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과학의 만남] 생물Ⅱ 교과서의 오류 (2)

2005. 9.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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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인디언 마을 추장이 날씨를 잘 알아맞혔다는 일화가 있다. 여느 때와 같이 겨울이 가까워지자 추장을 따르던 주민들은 그에게 물었다. "올 겨울은 얼마나 춥겠습니까?"

추장은 잠깐 기다리라고 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기상청에 전화로 걸어 "비교적 추운 날씨가 될 것"이란 답을 얻었다. 추장은 밖으로 나와 주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꽤 추울 테니 땔감을 충분히 준비하고 했다. 며칠 후 주민들은 또 추장에게 물었다. 추장은 같은 방법으로 기상청에 문의해서 "상당히 추울 것"이란 답을 받았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땔감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다시 며칠이 지난 후 주민들은 또 물었다. 추장은 기상청으로부터 "이번 겨울은 근래없이 가장 추울 것"이란 예보를 받았다.

궁금해진 추장은 도대체 가장 추울 것이란 근거가 뭣인지를 물었다. 기상청 예보관은 이렇게 말했다."부근 인디언 마을에서 땔감을 엄청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번 겨울이야말로 가장 춥지 않겠습니까?"

인디언 추장은 날씨를 알아맞히기 위해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의존했으나 기상청은 오히려 인디언들의 땔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겨울 날씨를 예보한 것이다. 인디언 추장과 기상청의 예측은 서로의 이야기를 근거로 한 셈이 된다. 이같은 논리적 오류를 '순환 논증'이라고 한다. 이런 웃지 못할 순환 논증이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 고교 생물교과서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상동'을 진화의 증거라고 제시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상동이란 척추동물의 앞다리에서 구조적,혹은 해부학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돌고래의 앞지느러미는 헤엄치기 위해 존재하고 박쥐의 날개는 날기위해 존재하며 고양이의 앞다리는 걷는 데 사용된다. 이처럼 앞지느러미 날개 앞다리 등은 기능적인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골격을 들여다보면 구성과 모양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유사점을 일반적으로 상동이라 정의한다. 반면 구조적인 차이점은 있으나 기능적인 유사성이 있는 것을 상사라 한다. 이를 테면 파리의 날개와 참새의 날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에 대한 구별 방식은 1840년 영국의 해부학자 리처드 오웬(Richard Owen)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 당시에는 생물들을 잘 분류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코자 제시된 개념들이었다. 하지만 1895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되면서 이 개념은 '구조적 유사성'에서 벗어나 공통 조상의 존재로까지 거슬러올라 갔다. 종의 기원에 따르면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이 존재했는데 변이가 생기고 이들 변이가 자연선택되는 과정에서 어떤 동물은 공통 조상의 앞다리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개로,다른 동물은 헤엄치기 위해 지느러미로,또 다른 동물은 걷고 달리기 위해 앞다리로 각각 진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동의 개념은 다윈 이전에는 단순히 구조적 유사성을 의미했지만 다윈 이후에는 발생 기원이 같으면서(공통조상을 의미) 구조적 유사성을 뜻하고 있다. 현재 고교 생물교과서Ⅱ는 "여러 동물들의 상동기관을 비교해보면 공통조상으로부터 분기돼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상동을 진화의 강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4종의 교과서는 다윈 이전의 상동 정의(4종)를,나머지 5종의 교과서는 다윈 이후 상동 정의(5종)를 싣고 있다.

그렇다면 상동과 관련한 생물교과서의 문제는 무엇인가? 먼저 교과서마다 상동의 정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윈 이전의 정의를 사용할 때 문어의 눈과 사람의 눈 구조는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아무도,심지어 진화론자들까지도 문어의 눈과 사람의 눈을 상동이라고 보지 않는다. 교과서의 주장대로라면 이들도 상동이 돼야 하고 따라서 문어와 사람 사이의 공통조상이 존재해야 한다. 무척추동물인 문어와 척추동물인 사람 사이에 어느 누구도 공통조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윈 이후 상동의 정의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 등의 발달로 이미 폐기처분된지 오래다. 호주의 마이클 덴턴(생화학) 박사는 자신의 저서 '위기의 진화론'('진화론과 과학'으로 번역)에서 "상동구조는 상동관계가 없는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 많으며 유전학적 또는 발생학적 측면에서도 상동 현상에 대해 근거가 결여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는 영국의 발생학자이며 대영자연사박물관 관장이었던 드비어(Gavin de Beer) 경에 의해 그 유명한 저서 '상동,미해결의 문제'에서도 논의되고 있다"며 상동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특히 다윈 이후의 정의를 사용할 경우 논증돼야 할 명제(공통조상에서 유래한다:전제)를 논증의 근거(진화됐다:결론)로 삼은 잘못된 논증 즉,순환 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전제와 결론이 순환적으로 서로 논거가 될 때 나타나는 오류를 뜻하는데 이는 수학능력 시험의 언어영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다.

◇도움말 주신 분 △조정일 교수(전남대 생물교육과) △황창일(한국창조과학회 NOAH) 회장

남병곤 기자 namb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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