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아주머니랑 미나리 좀 찍어도 될까요?"

2004. 6. 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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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미경 기자] ▲ 맑고 깨끗한 언양 미나리입니다. ⓒ2004 박미경 산에 가려면 언제나 미나리 밭 사이의 농로를 지나쳐야 합니다. 매일 보는 미나리 밭이지만 웬일인지 그 날 따라 흔들리는 바람결에 미나리 향이 상큼하게 다가오더군요.산에 올라 간단한 운동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중 미나리를 보니 갑자기 언양 미나리를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에게 먼저 집에 가라고 했습니다.

"와, 집에 안 갈 거가?""먼저 가요. 나 언양 미나리에 대해 기사 한번 써보고 싶어서… 사진 좀 찍고 갈게요." ▲ 미나리밭 옆을 지나는 개울물. ⓒ2004 박미경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나리 밭 한가운데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길가에 서서 힐끔힐끔 바라보았습니다. 고생하시는데 괜히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용기가 나지 않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해본 적이 없어서 무슨 말을 꺼낼까 망설이며 우두커니 서있는데, 저를 몇 번 쳐다보던 아주머니께서 웃으시며 먼저 말을 하십니다. "와요? 무슨 할 말 있어요?" 그제서야 제 얼굴이 밝아집니다. 조심스레 여쭈어 보았습니다.

"저… 아주머니! 제가 언양 미나리를 인터넷에 소개하고 싶은데요. 아주머니 일하시는 모습과 미나리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괜찮아요. 얼마든지 찍어요."까무잡잡한 피부에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말씀을 하시는데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 미나리를 드시며 일하시는 아주머니. ⓒ2004 박미경 아주머니의 일하시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미나리 밭 사이 둑을 걸으니 개구리들이 놀라 미나리 밭으로 팔딱팔딱 뛰어 들어갑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개구리가 반갑습니다.

"언양 미나리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자라니 깨끗해서 좋아요. 아침마다 우리 미나리를 갖다가 즙내서 묵은 사람이 아픈 병이 한달 만에 나았다 아인교.""혹시 위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도 좋은가요? 제가 속이 안 좋아서 어젯밤에도 잠을 잘 못 잤거든요.""속 아픈 사람에게도 좋고, 미나리는 해독작용을 해주니까 간이 나쁜 사람에게도 좋고, 고혈압, 기관지 등 다 좋아요.""속 아프면 우리 미나리 좀 줄 테니 가져가서 아침 공복에 갈아 묵어봐요. 자요. 가져가 잡솨요" 하며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자꾸 가져가라며 권하십니다.

"아니에요. 제가 다음에 사러 올게요." ▲ 지나가는 할머니께 인정많은 아주머니가 미나리를 드렸답니다. 할머니께서 고르고 계시네요. ⓒ2004 박미경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아주머니 사진이 찍히지 않은 것입니다. 이를 보던 남편이 한 마디합니다.

"찍어서 바로 확인 안 해봤나?""내가 버튼 꾹 눌렀는데 안 찍혔네? 아마 손가락에 힘이 없었나보다. 어쩌냐? 또 갔다올까?""니가 알아서 해라.""……"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왔는데 다시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산에 갔다오는 길에 다시 들렀습니다.

▲ 낫으로 일일이 미나리를 베는 아주머니. 힘든 고생이지만 얼굴은 한없이 밝습니다. ⓒ2004 박미경 "안녕하세요. 지난번 아주머니 사진이 안 찍혀서 다시 왔어요. 제가 초보라서 실수를 했네요.""좀, 잘하지. 우리 딸이 그카는데 인터넷 번호가 있어서 번호 알면 볼 수 있다 카데?""네. 제가 글 쓴지 얼마 안되어서 기사로 채택되어야 볼 수 있어요. 채택되면 프린트도 해오고 인터넷주소 알려 드릴게요."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여러 컷 찍어 아주머니와 함께 확인한 뒤 돌아왔습니다.

▲ 향긋한 언양 미나리. ⓒ2004 박미경 언양 미나리는 맛과 향이 좋기로 소문난 유명한 미나리입니다.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폐, 변비 등에 좋다고 합니다. 중금속 정화, 해독작용 등을 하고 열을 내리고 갈증을 해소해주니 특히 여름철에도 좋은 식품입니다.

우리가 쉽게 섭취했던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의 폐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만과 아토피, 무기력증 등….이제는 자연식으로 건강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어려운 경제와 전쟁으로 지친 심신이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박미경 기자 (outsamsung@empal.com)<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박미경 기자는 삼성SDI 해고자 송수근 아내입니다.남편의 해고와 구속 후 살아가는 흔적들을 홈페이지(http://www.antisdi.com)에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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