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양국 정상,한일 관계 날씨에 빗대며 미묘한 신경전 펼쳐

2005. 6. 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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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1급 정보]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가 20일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 앞 정원에서 만나 날씨와 회담 장소인 상춘재를 소재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회담을 시작했으나 회담장에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20일 정상회담은 일곱번째다. 두 정상간 셔틀외교로는 지난해 7월 제주,12월 가고시마에 이어 세번째다.

회담과 공식만찬 등 모든 일정은 청와대 본관이 아니라 ‘사랑방’격인 상춘재(常春齋)에서 진행됐다. 회담 직후 회담결과 발표도 상춘재 앞 잔디밭인 녹지원에서 가졌다. 상춘재는 외빈접견이나 비공식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기와 목조한옥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오후 3시 상춘재 앞에 도착하자 노 대통령은 “어서오십시오”라고 반갑게 맞았다. 회색 정장에 보라색 계열의 넥타이를 멘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에 덕담을 하느라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청색 정장에 회색 사선무늬 넥타이 차림을 한 노 대통령은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날씨도 좋고,좋은 회담이 될 것 같다”면서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일본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됐으나,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화답하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장 안에 들어선 뒤에도 “상춘재는 한자를 보고 뜻을 알 수 있다”면서 “일본에서도 한자를 쓴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밖의 정원을 보니 지난번 이부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일본의) 많은 것들이 한반도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을 느꼈다”는 말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폭탄주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에서는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좋았다”고 하자,고이즈미 총리는 “그 때는 폭탄주를 안 마시고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만찬이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을 날씨에 빗대 밝히는 등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노 대통령은 “정치라는 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길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서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그런다”고 말했다. 신사참배,교과서 왜곡,독도영유권 주장 등 일본의 잘못을 은근히 꼬집는 말로 들렸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로 한・일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12시30분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후 서울시내 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뒤 21일 오전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박주호기자 jhpark@kmib.co.kr[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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