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원형·사다리꼴 책상.."학교도 많이 달라졌네″

2005. 8. 9.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키 사회] ○…'교편(敎鞭)을 잡다', '교단(敎壇)에 서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를 상징하던 이같은 은유적 표현을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게 됐다.

'사랑의 매'로 면죄부를 받았던 회초리는 체벌 논란속에 교사들의 손을 떠난지 오래다. 또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교탁과 칠판 사이에 놓여있던 교단도 교실에서 하나 둘씩 치워지기 시작, 이제는 시골학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골동품이 됐다.

1970∼198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를 방문할 때면, 적지 않게 놀란다. 우선 20∼30년전에 비해 학급당 학생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 콩나물 교실이 없어졌다. 책·걸상과 칠판도 예전과는 다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001년부터 대규모 예산을 투입,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학교의 변화는 급물살을 탔다.

학교 교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주 서일초등학교(교장 김동복) 1학년 교실. 20여평의 공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서 사용하는 책상이다.

이 학교의 책상은 직사각형의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라 반원형과 사다리꼴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제작됐다. 책상을 이동시켜 원하는 모양으로 재배치, 효과적인 모둠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상수업에 필요한 컴퓨터와 대형 TV·비디오·실물화상기·스크린 등은 기본이다.

도서관과는 별도로 교실 한켠에 학급문고가 마련돼 아이들이 보다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했고, 학습준비물을 넣어둘 수 있는 자그마한 사물함도 학생수대로 비치됐다.

교단과 교탁은 1999년 개교 당시부터 아예 설치되지 않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이동식 화이트 보드가 전면에 놓여있다.

벽에 부착했던 청색 칠판과 교단·교탁은 첨단 IT기자재가 도입되면서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된 것. 교실 벽면에는 아이들의 미술 작품이 빼곡하게 붙었다.

에어컨이 설치된 곳도 많지만 이 학교는 교실 천장에 선풍기를 달았고 복도에는 히터를 설치했다. 교실과 복도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렸다.

지난 2000년 교육부 열린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개교 당시 교실과 복도 사이에 벽이 없었다. 또 교실과 교실 사이도 콘크리트 벽 대신 칸막이만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심한 소음으로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열린 교실의 문제점이 전국 곳곳에서 부각되면서 이 학교도 3년만에 칸막이를 뜯어내고 일반 학교처럼 교실벽을 설치했다.

수요자 위주의 다양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향하는 열린 교육이 현재의 구조적인 교육과정에서는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킨 셈이다.

이 학교 김동복 교장은 1960∼1970년대와 비교, 학교의 변화로 △교원 학력수준 향상 △학급당 학생수 감소 △예산 증가 △교육제도의 변화 △물리적 환경 개선 등을 꼽았다.

김교장은 "교육여건 개선사업으로 학교 교육환경은 학부모들이 놀랄 정도로 크게 변했다"면서 "이제 학습부진아 비율등 교육의 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난로위 양철도시락이나 장학사 순시에 맞춰 양초 또는 들기름 밴 걸레로 윤기를 내던 나무 복도·상처 투성이의 책상·회초리를 맞던 교단은 이제 40대 학부모들의 기억속에서만 존재하게 됐다. 이제 하드웨어의 엄청난 변화속도를 소프트웨어가 따라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교수·학습 방법을 다양화하고 교원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 '학교교육 혁신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취지에서 이해된다.

학교 도서관도 변신 '책 쌓아둔 창고에서 종합 학습 공간으로'

'자녀와 함께 학교 도서관에 오세요.'

장수초등학교는 올초부터 교내 디지털 도서관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늦춰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까지 개방, 지역사회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은 늦은 저녁시간에도 학교에 나가 과제를 해결하고 책을 꺼내 읽는다. 도서관 관리 및 운영은 교장을 포함한 교사와 봉사활동을 희망한 학부모 도서위원들이 2∼4명씩 순번을 정해 맡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던 도내 각급 학교 도서관들이 속속 첨단 교육·문화공간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도서관이 책을 쌓아둔 창고에서 학생들이 즐겨 찾는 자기주도적 탐구학습 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003년부터 역점 시행한 '학교 도서관 활성화 사업'의 성과다.

오는 2007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은 초·중·고교 도서관을 교수·학습·문화센터로 구축, 교육정보 종합활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전북도교육청도 도서관 미설치교 해소와 시설 리모델링 및 장서확충·디지털화등을 목표로 도서관 활성화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사업 첫해 완주 고산초등학교와 전주 금암초등·군산 지곡초등·전주 남중·전주중·전주 해성중·정읍 배영고·전주 신흥고등 모두 88개학교 도서관을 변신시킨 이후 해마다 대상 학교를 선정,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학교도서관 정보화계획에 의해 디지털도서관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쾌적한 시설과 더불어 도서관 운영에 필수적인 양질의 도서 확보와 전담관리 인력(사서 교사) 확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쿠키뉴스 제휴사/전북일보 김종표기자 kimjp@jeonbukilbo.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