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서울시 금천구편 "유혹하는 통일신라 유적"

2005. 4. 2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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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장상용 기자 이호형 기자] 금천구가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아시나요? 오히려 시흥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1960년대 구로공단 배후도시로 개발됐다가, 1995년 구로구에서 분리됐습니다. 예산 부족에 자연 환경까지 빈약합니다. 따로 건물을 짓지 못해 구청은 두 개 건물에 세 들어 있습니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요. 하지만 여기까지 랍니다. 앞으로 대반격을 지켜봐 달라고 하네요. 관악산 줄기의 하나인 삼성산과 안양천(상류)이 버티고 있고, 구 전체적으로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뭣 모르고 삼성산 시흥계곡에 들어섰다가 숲에 푹 파묻혀 버렸습니다.

▶호압사 조선 건국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조가 궁궐을 지으려 했으나 자꾸 무너졌다. 한 노인이 홀연 나타나 호랑이 기운이 너무 세서 그러니 호랑이 산의 꼬리 부분에 절을 지으면 모든 일이 순조로우리라는 예시를 주었다. 호랑이 산이란 호암산이고, 꼬리 부분은 지금의 호압사에 해당한다. 무학 대사가 태조의 명을 받들고 호암산 자락에 지은 절이다. 일주문을 지나 약 200m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간다. 호압사의 내력도 재미있지만, 그 마당에서 팔을 벌리고 있는 수령 600년의 느티나무 두 그루는 이 절의 산증인이다.

풍경 소리가 청명하게 울리는 본당에서는 오랫동안 이 절을 지켜온 약사불인 "석약사불좌상"(중생의 질병을 구제하고 법약을 준다는 불상.문화재자료 제8호)을 볼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시흥역 하차, 벽산아파트 방향으로 마을버스 1번을 타고 호압사 입구에서 내린다.

▶감로천 생태공원 버스로 독산동 산기슭 도로를 한참 가로지르다가 문화체육센터에 도달한다. 문화체육센터 뒤 야산을 모두 이 공원에 바쳤다. 나지막하게 오르는 산책길은 연못을 지나가는 나무 데크로부터 시작된다. 연못이나 수초를 봤을 때 생태공원으로서의 기능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공원의 분위기가 대단히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황토길을 천천히 걷다가 나무 계단을 타고 능선으로 오르면 그곳에 금천정이 있다. 위에서 올려볼 때와 내려볼 때의 느낌은 또 다르다. 옆에 붙은 금천 체육공원이 보인다. 산책길은 금천 체육공원으로 연결된다. 4m쯤 되는 대형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 공원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다른 산책로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시흥역 하차, 난곡중학교 방향으로 마을버스 8번을 타고 문화체육센터 앞 정류장에서 내린다.

▶벚꽃십리길 시흥역에서 가리봉역까지 경부선 담벼락을 타고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3.1km의 벚꽃길. 매년 4월이면 이 곳에서 축제가 열릴 정도로 하얀 만개를 자랑한다. 경부선 담벼락 앞 자동자 도로 양쪽으로 벚나무가 줄을 지어 있다. 경부선 쪽도, 공장과 군부대가 들어선 그 반대 쪽도 낡은 회색 시멘트 담벼락이 서 있지만 아름다운 벚꽃길이 들어서 거대한 설치 미술의 장이 된 듯하다. 시흥역 나오자마자 길이 시작된다.

봄비는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빗방울이 머리꼭지를 가볍게 톡 건드렸다. 봄비다. 시흥계곡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살랑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더욱 가벼웠다. 산책길치고는 먼 거리가 예상돼 "빗방울이 굵어지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평평한 대지에 나무숲이 빽빽하다. 시흥5동 은행나무 사거리에서 주택가 사이로 쭉 들어선 후 만난 시흥계곡 입구. 우아한 적송 숲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하자, 샛노란 개나리가 봄꽃은 자신만으로 족하지 않느냐는 듯 정겨운 물소리를 들려주는 계곡 주위에서 시위한다. 각종 참나무류가 어린 잎사귀를 매단 채 그 넓은 대지를 메운다. 눈을 들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기암괴석을 달고 넓게 능선을 펼친 삼성산이 빨리 오라 손짓한다. 아무래도 삼성산이 관악산 줄기다 보니 땅에도 바위들이 뭉텅뭉텅 박혀 있다.

10분쯤 오르다 보니 안양에서 신림동으로 통하는 산복도로가 길을 가로막는다. 왼쪽으론 차량들이 호암 1터널로 쌩쌩 달려 들어간다. 삼복도로를 우회해 능선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목은 총천연색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소나무…. 인간의 언어로 자연의 색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다. 그저 무릉도원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릴 듯 싶다.

봄비가 후둑후둑 떨어지고, 대지는 살금살금 젖어간다. 호암 1약수터를 지나자 또 하나의 약수터가 나타난다. 왼쪽 삼성산 능선에 커다란 바위 군락이 절경을 이룬다. 생김새가 묘한 터라 약수터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이름을 묻는다. "부부 바위예요. 하나는 길쭉하고 옆에 거는 가운데가 움푹한 게…." 아주머니에게 약수터 이름을 다시 물어본다. "여기요? "쫄쫄"이에요." 이 아줌마는 "귀여운 여인"이다.

바람타고 "아리아리랑" 드디어 삼성산 능선에 올라선다. 목적지인 "한우물 1.0km"라는 표말에 힘이 솟구친다. 능선 전체가 비교적 키 작은 소나무 군락으로, 인절미 색깔의 평탄한 바위길로 변한다. 산책이라기보다는 등산에 더 가깝지만 길 떠난 사람에게 거리낄 것이 무엇인가.안양천과 금천구 전체의 조망도 멋있었지만 능선 오른쪽으로 잠시 빠져 나와 마주친 풍경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듯 싶다. 관악산이 맞은편 가까이에 푸른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삼막사 가는 도로가 관악산 허리를 가로지른다. 가장 왼쪽은 연주대와 탑이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명창의 노랫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홀린 듯 길을 되짚어 그 가락의 주인공을 찾아간다. 커다란 주먹바위 아래서 아주머니 셋이 아까 봤던 관악산 풍경을 눈 앞에 두고 흥에 겨워 한가락 뽑은 것이다. "진달래가 너무 예쁘잖아요." 아주머니들의 마음씨가 노래보다 더욱 곱다.

헬기장을 지나 5분 만에 왼쪽으로 신비로운 한우물(국가사적 제343호)이 내려다보인다. 가로 20m, 세로 15m쯤의 직사각형 모양이다. 물은 에메랄드 빛이어서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다. 통일신라시대 때 지어졌다는 이 우물은 돌로 틀을 만들어 단아함을 자랑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이 곳의 물은 절대 마르지 않는다. 50m 떨어진 곳에 신비의 석구상(개 모양의 석상)이 있어 온갖 전설이 떠돈다. 삶의 희망이다.

산책객은 항상 자신의 코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한우물까지 걸어보길 바란다. 여러분에겐 어떤 산책이 될는지.잘못된 이정표, 산책이야 훈련이야 이정표의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이정표 때문에 길 하나 잘못 들면 여행은 엉망이 된다. 시흥계곡도 마찬가지다. 초입에서 "한우물까지 1.1km"라는 이정표를 보고 열심히 올라갔다. 능선에 오르기까지 꽤 걸은 것 같은데 능선 이정표는 "한우물까지 1.0km"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정표대로 얌전하게 왔는데 100m밖에 안 왔다는 것인가. 한우물 근처에서도 표지판이 없어 왔다 갔다 헤맸다. 이정표 정비가 시급할 듯싶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이호형 기자<leemario@ilgan.co.kr>- Copyrights ⓒ 일간스포츠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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