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변영주] 기상청이나 강릉시나..

2005. 10. 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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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도심이 한밤중 기습 폭우로 극심한 물난리 소동을 겪었다.

18일 오후 6시쯤부터 강릉 시내에 퍼붓기 시작한 비가 하수구에서 역류하면서 불과 1시간여 만에 옥천동과 성남동,임당동,교2동 등 도심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저지대쪽부터 물이 시시각각 차오르자 도로변 상가 주민들은 태풍 루사와 매미의 악몽을 떠올리며 모래를 담은 마대자루를 상가 앞에 쌓아놓고 물과 밤샘 사투를 벌였다.

특히 옥천동 일대는 도로 500여m가 어른 정강이까지 물이 차올라 행인들은 바지를 걷고 물속을 걸었다. 비가 조금만 와도 물난리가 나는 건 단골메뉴로 아는 강릉시민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기상청의 늑장 예보에 더 분통을 터뜨렸다.

강릉지역엔 오후 5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도심이 물바다로 변하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6시였다. 하지만 기상청이 호우주의보를 내린 시각은 오후 8시였고,호우경보는 오후 11시50분에 내려졌다. 예보가 아니라,물난리 '현장 중계'도 제때 못한 셈이었다.

기상청은 당초 강릉지역에 10∼4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후 8시10분까지 내린 비만 74㎜였다. 당황한 기상청은 오후 8시에 20∼40㎜의 비가 더 내린다고 수정 예보했다. 그러나 비는 총 134㎜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악지형인 강원도 날씨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가을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릴 줄은 솔직히 몰랐다"며 "시 외곽은 예보한 대로 30㎚밖에 내리지 않아 '소잔등 한쪽엔 해 나고 한쪽엔 비 온다'는 옛말을 실감했다"고 군색한 답변을 했다.

강릉시내가 기습폭우에 취약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하수관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 역류현상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옥천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안모(36)씨는 "동네 주민들과 밤새 잠을 못자고 물과 씨름하다가 시청,동사무소로 몰려갔었다"며 "제발 예산타령 그만하고 당장 하수도 확장공사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강릉시측은 "포남동에 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었지만 하수관거 빗물처리 용량이 너무 작았다"며 "상습침수지역 하수관거 개선사업을 계속한다면 3년 정도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3년동안 이런 생지옥같은 물난리를 더 겪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강릉=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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