배추김치 맛있게 담그는법 적으세요

◇전라도 배추김치=<재료>배추7통,굵은소금2ℓ,물10ℓ,무1개,갓200g,다진마늘300g,미나리7g,쪽파·말린홍고추100g씩,다진생강10g,마른멸치가루7g,새우젓200g,멸치생젓50g,다시물·멸치액젓400g씩,찹쌀풀400g(콩물40g,물350g,찹쌀가루2큰술),고춧가루300g,검은깨1큰술 <만드는 법>①물에 소금을 풀어 염도 20%의 소금물을 만든다 ②배추를 소금물에 7∼8시간 절였다가 맑은 물에 잘 흔들어 4번 정도 씻은 후 물이 잘빠지도록 채반에 받혀둔다 ③무는 중간 굵기로 채썰고 갓,미나리,쪽파를 다듬어 모두 5㎝ 길이로 썬다 ④찹쌀풀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여 풀을 쑨다 ⑤말린 홍고추를 큼직하게 가위로 잘라 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곱게 간다 ⑥커다란 그릇에 찹쌀풀,다시물,멸치액젓,멸치생젓을 붓는다. 여기에 새우젓,멸치가루,마늘,생강,말린 고추 간 것,고춧가루,검은 깨를 순서대로 넣고 양념을 버무린다 ⑦양념에 ③의 무,갓,미나리,쪽파를 넣고 버무려 소를 만든다 ⑧항아리 뚜껑에 ⑦의 속을 조금 덜고 절인 배추를 하나씩 놓고 잎 사이사이에 속을 골고루 넣는다 ⑨속을 다 넣었으면 배추모양을 매만진 다음 겉잎으로 감싼다.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남은 배춧잎을 모아 위를 덮어 익힌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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