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돌아본 경제..한국號는 '덫'에 걸렸다
[경제부 1급 정보] ○…올해 우리 경제가 어려웠던 것 만큼이나 ‘말’도 난무했다. 정부,재계,학계 할 것 없이 경제계에서 이름 석자 내미는 사람들은 온갖 튀는 비유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 자신감의 덫,투명성의 덫,좌파의 덫 등 유난히 한국 경제를 옭아맨 ‘덫’이 많았다. 이들의 어록만 모아도 올 한 해 경제가 어떻게 흘렀는지 알 수 있다. 내년은 말의 경쟁이 아니라 정책의 경쟁으로,진짜 민생을 챙기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게 서민들의 바램이다.
◇“창업형 기업가는 없고 관리형 기업가만 득세한다” (이헌재 부총리,2월 22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골프 회동에서)=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아 정부의 애를 태웠다. 투자를 하지 않으니까 일자리 창출이 안되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는 것. 이 부총리는 취임 직후 전경련 강 회장과 골프장에서 회동을 갖고 답답한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한국 경제,엔진도 정지된 상태…선장(자신을 지칭)에 키 맡길 수 밖에 없을 것”(이 부총리,5월13일 재경부 기자단 오찬에서)=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압승으로 당내 개혁파 입김이 거세지면서 시장경제를 주창해온 이 부총리의 입지가 점점 좁혀졌다. 이 부총리의 정책이 당에서 계속 제동이 걸린 것. 이 때문에 경제 수장의 리더쉽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이 한마디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위기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 5월 15일 대국민담화)=경제가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부질없는 논쟁이 한동안 이어졌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 보수언론이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고,야당과 보수언론은 노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고 공격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위기론이 재벌 개혁 및 부동산 투기 억제 등 개혁정책을 좌초시키려는 음모라는 시각 아래 이처럼 일갈했다.
◇“386 세대가 정치하느라 경제하는 법을 몰라”(이 부총리,7월14일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조찬포럼에서)=급기야는 이 부총리와 여당내 소위 ‘386 세력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당쪽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주식백지신탁 등 자신의 정책방향과 다른 개혁 정책이 쏟아지자 이렇게 불만을 표현. 386 세력들은 당연히 반발했고,부총리가 취임전 받은 국민은행 자문료 문제가 보도되자 진원지를 ‘386세력’으로 본 이 부총리는 사임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은 철들어야”(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0월7일 콜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한은은 지난 8월 콜금리를 3.75%에서 3.50%로 내린뒤 9월에 동결했으나 경기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진데다 정부가 수시로 경기부양의지를 밝히면서 채권값이 폭등하는등 10월들어 콜금리 추가인하 여론이 급격히 높아갔다. 하지만 한은은 자금 해외유출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예상외의 금리 동결조치를 취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콜금리 인하에 올인한 채권시장에 대한 박 총재는 뼈있는 훈계다.
◇“참여정부는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중앙대 안국신 교수,8월12일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두고 좌파 논란이 지리하게 이어졌다. 안 교수 뿐만아니라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도 참여정부가 좌파적이라고 몰아세웠다. 급기야 이헌재 부총리가 “현 정부 들어 좌파정책을 쓴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자나 공무원이 뭘 아냐”(전경련 현명관 회장,10월 25일 기자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출자총액제 유지,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재계는 올 초부터 기나긴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현 부회장은 당시 정부쪽으로 대세가 기울자 “기업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현실을 모른다. 공무원이나 학자는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답답하다”는 말로 재계의 입장을 전했다.
◇“어느 사회든 하수구가 필요하다”(대한상의 박용성 회장,11월4일 서울대 특강에서)=성매매특별법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킨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여성부는 국민의 70% 이상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박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관련 박 회장은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어느 사회든 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하수구가 필요한 데 모두 막고 참으라고만 하니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망하고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됐다”고 비판,논란을 낳았다.
◇“경제선장은 부총리,나(이정우)는 등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17일,언론인 초청 국정 과제 간담회)=‘성장론자’ 이헌재 부총리와 ‘분배론자’ 이정위 위원장 간 갈등의 최고조는 12월을 달궜던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내년 시행 여부. 이 부총리가 11월 중순 11월 중순 오찬에서 “시행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 위원장이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반박하면서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두사람의 갈등설이 계속 언론에 보도되자 이 위원장은 자신들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국민일보 손영옥기자 yosohn@kmib.co.kr[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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