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적 유연성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위한 것"

2005. 6. 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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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욱식 기자]한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의 외교안보팀은 본격적인 의제 조율에 나서고 있다. 북핵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작전계획 5029,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 등 한미동맹 현안들도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한미 양국에서 "한미동맹 균열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의지"를 검증하는 자리로 정상회담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 역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간의 신뢰를 돈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간, 특히 동맹국간의 신뢰는 중요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신뢰 회복에 집착할 경우 그 "비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동맹관을 문제삼아왔던 부시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달라"며 북한에 대한 공동 압박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합의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문제라는 점에서 쉽게 합의해줄 성질의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노 대통령이 "신뢰의 회복"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까닭이기도 하다.

부시, 전략적 유연성 "조기" 합의 요구우선 관심의 초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도 이미 동의한 것으로 믿고 있었던 부시 행정부는 노 대통령이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 연설에서 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상당히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필자가 5월 초에 만난 펜타곤 관리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충격"이라고 표현하면서, “노 대통령이 한국의 허락 없이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노 대통령의 확약을 받는 자리로 삼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당초 보도와 달리 미국 측에서 먼저 정상회담을 요구했다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해외 주둔 미군을 포함한 미국 군사력의 전략적 유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은 한미동맹을 ‘모범 사례’로 삼고자 가급적 빨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대북 방어에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제적 군사 개입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미군의 역할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사안이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쉽게 합의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 측의 정당하고 타당한 우려를 직접 전달하고 최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부담”을 국민들과 미래의 세대에 넘겨서는 안 된다.

동북아 균형자론, "부메랑" 조심해야치밀한 전략적 고려와 사전 준비 없이 나온 "동북아 균형자론"이 역풍을 맞고 있는 것 역시 한미정상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동북아의 패권 경쟁을 예방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당초의 문제 의식은 위축되고, ""탈미(脫美)・친중(親中)" 전략이 아니냐"는 한미 양국 보수파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으면서 노 정부는 해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북아 균형자론이 부시 행정부에게 "역이용" 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한미 양국 사이의 기류를 보면 그 근거들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노무현 정부는 최근 동북아 균형자론을 해명하면서 "한미동맹" 및 "미국의 균형자 역할"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탈미"(脫美) 혐의를 받아왔던 노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비위 맞추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노 정부의 대미 저자세 외교가 "동맹 재편"을 패권주의 강화의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부시 행정부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노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의지의 시험대로 삼으면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노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탈미" 전략이 아니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의 일환이라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달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동맹 관련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노 정부 역시 "탈미"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와 같은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지난 5월 초에 만난 펜타곤의 한 관리는 한국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천명했을 때, 그러한 정책을 사전에 미국과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특히 그는 이를 두고 노무현 정부가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느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노 정부의 동맹에 대한 의지를 문제삼으면서 한국을 "미국의 범위" 내에 묶어두려고 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어설픈 동북아 균형자론과 뒤이은 대미 저자세 외교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이러다간 "동북아의 균형자"는 고사하고 대미 종속성이 더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동북아 균형자론을 "해명"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균형자라는 표현의 적실성을 떠나, 한국은 동북아의 패권 경쟁을 예방하고 갈등을 조율하지 못하면 한반도가 또 다시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으며, 동북아 균형자 발언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임을 미국에게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정욱식 기자<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이 글은 CNB뉴스(www.cnbnews.com)에도 송고한 것입니다.

기자소개 : 정욱식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통일-평화문제 담당기자이며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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