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고려 어렵다" - "교육여건상 설립 마땅"

2004. 7. 1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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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 경원대 한의학과 학생들이 부속한방병원 건립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4 박상규 경기도 성남시 경원대학교 한의학과 학생들의 교내 부속 한방병원 건립을 요구하는 수업거부 농성이 58일째(15일 현재)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경원대학교 측은 지난 5월 19일부터 수업거부를 벌이고 있는 한의학과 학생 전원에게 오는 28일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을 시 전원 유급처리 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비상대책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은 "부속 한방병원 건립 유무는 학과의 존폐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병원건립을 약속하지 않으면 수업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학교측도 "부속 한방병원 건립은 현재 학교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학생들은 지난 6월 8일부터 총장실이 있는 국제어학원 4층에서 총장 면담을 촉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총장과의 면담은 아직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측, 건립 비용과 수익성 없어 부속한방병원 건립 불가이번 사태의 씨앗은 경원대가 한의과 대학을 유치한 1990년에 이미 뿌려졌다. 임상실습 수업을 위한 병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모집했던 것이다.

당시 경원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교내 부속 한방병원 건립을 약속하고 한의학과 설립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재단이 몇 차례 교체되며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교내 부속 한방병원은 건립되지 않았다. 대신 92년부터 서울 송파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을 임대해 병원 용도로 변경 사용해왔다.

이충렬 경원대 한의학과 교수는 "임대한 병원도 병상이 72개에 불과한 작은 규모로 학생들이 공부하고 수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부속한방병원 건립 계획이 전면적으로 변경된 것은 지난 99년 길의료재단이 경원대학 재단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새로운 재단은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고 2001년 부천 상동에 경원대학교 부속한방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계획도 올해 다시 변경되었다. 곧 착공에 들어가는 길병원의 별관 일부에 한방병원을 만들어 "협력병원"의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게 학교측의 입장이다. 이런 학교측의 방침에 대해 학생들은 "협력병원은 학교법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경영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교육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을 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학생들의 불만과 반발을 더욱 거세게 만든 사건은 지난 3월 8일 발생했다. 바로 경원인천한방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동인천 길병원이 수익성 문제로 폐업한 것이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경원대 한의학과 협력병원인 경원인천한방병원마저 언제 폐업할지 모르는 위기감을 느끼며 교내 부속한방병원 건립을 거세게 요구했다. 학생들은 학교측과의 몇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5월 19일부터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 부속한방병원 건립을 두고 일어난 사태는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4 박상규 부속한방병원 유무의 문제는 한의학과 존폐와 직결된 문제라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김원식(본과 2학년) 경원대 한의학과 학생회장은 "의학을 배우는 학생에게 병원에서의 임상실습은 당연하고 필수적인 교육 과정"이라며 "실습 없이 어떻게 의사를 할 수 있냐"며 병원 건립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학교측은 "(한의학과)교육 여건이 개선되어야 함은 마땅하다"면서도 부속한방병원 건립은 반대하고 있다. 학교측은 "교육성의 측면에서는 교내에 병원이 들어서는 것이 옳으나 수익성을 고려하면 (병원 건립이)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병원을 건립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현 재단이 조달할 수 없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입장에 대해 학생들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교육 시설의 문제를 비용과 수익성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학교 당국자들은 교육자의 자세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

등록금은 가장 비싸지만 부속한방병원은 부실이처럼 경원대 한의학과 사태는 학교측의 "현실론"과 학생측의 "교육 정상화론"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측은 현재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학생들의 교육 정상화 요구를 살펴보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 경의대 한의학과 교육 여건은 타 학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부속병원도 학교 소유가 아닌 임대이다. ⓒ2004 박상규 현재 한의학과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11개 대학 가운데 학교 소유의 부속한방병원이 없는 대학은 경원대뿐이다. 현재 서울 송파에 위치한 부속병원은 임대이고 경원대 소유는 아니다. 또한 한의학관과 한의학 도서관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도 경원대 뿐이다. 그럼에도 등록금은 가장 비싸 11개 한의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400만원이 넘는다(입학금 제외).이런 교육 여건 중에서 경원대 한의학과 학생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6개밖에 없는 임상과목이다. 한의학과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12개 임상과목을 수료해야 한다(<표> 참조). 그러나 경원대 한의학과는 6개 과목만 존재한다. 나머지 6개 과목은 강사에게 이론 수업만 받고 실습은 생략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수도 6명이 전부인데 역시 11개 대학에서 가장 적은 수다.

▲ 한의학과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12개 임상과목을 수료해야한다. 경원대 학의학과는 6개 임상과목 전임교수가 없이 이론수업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X표는 임상실습 없이 이론수업만 진행하는 것을 나타낸다. ⓒ2004 박상규 이런 교육여건 대해 학교측은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등록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한 학년당 30명밖에 되지 않는 적은 정원 때문"이라며 "조금씩 타 학교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교수 확충 문제에 대해서는 "확충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부실한 교육 환경은 결국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경원대 한의학과 강필원(본과 2학년) 부학생회장은 "몸에 대해서 다 못 배운 채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 말한 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에게 누가 진료를 받으러 오겠는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강씨는 "학교측은 학생을 더 이상 죄인으로 만들지 말라"며 "교내 부속한방병원을 건립하는 것이 교육 여건을 바로잡는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차라리 재수를 해라"이상과 같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건 역시 학생들이다. 경원대 한의학과 1학년 조한철씨는 "처음에 입학 할 땐 의료계인 길재단이 들어와 한의학과 지원이 많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현실을 알게 된 조씨 부모님은 "차라리 재수를 해서 다른 학교에 가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이용주(20) 학생은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얻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씨의 현재 소망은 "마음 편하게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원대 한의학과 학생회측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도 최악의 사태는 막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측과 총장과의 대화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은 의료인 출신이면서도 현재 한의대 사태 해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길여 총장에 대해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집단 유급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경원대 이길여 총장은 "외국 출장중"이라고 학교측은 밝혔다.

교육부의 입장과 모호한 대학설립 운영규정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과한 법률 4조 2항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의학・한의학 및 치의학에 관한 학과를 두는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의 경우에는 부속시설 중 부속병원을 갖추어야 하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다른 병원에 위탁하여 실습할 수 있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많은 사람들은 이런 법률 조항이 있는 한, 경원대 한의학과 사태와 같은 문제는 재발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법률 자체가 학생들 교육의 안정보다는 사립학교 운영자의 편의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에 따르면 의학계열을 설치 운영하는 대학은 부속병원을 설립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 위탁교육을 받도록 할 수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법률안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라는 모호한 문구 때문에 경원대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이 법률을 근거로 하여 교육부는 현재 "경원대 한의학과 사태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해당 사립학교의 자율성 존중을 고려해 섣불리 (경원대 문제) 개입할 수 없다"고 전했다. / /박상규 기자 (comune414@hotmail.com)-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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