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강화책 졸속 우려
[정책금융부 2급 정보] ○…당정청이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각종 강종 세제 강화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 수립 과정이 정교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폐기하기가 쉽지 않은 경직성 때문에 처음부터 실무 부처가 중심이 돼 대책 수립에 나서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이번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는 상식과는 달리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고 실무 행정 부처는 측면에 빠진 모양새인데다,정치권이 경쟁을 벌이 듯 초강수대책을 내놓아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지난 6월 중순 기존 정책을 백지화하고 8월말까지 합대책을 내놓기로 한 이후 3차례 당정협의를 거친 끝에 여러 세제 수단을 검토키로 했다.이에따라 보유세 증가율 상한선 폐지,보유세 인상 시기 앞당기기,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9억원에서 6억원 하향 등 파격적인 대책이 쏟아졌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 수록 청와대가 당이 앞장서고 정작 세정 당국은 뒤따라가거나 강도를 누그러뜨리기에 급급한 양상이다.그 대표적인 예가 당이 불을 지핀 ‘토지 공개념’ 부분 재도입 검토나 분양 원가 공개 추진 등이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집값에 이은 땅값 잡기의 일환으로 과거 노태우 정권 때 도입했다 위헌 시비 등으로 실패한 토지공개념의 부활을 위해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이에대해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토지 공개념이라기 보다는 토지의 공공성 강화하는 조치로 표현하는게 낫다”며 수위 조절에 나서는 한편 방법도 위헌소지가 없는 개발부담금제 등으로 한정하기까지 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 강력한 세제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20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유세를 세대별로 주택과 토지를 전부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합산과세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정치권이 지난해 보유세제 개편 과정에서 재경부가 위헌 시비를 우려해 배제한 정책이나 당시 선거를 의식해 좌절시킨 정부 안을 새롭게 들고 나오는 등 과학적이어야 할 세정이 정치논리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DI 정책대학원 김정호 박사는 “97년 1년 시한으로 만들어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올해말 까지로 12차례나 연장됐다”며 “이처럼 세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이해관계가 얽여 없애기가 좀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세정당국인 재경부가 중심이 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치권이 표 대결 논리로 경쟁적으로 강력 대책을 내놓아 살벌한 느낌이 들 정도”라며 “이런 식의 대책이 그냥 추진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고용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영옥기자 yosohn@kmib.co.kr[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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