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때리고 달리고 메치고 질주한다

2005. 8. 26. 15: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위창남 기자] 스포츠 만화라고 하면 일단 박진감을 들 수 있다. 더불어 어떤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고통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했을 때의 통쾌함, 설사 이기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 묻어 있는 감동 등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좋은 요소는 다 들어 있다.

스포츠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은 선수 출신이거나 그 운동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많다. <슬램덩크>로 유명한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농구를 했고, 주로 격투기 만화를 그렸던 국내 작가 유태랑은 유도 선수 출신에다 2003년 종합격투기시합인 스프릿MC(Spirit Martial Challenge)에 출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 편집자들은 스포츠 만화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한 마디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내 만화 중에서 스포츠를 다룬 내용은 별로 없다. "일본 만화는 밥상에서 빠진 반찬이 무엇인지 따지는데, 한국 만화는 잘 나가는 반찬만 계속 내놓는다." 만화가 이희재씨의 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테니스 선수가 그린 테니스 만화

▲ <테니스의 왕자> 겉그림
ⓒ2005 대원씨아이

일본에서 3천만 부 이상 판매됐고 국내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코노미 타케시의 <테니스의 왕자> 28권(대원씨아이, 3500원). 미국의 한 테니스 대회 우승자인 주인공이 일본 고교 테니스계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다는 내용으로 작가인 코노미 타케시는 테니스 선수 활동을 했던 경력이 있다고 한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과 땀방울을 자세하게 묘사한 이 만화는 스포츠 만화지만 남성적이기보다 예쁜 캐릭터로 인해 오히려 여성적으로 보인다(6월 25일 발간).

스포츠 만화에서 나오는 기술들은 실제로는 통용되지도, 사용하기도 힘들다. 예로 <피구왕 통키>에서 불꽃슛이 나오는데 실제 피구공으로 불꽃슛을 날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만화가 너무 사실적이라면 스포츠 만화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는 그만큼 반감된다.

좋아하는 여자를 따라 야구선수가 되다

▲ <미스터 풀스윙> 겉그림
ⓒ2005 대원씨아이

스즈키 신야의 <미스터 풀스윙> 18편(대원씨아이, 3500원).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여자가 야구부 매니저라는 이유만으로 야구를 하게 된 사루노 야마쿠니.

주전 결정을 위한 합숙 훈련을 떠난 주인공은 주전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치고 그 경기에서 역전 홈런을 날려 3루수 자리를 차지한다. 이제 갑자원(甲子園- 고시엔이라고 하고 매년 여름에 열리는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총 20개의 지옥의 연습 시합을 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야구를 시작한다는 설정은 <슬램덩크>와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은 운동 신경이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지만 야구 선수에게 중요한 엄청난 팔 힘과 오기 하나만은 대단하다. 다만 주인공이 홈런 한방으로 승부를 자주 뒤집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야구를 소재로 한 국내 작품으로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제왕> <머나먼 제국> 등이 있다(8월 18일 발간).

육상소년의 사랑

▲ <체리> 겉그림
ⓒ2005 서울문화사

오자와 토시오의 <체리> 2편(서울문화사, 3500원). 애달픈 짝사랑에 망상이 특기인 육상 소년 카츠. 그 카츠의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다(8월 17일 발간).

육상을 다룬 우리 나라 작품으론 박상용의 <점핑>과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가 있다.

<달려라 하니>에서 엄마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던 어린 소녀 하니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순박한 육상 코치 홍두깨, 그리고 하니의 맞수 나애리. 이렇듯 개성이 풍부한 등장 인물이 만화의 재미를 풍족하게 했다. 1988년부터 텔레비전에서 시리즈로 방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데뷔작이 연재작, 그것도 20년 동안

히루타 타츠야의 <공태랑 나가신다> 애장판 4편(학산문화사, 5500원). 공수도를 다룬 <공태랑 나가신다>는 학원물이 합쳐진 격투액션만화로 해적판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는 만화다. 이걸 또 꾸준히 찍어내는 출판사도 대단하다.

▲ <공태랑 나가신다> 겉그림
ⓒ2005 학산문화사

작품을 떠나서 애장판이라고 불리며 나오는 책은 이제 지겹다. 새로운 편집과 제작 방식으로 냈다고는 하나 그래도 몇 번씩 나온 작품인 건 어쩔 수 없다. 만화계가 불황인 탓에 언제까지 애장판이란 이름으로 계속 될는지 안타깝다.

학봉고 공수도부 주장 공태랑. 그는 학교 내 최고의 문제아로 나타나는 곳마다 여자들의 속옷 피해가 잇따른다. 하지만 겉과 달리 누구보다도 진지한 무도인이다. 공태랑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오는 동아리에게 현상금이 붙자 모든 동아리가 그를 잡기 위해 분주해지고, 그와 친한 마유미 역시 머리카락을 노리는데….

작가 히루타 타츠야는 데뷔작이 연재작으로 무려 20년 동안 연재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이 <공태랑 나가신다>로 59권까지 7부를 끝내고 8부에서는 <신공태랑 나가신다>로 지금은 공태랑의 엄마를 등장시킨 <공태랑 나가신다L>을 연재중인데 단행본으로 총 90여권에 이르고 있다(8월 13일 발간).

비슷한 국내 작품으로는 유상모(유태랑으로 개명)가 그린 <막강체고>가 있다.

작은 키를 극복한 소년의 꿈

▲ <질주> 겉그림
ⓒ2005 학산문화사

쿠리타 타쿠야의 <질주> 5권이자 완결편(학산문화사, 3500원). 경마를 다룬 성장만화로 평소 키가 작은 것이 콤플렉스인 료우는 장래를 고민하다 작은 키가 유리한 직업인 기수가 되기로 한다. 친구인 카즈키까지 끌어들였지만 기수양성소인 경마학교의 합격률은 50대 1로 매우 치열하다.

홋카이도 목장에서 수행까지 한 두 사람은 경마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과연 꿈에 그리던 기수가 될 수 있을까? 경마하면 돈을 거는 도박이 떠오르는데 이 만화는 기수를 초점에 둔 만화다(8월 19일 발간).

국내 작품으로는 허영만의 <오늘은 마요일>이 있다. 경마와 드라마를 잘 버무린 작가의 다양한 만화 세계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출판사 세주문화의 폐업으로 아쉽게도 절판된 작품이다.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피구왕 통키> <축구왕 슛돌이> <공포의 외인구단> <달려라 하니> 등 우리를 즐겁게 하고 눈물짓게 했던 스포츠 만화가 많았다는 것을 만화 편집자와 작가들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국내 스포츠 만화들
ⓒ2005 .

/위창남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