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내놓는 부동산 대책은 '백가쟁명'
[정책금융부 3급 정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자가당착이 많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파급 효과나 조세 저항 등 현실적 시행의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히 백가쟁명식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세정 당국의 정책 수립에 대한 입지를 옥 죌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권 인기몰이식・자가 당착 세제 남발=부동산 대책 마련을 위해 2차 당정협의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주택)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종부세 증가율 50%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보유세제 개편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안을 여당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좌절시켰던 것을 원위치시킨 것이거나 오히려 강화시킨 것이다. 당시 종부세 부과 기준으로 정부는 6억원을 제시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9억원으로 올라갔고 상한선을 100%로 두기로 한 정부안도 당이 50%로 관철시켰다.
여당은 또 최근에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누진과세를 들고 나왔다. 지금은 주택수와 상관없이 금액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 누진 과세는 지난해 정부가 시나리오의 하나로 검토했다가 현실적으로 조세 행정의 미흡을 들어 배제한 안이었다.
야당은 한술 더 떠 가구별로 주택과 토지를 합산해 보유세를 매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가구별 보유세 부과 역시 당시 정부가 검토됐으나 금융종합소득의 부부 합산 과세가 위헌 판정을 받은 전례 때문에 뺐던 것이다.
여당은 집값에 이어 땅값 잡기 일환으로 노태우 정권 시절인 89년 도입됐다 좌초된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를 위헌소비가 없는 방향으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개발이익환수법,택지소유상한법등 관련 3법이 제대로 시행을 못해보거나 흐지부지됐다는 점에서 현실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 논리로 추진된 세제는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반면교사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전문가 “세정 당국이 중심이 돼야”= 김현아 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지난해 여당이 국민의 눈치를 보고 반대해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원으로 올린 것 아니냐”며 “특히 여론의 심판을 한번 거쳤던 사안을 이제와서 다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제는 효과가 바로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정부가 집착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거꾸로 세제 강화를 들고 나오는 것도 집값 안정의지 못지 않게 서민층이나 젊은층을 끌어안지 못하면 집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정치 논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이런 이유로 부동산 관련 세제 수립 과정에서 정작 중심이 돼야 할 세정 당국은 비켜 있는채 당과 청와대가 중심이돼 살벌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부동산 가격 안정이 아니라 일순간에 시장이 얼어붙으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 고철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투기억제의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다음 선거 때면 다시 폭등하게 될 것”이라고 장기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의 재산세 증가속도 OECD 최고=한국의 재산 관련 세금의 증가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가장 빠른 편에 속하고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재산 관련 세금 비중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산관련 세금의 비중은 2002년에 평균 1.9%로 12년전인 1990년과 같았다. 17년전인 85년의 1.7%보다는 0.2%포인트가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한국은 2002년에 3.1%로 전년의 2.8%에 비해 0.3%포인트가 올라갔고 1990년의 2.5%보다는 0.6%포인트가 상승했다. 1985년의 1.5%에 비해서는 두배로 뛰었다. 또 전체 세수에서 재산관련 세금의 비중이 12.7%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OECD에서 발표되는 통계는 재산과세 통계로서 부동산관련 세금뿐만 아니라 주식거래시 과세되는 인지세,증권거래세 등이 혼재돼 있어 우리나라 부동산세금 부담을 OECD 재산과세 통계에 기초해 국제적으로 단순 비교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손영옥 김재중 기자 yosohn@kmib.co.kr[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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