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서울시 동대문구 편 "홍릉 수목원"

2005. 4. 1.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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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장상용 기자 이호형 기자]작지만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산책객을 사로잡는 진관사"다그닥, 다그닥, 히힝."먼 길을 달려 나가는 말이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여기는 은평구. 조선시대 급한 전갈을 지닌 말들이 들고 나가는 파발(서발)의 첫 역참인 구파발이 이 곳에 있습니다.

지금도 서울시, 고양시, 파주시를 연결하는 서북 관문의 교통 요충지이고요. 북한산, 백련산, 앵봉산 등 풍부한 녹지 속에서 오랫동안 주거지역으로 머무르고 있습니다. 현재 면적은 보통, 인구는 많고, 재정은 열악한 편입니다. 그래도 응암동 감자탕과 연신내 맛골목이 있고, 산 주변으로 자연을 벗 삼아 옻닭, 백숙, 오리, 부침개, 동동주를 내놓는 전통 음식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이거 어디 군침 넘어가 산책하겠어요?▲불광천 은평구 구민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산책 공간이다. 중랑천 양재천 안양천 성내천 탄천 등 서울시내 다른 지류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갖지는 못하지만. 체육시설, 오두막, 꽃밭, 자전거길 등을 두루 갖췄고 하천 폭(약 5m)도 제법 되지만 물이 좀 더러운 게 흠이다. 불광천 전체 길이는 6.5km인데 은평구 구간은 응암역에서 수색초등학교까지 2.91km이다. 6호선 새절역과 응암역을 따라 하천이 흐르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새절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하천으로 곧장 내려갈 수 있다.

▲수국사 순도 99.9%의 순금 박지로 법당을 장식한 "한국의 황금절." 청명한 날엔 법당이 동쪽을 보고 있기 때문에 눈이 부시다. 법당의 외면만 금인 줄 알았더니 기둥, 처마, 바닥까지도 모두 금이다. 일본의 금각사를 연상시킨다. 조선시대의 유서 깊은 절이었으나 6.25 당시 불이 나 폐허가 됐고, 약 20년 전부터 절의 재건이 시작됐다. 1992년 법당을 순금으로 둘렀으며 지금도 절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네 가지. 황금 법당, 목탁 속에 사는 새(딱새의 일종), 부처가 재미난 포즈로 다섯 제자에게 설법하는 초전법륜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인을 "V"로 하는 성취여래불 등이다. 초전법륜상과 법당 사이엔 약수터가 있다. 황금 법당 외에 전체적 완성미는 떨어지지만, 다른 절과 달리 곳곳에 재미난 요소가 많이 숨어 있는 산책 코스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하차, 녹번소방서 앞에서 연두색 버스 702번을 타고 갈현동 수국사 앞에서 내린다.

▲불빛공원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6번 출구로 나오면 그 일대가 공원이다. 산책 공간이라기보다는 구민들의 약속 장소나 쉼터로 애용되고 있다. 포석정을 연상시키는 대리석 물수로가 "8"자를 그리고 그 속에서 분수를 뿜는다.이 곳에선 조선시대 변방으로 가는 공문서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설치한 통신수단이던 파발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동네는 동서남북 네 방면으로 구성된 파발 중 서발의 첫 역참이었다. 구파발이란 동네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진관사 가는길" 사장님이 위암에 걸렸다는데요."산책을 나서기 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2~3년 전 히트 상품을 내서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다 최근 어려움을 겪은 한 경영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네요" 소식을 전한 분은 나름대로 발병의 원인을 곁들였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 알아도 그게 어디 마음같이 되던가! 그 이야기를 듣자 산책의 의미가 각별해졌다??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고 걸음을 옮기면 스트레스는 산산이 분해된다. 몸 세포 하나하나마다 자연의 싱싱한 기운을 담아내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고려시대 고찰 진관사를 향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 이미 혈관에는 생명수가 콸콸 흘러 들고 있었다.

모비 딕을 잡기보다는 잡는 과정이 진짜 재미, 즉 본질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엔 진관사 자체가 아니라 "진관사 가는길"을 산책 코스로 잡았다. 로드 무비처럼 길에서 마주치는 우연을 즐기기 위함이다. 길 가다 하품하는 모습까지 묘사하며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대화로 무려 500페이지를 소모하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대로를 달리던 마을버스가 오른쪽으로 꺾으며 "잿말길"이란 푯말이 가리키는 시골길로 접어든다. 과감히 내린다. 아는 것은 한두 가지 정도. 여기서부터 20여 분 걸으면 진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북한산으로 들어가는 길이건만 경사가 완만해 산책에 적격이라는 사실도. 민가와 논밭, 나무가 뒤섞인 시골길을 걷는다. 오른편에 "토담집"이라는 옻닭집 옆으로 홍살문이 보인다. 언뜻 조선시대 어떤 왕족의 무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직감이 꽂힌다. 예상치 못한 발견에 몸이 찌릿거린다.

세종대왕 왕자 중의 한 명인 화의군(1425~1460)의 묘다. 이 분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기가 막힌다. 수양대군의 쿠데타 당시 단종을 옹호하다가 사약을 받고 36세에 세상을 떴다 한다. 자신도 "대권 주자"일 수 있으면서 조카의 왕위를 지키다가 죽다니. 화의군의 신위를 모신 충경사 옆길 저편으로 울창한 적송 숲이 나타난다. 언뜻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적송들이 화의군 묘 주변을 겹겹이 둘러치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소나무로 무덤이 장식된 것을 보니 후대가 그의 정의로움을 기렸음이리라. 살짝 외길로 빠졌다가 돌아오는 일탈의 묘미여?? 시골길은 번잡하지 않아 좋다. 길 양쪽으로 갖가지 나무들과 함께 주말농장, 농원이 들어서 있다. 오른쪽 산등성이에서 적송 숲이 이어진다. 진관사로 다가갈수록 어림잡아 수십 년은 됨직한 적송들이 길가로 우거진다. 북한산국립공원 진관사 매표소(성인 1600원)다. 진관사 매표소 왼쪽은 계곡으로 과거 무허가 영업이 번성하던 곳이다.

전진하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멈춰본다. 물소리에 정신을 빼앗긴다. 무아지경에서 "돌돌돌" 물이 바위에 걸려 쏟아지는 소리가 머리 속의 혼탁함을 걷어간다. 진관사 일주문을 통과하는 데 왼편에서 현란한 몸놀림이 느껴진다. 굴참나무 위에서 청설모 세 마리가 아예서커스를 한다. 스파이더 맨처럼 가지에 거꾸로 매달리기는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다. 로드 무비를 완성해 주는 청설모들. 진관사는 고려 현종이 1010년에 창건했고 6.25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복구된 고찰이다. 밖에서는 절 안이 보이지 않는 특이한 구조다. 잠시 굴로 들어갔다 계단을 오르니 아름다운 마당과 대웅전이 자태를 드러낸다. 안개가 마치 도술을 부리는 것 같다. 뒤쪽의 북한산 봉우리는 보일 듯 말 듯하고, 안개는 대웅전 지붕 위를 살아 있는 듯 떠돈다. 신선에게 도술을 배우러 온 동자가 된 기분이다. 경내는 풀밭이고, 벽돌길과 나무들이 반듯한 구획을 만들어 단정하기가 이를 데 없다. 비구니의 절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이다. 경내는 작지만 절간의 미학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마당 한가운데서 약수가 줄줄 흐른다. 너무나 조용해서 시간이 정지한 듯하다. 표주박에 뜬 약수 한 사발은 정말 불로주에 버금간다. 속세로부터 시작된 진관사 가는 길은 산책객을 신선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도 가끔은, 미치도록 신선이 되고 싶다.

주말 산책길 불법 주차 "짜증"진관사 가는 길은 전체적으로 좁은 편이다. 일반인을 위해 마련된 주차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산 진관사 매표소에 따르면 주말이면 길 여기저기에 차를 대고 절이나 산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법이 간단한 데도 말이다. 특히 자동차 소음은 산책이나 산행의 질을 확 떨어트린다. 자동차 굉음도 그렇거니와, 오랜만에 만난 자연 속에서 자동차를 피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 대중교통 이용합시다!●진관사 가는 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로 나와 진관사를 종점으로 하는 마을버스 7724번으로 갈아탄다.

●주변 음식점 은평구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북한산 주변 전통의 토속음식점들. 옻닭 전문점인 "토담집"(02-357-8449), 백숙과 오리를 맛볼 수 있는 "짱구내식당"(02-359-3578), 부담 없는 한정식집 "새장골"(02-388-8811), 검은콩을 사용하는 전통 두부집인 "흑두부집"(02-355-1618) 등이 산책객을 기다린다.

장상용 기자<enisei@ilgan.co.kr>이호형 기자<leemario@ilgan.co.kr>- Copyrights ⓒ 일간스포츠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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