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이 저보고 딸같대요"..제13회 새내기 사회복지상 최수진씨

2005. 2.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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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봉사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제14회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재희(35・아산시푸드뱅크 팀장) 사회복지사의 생각은 단호하다.

그는 “세상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이를 위해서는 서로 돕고 의지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충남 아산시 배방면 공수리 구세군이 운영하는 아산시푸드뱅크 냉동창고 앞. 조 씨는 기탁된 식품을 분류하느라 손길이 바빴다.

이날은 아산시 온양5동자원봉사단 아주머니들이 바쁜 일손을 거들어 그나마 일이 수월하게 진행됐던 편.서너 시간 동안 무거운 짐을 옮기고 나누는 일에 매달렸던 그는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자 부리나케 한 임대아파트단지로 차를 몰아 700여 가정에 기부된 돈가스와 만두를 전달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그는 온 몸이 땀에 젖었다.

그 일을 끝낸 것이 오후 3시. 한 숨 돌리는가 싶더니 특별히 마련한 도시락을 들고 멀리 떨어진 미선(가명・여・18)이 집으로 향했다.

“미선이는 동생 셋을 데리고 사는 여고생입니다.

날품팔이하는 아버지가 계시지만 생활이 너무 어려워요. 엄마는 없구요. 그렇다고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아니어서 정부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기증품이 생기면 꼭 미선이네도 챙기는데 민감한 청소년기 나이라 주면서도 참 조심스럽죠.”그는 집에서만 지내는 미선이 아버지에게 동사무소에 찾아가 의료급여 혜택을 받도록 권했다.

최근 미선이 막내동생이 버려진 유리에 다쳐 다리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큰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선이네에게 도시락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사로서 케어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신경을 쓴다.

그에겐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

기탁처 확보에서부터 배분,자원봉사자 및 후원자 조직 등의 업무가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지만 하늘이 주신 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탁처 70개를 확보해 전년 대비 100%의 성장을 이뤘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 공무원이었던 그가 2003년 사회복지사가 된 것은 해군 복무시 함상교회를 이끌던 한 장교를 사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 장교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출세의 길을 버리고 서울 한 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헌신하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자신도 그 길을 택했다.

“공무원 월급으로 살림만 하던 아내를 생활 전선에 내밀고 월세방 살게 하는게 너무 미안하죠. 그렇지만 아내나 저나 가진게 참 많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일합니다.

어떻게든 좋은 물품을 기탁하려는 분들을 만나고 또 그 정성스런 물품을 제 손으로 나누어 주는거,저처럼 선택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아산(충남)=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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