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과메기는 달라요

2004. 12.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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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권선희 기자]읍내 한 복판, 농협과 수협이 있는 중앙통 하늘을 전봇줄은 휘릭휘릭 긋고, 수많은 갈매기는 떼를 지어 난다. 건너 편 둔덕에 버려진 꽁치 내장과 추려진 뼈는 저 갈매기들에게 또 다른 좋은 시절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 2004년 12월 20일 구룡포 입구 과메기 홍보 안내판 ⓒ2004 권선희 이곳에 살러 들어와서야 그 이름도 모양도 독특한 과메기를 알았다. 내륙에서만 살아왔던 나는 익히지 않은 것, 그것도 활어도 선어도 아닌 그저 해풍에 피득피득 마른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것에 대해 처음 상당한 거리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이 좁은 나라에서 이토록 생소한 먹을거리가 있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도대체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증에 서서히 입에 댄 음식이 바로 과메기, 이제는 철을 기다려 만나는 음식이 되었고, 먼 데 있는 동료들까지 덩달아 과메기의 시절을 기다린다.

그 이름이 신기하여 알아보니 먹을거리가 가장 소중했던 시절, 사람이 본능적으로 발휘하는 지혜로움이 자연과 함께 만들어낸 것이 바로 과메기라는 사실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그 꾸득꾸득한 것에 대한 애착이 일어나고 그 후로는 좋은 이웃을 불러 맛도 멋도 즐기며 겨울 내내 함께 하고 있다.

▲ 2004년 12월 20일 통과메기 건조 모습 ⓒ2004 권선희 과메기는 잘 알려졌다시피 뚫을 관(貫), 눈 목(目), 고기 어(魚), 시누대로 눈을 뚫어 말린 고기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달리 저장 방법이 없었던 옛날, 바다를 끼고 사는 백성들은 차디찬 바다에서 푸른 생선 청어를 건져 올려 뒤란에 무성히 자라는 시누대를 베어 눈을 꿰고 부엌 연기가 자욱하게 빠져 나가는 살창에 걸어 놓았다.

한 겨울 바깥의 차가운 바닷바람과 밥을 지을 때 나는 송엽의 훈기에 번갈아 얼고 녹고를 반복하던 청어는 산전수전 다 겪은 후에라야 얻을 수 있는 맛에 이르고 겨울 내내 그것은 고귀한 양식이 되었던 것이다.

현재 과메기는 청어가 아닌 북태평양산 냉동 꽁치로 만든다. 1960년 이후 그 많던 청어의 포획량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꽁치로 대체된 것이다. 세월을 따라 입맛도 자연스레 변하는 법, 청어와는 달리 매끈한 모양새와 함께 육질의 쫀득함이 살아 있는 꽁치는 비린 냄새를 주지 않고 요즘 입맛에 맞다.

근해의 꽁치는 기름기가 적어 건조 때 다소 살이 푸석한 느낌을 주지만 북태평양산 냉동꽁치는 배에서 바로 잡아 급냉동하기 때문에 선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녹고 얼고를 반복할 때마다 육질이 야무져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 2004년 12월 20일 배지기 한 뒤 지하 해수로 씻는 작업 ⓒ2004 권선희 냉동과메기를 가져오면 먼저 자연 상태에서 하루 동안 해동을 시킨다. 통마리의 경우는 짚에 엮어 그냥 걸지만 배지기 과메기의 경우 일일이 내장과 뼈를 추려내는 작업을 사람의 손으로 한다. 그래야만 살결이 그대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하에서 퍼 올린 해수로 깨끗이 씻어낸 다음 손가락 굵기의 곧은 시누대에 걸어 응달에서 말린다.

통마리의 경우 영하 2~영상 5도의 기온에서 약 15일 간 건조하고, 배지기의 경우 영상 5~8도에서 바닷바람에 얼고 녹고를 5일 정도 반복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 2004년 12월 20일 팔순 노인의 손도 귀하다 ⓒ2004 권선희 과메기는 원재료의 맛도 맛이지만 부수적인 재료로 더욱 맛이 살아난다. 근해에서 채취한 생미역과 파래가 많이 섞인 김, 맛이 한껏 오른 쪽파와 미나리, 초겨울 배추의 고소한 맛, 그리고 톡 쏘는 청량고추와 마늘을 얹어 새콤달콤한 초장으로 마무리하여 먹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취향에 따라 묵은 김치를 얹어 먹기도 하는데 예전엔 주로 술안주로 각광을 받았지만 요즘은 밥을 얹어 먹기도 하고 튀김이나 조림, 시래깃국,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여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가족 단위로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과메기는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그 효과를 인정받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재료인 꽁치는 등 푸른 생선의 대표격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 예방에 좋으며, 특히 비타민B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시력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또 비타민A의 경우 쇠고기보다 최고 16배가량 높고 비타민D는 달걀 17개 분량에 해당할 정도로 풍부하다.

또 꽁치에는 아스파라긴산도 함유되어 술꾼들이 안주로 먹을 경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며, 숙성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핵산물질로 인해 노화방지 및 뼈의 성장, 피부노화에도 효과적이라 하니 두 말할 나위 없이 요즘 운운하는 웰빙에 적합한 귀하디귀한 음식인 것이다.

▲ 2004년 12월 20일 해풍에 건조되는 과메기 ⓒ2004 권선희 구룡포는 이러한 최상의 과메기를 만들어내는 데 그 어느 곳보다 적절한 기온과 바람을 자연으로부터 선물 받은 곳이다. 바로 육지의 북서계절풍과 영일만 바닷바람이 교차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만드는 이들의 정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차갑기 그지없는 겨울 바닷바람에 맞서서 꽁꽁 언 꽁치를 녹여 손수 주문한 칼로 일일이 절개하고 깨끗이 씻어 대나무에 거는 일, 종일 허리 펼 새 없이 계속되는 작업에 불평불만이 쌓일 만도 하련만 계절이 주는 감사한 선물이라 팔순 노모의 손도 작업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겨울철 별미가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구룡포가 고향인 출향인들이 모여 "구룡포 사랑 모임(구사모)"을 결성하고 고향 어르신들이 만드는 향토음식을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발로 뛰며 서울의 대형 백화점을 일일이 찾아가 홍보하고 특설매장을 상설, 그 맛을 알리느라 노력한 결과이다. 서서히 방송, 신문 등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성과는 나타났으며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셈이다.

▲ 2004년 12월 20일 과메기 껍질 벗기기 ⓒ2004 권선희 그러나 과메기가 서서히 알려지고 소득이 되려는 지금, 다소 마음 상하는 일도 생겨난다. 그것은 바로 구룡포 과메기를 사칭하는 그야말로 모조품이 생겨나는 것이다. 아니 모조품 정도가 아니라 더욱 거대해진 형상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그로 인해 원주민들이 생산해내는 진짜 구룡포 과메기는 설 곳을 잃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 지역 사람들이 대규모 공장을 설립, 기계로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많은 양을 생산하여 싼값에 제품을 내어 놓는다. 많은 인건비가 들지 않으므로 가격이 낮아지니 도매상인들은 좀더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그것을 구입하게 되고 팔 때는 구룡포산이라는 타이틀을 내 거는 것이다.

▲ 2004년 12월 20일 각종 야채와 곁들여 먹는 과메기 ⓒ2004 권선희 구룡포읍 삼정리 과메기 덕장에서 만난 김진희(36세)씨는 "기계작업으로 만든 과메기의 경우 그 크기도 차이가 나고 다른 지역은 바람이 달라 그 빛깔도 맛도 다릅니다. 물론 먹어 본 사람들은 그 맛을 한 눈에 구별하지만 외지에서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저 모두가 구룡포 과메기라 여기고 사는 것이지요. 이제는 부를 쌓기 위함이 아니라 손해만은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정한 가격이 마구 몰려드는 공장 제품들에게 밀리고 어쩔 수 없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내어 놓아야 하는 아득한 현실에 구룡포 사람들은 난감할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과메기의 맛을 위해서는 손작업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사람 손처럼 귀한 도구는 없다고, 언젠가는 최고의 맛이라고 모두가 칭송할 때가 올 거라고, 그을려서 더욱 고운 얼굴로 웃는다.

▲ 2004년 12월 20일 서울 구룡포과메기 직매장 ⓒ2004 권선희 이런 고향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구룡포 사랑 모임"은 고향 사람들의 현실을 인식, 뜻을 모으고 자비를 털어 서울에 조그마한 직판장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백화점 홍보나 일간지 광고를 통해 구룡포 과메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시내 전역에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를 개시 하였다고 한다.

각자 직업이 있어 시간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향사람들이 생산하는 과메기를 알리느라 누구보다도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없는 출향인들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마음이 있어도 살기에 바빠 뜻을 모으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 2004년 12월 20일 구룡포읍 삼정리 앞바다 관풍대 ⓒ2004 권선희 관풍대가 보이는 삼정 앞바다에서 바람이 분다. 휴일 나들이 차량들이 좁은 해안도로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지만 덕장의 손길들은 바쁘기만 하다. 하루해는 짧고, 널어놓은 과메기들 말라가는 소리가 파도소리에 묻어 바다로 간다.

천 리나 떨어져 일 년에 한 번 명절 나들이도 어려운 구룡포와 서울, 그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가며 사는 사람들. 서울 한복판에서 구룡포 앞바다의 냄새를 전하는 사람들과 해풍에 젖고 마르면서 과메기 작업을 하는 구룡포 사람들 사이에 부는 훈훈한 바람이 더욱 구룡포 과메기만의 맛을 더해 가는 것은 아닐까. 구룡포 과메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인터뷰] "구룡포 사랑 모임" 조이태 총무 - 구사모 회원들이 자비를 털어 서울에 직매장을 개설했다는데."날로 판을 치는 가짜 구룡포 과메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향 생산업체에 도움을 주고, 구룡포 과메기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여 우수한 구룡포 과메기를 서울 고객들에게 맛보게 하기 위해 이러한 것을 기획하였습니다.

제대로 된 구룡포 과메기의 맛을 널리 알려야만 고향에서 묵묵히 겨울 내내 언 손으로 작업하시는 어른들께 조금이라도 자식들 노릇을 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원들이 없는 형편에 조금씩 자비를 털어 고향 과메기의 명성을 찾고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울 직매장을 개설하였습니다."- 이러한 일을 추진하면서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하였다고 하는데."포항 죽도시장의 대부분이 근처 타 지역의 대규모 "공장"(저는 그렇게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기계로 꽁치를 자동 배지기하여 우리 구룡포에서 언 손으로 직접 하는 배지기와는 육질도 다르고 크기도 훨씬 적은 것을 생산하므로)에서 생산하는 과메기를 납품받고 시장 상인들은 그것을 대부분 "구룡포 과메기"라고 현수막을 걸어놓고 판매하니 정작 구룡포가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 과메기가 구룡포 과메기로 둔갑을 하는 것이지요.당연히 소비자가 "구룡포 과메기 맞지요?"하면 그렇다고 하는 거구요. 소비자는 구룡포 과메기를 원하는데 상인은 둔갑한 구룡포 과메기를 파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의 중부시장도 마찬가지고 전국 곳곳의 상황도 다를 바 없습니다. 문제는 생산비를 못 건지는 구룡포 과메기 생산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입니다. 구룡포에서는 비싼 꽁치를 매입하여 맑은 물에 씻어내고 일일이 손으로 배지기하고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시간과 공을 들입니다.

고생한 일꾼들 일당주고 나면 도매가격이 한 두름에 적어도 8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포항 죽도시장에 납품하면 상인들이 무조건 8000원 이하로 가격을 잡습니다. 대규모 공장에서 기계로 과메기를 만드는 타지방에서 7000원에 납품을 한다고 하니 적자보고 납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되돌려 가져 올 수도 없는 일,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하루빨리 우리 고향 구룡포 과메기를 차별화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룡포 사랑모임이 서울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생산자들에게는 사실 도움이 크게 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시작을 했으니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가는 맛으로 승부하는 구룡포 과메기만의 명성을 찾게 될 것이고, 그것이 머나먼 곳에 고향을 두고 사는 저희들이 해야 할 당연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뛸 것입니다."- 직매장 위치와 구입에 관한 말씀을 해주시지요."직매장은 서울 문래역 7번 출구 70M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구룡포에서 직송한 과메기는 꽁치를 통째로 말린 "통마리" 과메기와 살만 발라낸 "배지기"가 있는데,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이라면 "배지기"를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20마리 기준으로 통마리 9000원, 배지기 1만1000원, 진공포장 과메기는 15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먹기 쉽게 껍질을 벗기고 자체에서 준비한 부수재료(각종 야채, 초장, 김치 등)를 곁들여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세트메뉴는 2만원에 선보입니다. (매장 방문 시 15000원). 3세트를 주문하시면 서울시 전지역에 2시간 이내 배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과메기 철이 끝나면 대게를 비롯한 구룡포 제철 수산물을 취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용해 주셔서 아름다운 구룡포의 맛과 멋을 느끼고 고향 분들에게도 일할 맛나고 살맛나는 날들을 선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문의:02-2633-9904(직매장), 011-741-3929(구사모 총무) / 권선희 기자 /권선희 기자<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호미곶 해맞이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아름다운 구룡포에서는 12월 30일부터 3일 간 구룡포 항만 부두에서 "제7회 구룡포 특산물 축제 및 문화 행사"를 연다. 축제 기간에는 구룡포에서 나는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맛볼 수 있으며, 과메기 빨리 벗기기, 빨리 엮기 등 과메기 관련 부대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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