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대상 수상 오유경 씨 "꽃만같은 女아나? 틀 깨고 싶어요"

2005. 9. 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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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심히 해서 나이가 들수록 인정받게 된다면 여자 아나운서를 꽃으로만 보는 시각이 조금은 더 빨리 바뀌겠죠?"

방송협회로부터 3일 올해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 부문을 수상하는 KBS 아나운서 오유경(35)씨를 만나봤다. 여의도 KBS 로비에서 오씨와 인터뷰를 하는데 남편과 유학을 떠나기 위해 회사를 마지막으로 찾은 후배 아나운서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여자아나운서는 화려하고 빛나 보이지만 사실 나이가 들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대표적인 직업. 그런 가운데 '생로병사의 비밀'을 3년째 단독 진행해 왔고 최근 '시사투나잇' 메인 진행까지 맡은 오유경 아나운서의 행보는 두드러진다.

"입사 초기에는 '대기만성형이다'는 말을 들으면 싫었어요. 입사 11년차가 된 지금에서야 그게 칭찬이었구나 하지요."

오씨는 1994년 입사 후 '아침을 달린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6시 내고향' '국악 한마당' 등 교양프로그램 진행을 주로 해왔다. 입사 초기 오락 프로를 맡은 적도 있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편치 않았다고.

"갈수록 경쟁력이 생기는 전문 진행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오씨는 교양국으로 발령이 나서야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첫번째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출산휴가를 끝내고 돌아왔던 2002년. 선배 아나운서가 휴가간 사이 열흘 남짓 '11시 뉴스라인'을 진행했는데 이를 좋게 본 PD의 제안으로 '생로병사의 비밀'을 맡게 된 것이다. 결혼,출산과 함께 뒤처지곤 하는 아나운서 현실에서는 이례적이었다.

"운이 좋았죠. 그 때만 해도 '생로병사…' 같은 프로를 여자 혼자 진행하는 경우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고두심씨가 역사 프로를 하는 것만 봐도 그간에 인식이 바뀐 것 같아 뿌듯해요."

두번째 전환점은 처음으로 시사 프로인 '시사투나잇'을 진행하게 된 3개월여 전. 특히 오씨는 '남자는 왼쪽,여자는 오른쪽'이라는 방송계의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깨고 왼쪽에 앉아 후배 남자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쉽지만은 않아요. 매일 새벽 3시가 지나서 퇴근하다 보니 3㎏이 넘게 빠졌고 남편과 딸에게도 미안하죠. 예전 프로들과는 달리 제 코멘트 하나하나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도 많고요. 그래도 제가 잘 하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방송 환경이 여러 가지로 변하는 가운데서도 여자 아나운서의 인기는 아직 시들지 않고 있다. 입사 경쟁률이 매년 1000대 1을 쉽게 넘을 정도.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오씨는 "입사가 어렵긴 하지만 아나운서가 되는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목표를 처음부터 가져야 입사 후에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황세원기자,사진=곽경근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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