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물과 산이 빚은 천하절경 '중국 푸젠성 우이산'

2005. 7. 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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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철 기자] 7월 23일, 주말을 이용하여 강원도 정선에 있는 백운산에 올랐다. 백운산이라는 이름이 좋아서일까, 백운산은 전국에 무려 20여개나 있다고 한다.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한 백운산만 해도 강원도 정선, 사북, 고한과, 영월의 경계에 있는 해발 1426m의 백운산을 비롯하여 전남 광양의 1218m 백운산, 그리고 경기 포천의 백운산과 경남함양, 충북제천의 백운산도 유명하다.

▲ 백운산에서 내려다본 동강 1 ⓒ2005 이승철 그 중에서 882.5m로 높이는 가장 낮지만 그 아름답기로 소문난 동강을 옆에 끼고 있는 백운산 등산길은 가슴 설레는 산행이었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래프팅 코스로도 유명한 동강은 정선 아우라지에서 흘러내린 강줄기가 정선읍을 거쳐 영월읍으로 이어지는 51km의 강줄기를 일컫는 이름이다.

산행은 그 동강줄기에 있는 점재나루 위쪽의 낮고 작은 다리를 건너 옥수수 밭과 콩밭을 지나 왼편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며 숨이 차오른다. 산이 워낙 가파른데다 날씨마저 너무 무더웠기 때문이다.

▲ 백운산 정상 ⓒ2005 이승철 산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만만한 산이 아니니 자신 없는 사람은 등산을 포기하고 강가에서 물놀이나 하라고 말렸던 산행리더가 다시 한번 당부를 한다. 조금 오르다보면 코가 땅에 닿는 산이니 공연히 무리하지 말고 내려가라는 것이었다. 몇 몇 사람은 첫 번째 봉우리에서 뒤돌아섰다. 그리고 또 몇 사람이 두 번째 봉우리에서 돌아가고 우리 일행 십여 명만 두 그룹으로 나뉘어 정상을 향하였다.

기온이 30도가 훨씬 넘는 무더운 날씨에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보니 너나할 것 없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중간의 두개 봉우리를 넘어 정상이 가까워지는데도 동강의 모습은 우거진 숲 사이로 살짝살짝 조금씩만 보여 감질나게 한다. 시원하고 멋진 풍경과 툭 트인 절벽 길에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였지만 바람 한점 없는 등산길이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 동강 2 ⓒ2005 이승철 등산로도 여느 산길과는 달랐다. 길바닥의 돌들이 뾰족뾰족한 화강암이 대부분이어서 발을 딛기도 편치 않은데다가 동강 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발걸음 한 번만 삐끗하면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길이었다. 모두 조심조심 한참을 더 오르니 정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였다. 멀리 운봉산이며 벽암산, 신병산의 높고 우람한 모습들과 함께 발아래 펼쳐진 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니 밥맛이 꿀맛이다.

▲ 백운산 ⓒ2005 이승철 일행 중의 한 명이 커다란 배와 토마토를 가져와 후식으로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오늘 같이 무더운 날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산으로 코스를 잡은 사람이 누구야?" 한 사람이 땀에 흠뻑 젖은 윗옷을 걷어 올리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맞아, 올라오긴 왔지만 이건 완전히 사람 잡는 산이잖아."또 한 사람이 거들자 총무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사과를 한다.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지난달에 답사를 왔을 때는 이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오늘은 나도 정말 지치고 힘이 듭니다.""그래도 이렇게 올라왔으니 대단들 하십니다.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니 천천히 내려갑시다." ▲ 동강 3 ⓒ2005 이승철 오르기가 너무 힘들어서 잠깐 불평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힘들게 오르는 것이 등산의 묘미 아닌가. 무더위를 이겨내며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과 이제부터는 하산 길이라는 안도감으로 모두들 기분이 좋은 표정들이다.

그런데 하산 길도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내려가는 길은 체력소모는 적지만 오르기보다 더 위험한 길이다. 대개의 등산사고도 하산 길에 많이 발생한다. 거기다가 올라갈 때 체력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려 더욱 위험한 것이다.

정상에서 하산 길에 나섰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였지만 내려오면서 모두들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산 길에도 네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역시 동강을 끼고 이어진 하산 길도 능선을 오르내리는 외길이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동강의 멋진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올라가는 코스와는 달리 하산 코스에는 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 위험한 바위등산로 ⓒ2005 이승철 두 번째 봉우리에서 내려가다가 동강 조망이 좋은 곳에서 우리 일행보다 조금 앞서가던 경북 지방에서 왔다는 40대 중반 쯤의 등산객 다섯 명이 쉬고 있었다. 그들도 몹시 지친 표정이었다.

"아께 저쪽에서 그냥 내려갔어야 되는긴데 말이야….""다리에 쥐도 나고 영 죽겠고마…."한 사람이 푸념을 늘어놓자 다른 사람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봐라, 저 경치 좀… 쥑이는 경치 아이가?""그래 맞다. 경치 하나는 끝내준다 아이가."모두들 동강을 내려다본다. 정말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동강이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그란데 누구 물 좀 다고… 내는 물도 다 떨어졌다 아이가."그러고 보니 나도 물이 조금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직도 두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 하는데 말이다. 물을 조금 입에 물고 목만 축였다. 산행을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동강을 끼고 도는 절벽 위의 능선으로만 이어진 길이어서 산에서는 어디에서도 단 한 모급의 물도 구할 수가 없었다.

▲ 동강 4 ⓒ2005 이승철 "산 정말 쥑이는 산 아이가.저 경치, 다른 곳으로 빠질 수도 없는 이 능선 길. 그리고 물이 귀한 것 까지….""그라믄 쥑이는 것, 세 가지네. 그럼 삼쥑이 산 아이가?""뭐라꼬? 삼쥑이 산이라… 우하하."한 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우리 일행들과 어울려 이 사람 저 사람이 서로 조금씩 여유 있는 물을 나누어 마셨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그래도 힘들게 그곳까지 짊어지고 온 물을 나누어 마시는 것을 보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넉넉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인 것 같다.

▲ 이렇게 생긴 나무 보셨습니까 ⓒ2005 이승철 시간은 어느새 오후 다섯 시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태양은 변함없이 이글거리고 지친 사람들의 발길은 더디기만 하였다. 너무 지친 사람은 조금이라도 판판한 바위가 발견되면 벌렁 드러눕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라고 부축도 하고 서로 격려하며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내려오니 싸리나무와 칡넝쿨이 우거진 숲길 터널이 나타났다. 모처럼 내딛는 발바닥의 감촉이 포근하였다. 강변의 모랫길이었기 때문이다.

강가의 한 음식점 마당에 있는 수돗가는 물을 마시고 씻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물이 부족하여 목이 말랐던 참에 물을 한 바가지 받아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갈증이 가신다. 등산길, 특히 여름철의 물 귀한 등산길에는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산행이었다.

▲ 칠족령에 걸린 산악회 리본들 ⓒ2005 이승철 장제나루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다섯 시간 삼십분이었다. 정선군 신동읍의 백운산 등산길, 쥑이는 동강 경치에, 등산로가 험하고, 식수가 귀하여 "삼쥑이 산"이라는 엉터리 신조어가 실감나는 산행이었지만 오랫동안 기억되는 산이 될 것 같다./이승철 기자<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인이승철 을 검색하시면 홈페이지 "시가있는오두막집"에서 다른 글과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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