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성현장(14)] 터키 빌라델비아 교회..신앙의 지조지킨 '칭찬받은 교회'

2004. 12. 17.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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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후 1054년 기독교가 동・서로 결정적으로 나누어지기까지 초대교회 이후 예수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교회는 하나였다.

동・서교회 분립으로 그리스는 동방교회의 중심 국가가 됐다.

그리스의 특이한 지역인 메테오라에 수도원들이 세워진 것은 14세기께였으나 초대교회 이후 성도들은 일찌감치 이 지역의 기암절벽을 ‘하늘의 기도처’로 삼아 신앙의 순수성을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땅 독일과 18세기 영적 각성의 땅 영국을 거쳐 필자는 이슬람의 땅 터키를 거의 횡단하다시피 강행군을 한 끝에 터키 서단 항구도시 쿠사다시에 도착했다.

에게해를 한 걸음에 건너뛰면 닿을 것만 같은 그리스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스 아테네(성경의 아덴・행 17:15)와 바울의 선교 루트인 마케도니아의 데살로니키(성경의 데살로니가・행 27:2) 코린토스(성경의 고린도?행 18:1)를 답사한 이야기와 필자의 문학세계에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 크레타(성경의 그레데・딛 1:5,10)를 찾았던 이야기는 부득불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리스의 초현실적인 땅 메테오라에서 느낀 영성을 끝으로 세계 영성의 현장 소개를 일단 마치려고 한다.

쿠사다시에서 한나절을 기다려 사모스(성경의 사모・행 20:15) 섬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다시 에게해를 건너 8시간 거리의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에 닿았다.

지도상으로는 단숨에 건너갈 것만 같았던 에게해는 짓궂게도 비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심한 배멀미를 선사했다.

청동을 녹일 듯한 더위와 보름간 쉬지 않은 강행군에 마침내 나는 당할 것을 당하고 만 것이다.

다행히 동료와 좌석이 멀리 떨어져 있어 나보다 더 지친 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마음껏 구토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 옛날 이 바다를 지나며 복음을 전했던 사도 바울과 그의 복음을 위한 수고가 얼마나 극심했던 것인가를 생각하며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나는 고작 호사스럽게 그 옛날 영성의 현장이나 답사하면서도 이토록 허약한 모습이라니. 죽음보다 더 무서운 광풍 속에서 열나흘이나 먹지 못하고도 기어코 로마의 가이사 앞에 서기 위해 항해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순교 발자취를 나는 따를 수 있을까?메테오라는 그리스 본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핀도스 산맥에서 발원한 피니오스 강물이 적셔주는 테살리아 평원 위에 갑자기 융기한 땅이다.

평원을 배경으로 낮게는 20〜30m,높게는 무려 400m나 되는 바위산들이 갑자기 돌출하면서 현실감을 느낄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치 하나님께서 천지를 지으실 때 무슨 깊은 뜻이 계셔서 피아노 건반의 가장 높은 음을 꽝하고 두드려놓은 것 같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것도 융기된 기암절벽 군락의 규모가 남쪽 칼람바카 도시에서 북쪽 메가로 메테오론까지 직경 4㎞는 족히 될 정도이니 그 위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평원의 작은 도시 칼람바카에 들어서면 눈앞에 거대한 물기둥처럼 치솟아있는 메테오라의 갑작스러운 장관은 순간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어떻게 B단조의 나직한 음률이 흐르던 악보 위에서 갑자기 오선(五線)을 무시하고 높은 음자리조차 뛰어넘는 천둥 같은 음률을 토해낼 수 있단 말인가!‘메테오라’(Meteora)란 그리스어로 ‘바다에 떠 있는,공중에 떠 있는’이란 뜻이다.

현대어로 ‘메테오로’는 ‘운석’ 또는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인데 그 명칭답게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형국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이 어떻게 조성됐는지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다.

대체로 장구한 세월 풍화와 물로 인한 침식작용에 의해 드러난 자연현상설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은 과학자들의 부질없는 수고일 뿐 천지를 보시기에 좋도록 지으신 하나님 솜씨임에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지상에 떠있는 느낌을 주는 메테오라의 아슬아슬한 기암절벽 위에 수도원이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처음으로 수도원을 짓기 시작한 것은 1367년부터라고 한다.

원래 24개의 수도원이 세워졌으나 현재는 이곳의 대표적 수도원인 메가로 메테오론을 비롯해 바를람 루사노스 하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 등 6개가 남아 있으며 루사노스 수도원에는 지금도 수도사들이 수도에 정진하고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하느라 길을 냈지만 옛날에는 사람조차 오르내릴 수 없는 절벽 위에 어떻게 건축자재를 운반해 수도원을 세웠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특히 그곳에서 수도하던 성도들은 도르래 등을 이용해 세속도시로부터 ‘긍휼의 빵’을 얻어 생명을 부지하면서 오직 기도에 힘썼다고 하니 그야말로 ‘신앙의 힘’이 아니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필자가 루사노스 수도원을 찾았을 때 아침 햇살 아래에서 조용히 성경을 읽으며 묵상하는 여수도사를 발견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경건하고 아름다워 사진속에라도 담아두자고 했더니 나의 동료는 의미 있게 나를 나무랐다.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하고. 실제로 그곳은 사진촬영 금지구역이다.

나는 심히 부끄러웠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훔치려 한 내 자신이 얼마나 때묻은 존재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늘의 수도원’. 우리 주님이 재림하실 때 이곳에 제일 먼저 오실까? 세속도시 한복판에 살지라도 저 높은 곳을 향해 날마다 믿음으로 이기며 나아가는 성도의 심령에 가장 먼저 임하시리라.김성영 <성결대 총장・시인>[영성의 현장 순례를 마치며〕 지난 봄부터 필자의 글을 애정 있게 읽어주신 모든 성도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홈페이지 ‘영성의 집(www.sungkyul.edu)’에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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