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위에 비친 아름다움의 깊이

2004. 6. 2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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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노시경 기자] 교토는 794년〜1868년의 장구한 기간 동안 일본의 정치와 문화, 예술의 수도였던 곳이다. 시내 곳곳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향취는 외국인들을 흠뻑 취하게 만들며, 이 길 저 길을 산책하며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천년의 역사가 남긴 2개의 궁성과 1600여 개의 사찰, 400개의 신사, 60개의 정원이 시내 곳곳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모든 전쟁의 화를 피한 이 거대 고도에는 그 당시의 많은 건축물들과 그 안에서 잉태되었던 문화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이 교토는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순위에서 항상 1위에 꼽힌다. 12년 전에 와 보았던 그 당시의 교토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교토의 고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도시 건물의 고층 개발을 철저하게 억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여행의 시작은 여정 중 가장 먼 곳으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교토역 앞에서 교토 중심부를 관통하여 교토 서북부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 오전의 거리 모습들이 스치듯이 지나간다.

신영이는 정류장을 설명해주는 버스 안내방송의 일본어 발음이 너무 재미있는지 연신 키득키득 웃는다. 긴카쿠지미치(金閣寺道) 정류장에서 하차하였는데, 여름의 햇살이 너무나 따가워서 나무 그늘을 따라서 이동했다.

▲ 다이몬지산 ⓒ2004 노시경 다이몬지산(大文字山, 해발 231m)이 눈 안에 들어온다. 이곳 사람들은 8월 16일에 벌어지는 다이몬지오쿠리비(大文字送り火) 마츠리 때에 이 "대(大) 자"에 불을 붙이고 일년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고 한다. 이 인근의 기누가사는 일본의 전통적인 귀족문화에 무인들의 문화와 선(禪)의 문화가 합쳐져서 새로운 기타야마(北山) 문화가 생겨난 곳이다.

정류장에서 긴카쿠지까지는 걸어서 5분. 아직도 따갑게 남아 있는 햇살을 피해 긴카쿠지가 안겨 있는 숲 속으로 들어섰다. 이 곳은 유네스코에서 199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역사와 아름다움의 깊이가 깊다. 도시 내의 이 거대한 숲 속은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깨끗해지는 듯하다.

이 절의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이지만, 사리전인 금각(金閣)이 일본 내에서 너무나도 유명하여 긴카쿠지(金閣寺)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긴카쿠지는 당문(唐門)이라고 하는 중국풍의 문을 거쳐 들어가게 되어 있다.

▲ 긴카쿠지 입구 ⓒ2004 노시경 이 곳에는 원래 가마쿠라(鎌倉) 시대에 기타야마(北山) 저택이 있었다. 그러다가 무로마치(室町) 막부의 3대 쇼군(將軍)인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1397년부터 10년에 걸쳐 산장을 세웠다. 그 후 그가 죽게 되자, 그의 유언에 따라 산장은 사찰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원래의 누각은 550년 동안 이 자리에 서 있다가 1950년의 화재로 불타 버렸다. 현재 남아 있는 긴카쿠지는 그 당시의 장려함을 그대로 본받아 재현한 것이다. 특히 1987년에는 금박이 보수되어 옛날의 아름다움을 되찾게 되었다.

▲ 긴카쿠지 ⓒ2004 노시경 긴카쿠지는 이름 그대로 누각이 금박으로 덮여 있다. 이 금박은 날씨가 화창한 날에 더욱 눈부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건물로서, 일본인들의 심미주의관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전체가 금박으로 빛나는 3층 누각이 물이 가득한 교코치(鏡湖池)에 비추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금각을 중심으로 한 누각과 정원은 불교의 극락정토를 표현한 것이다.

누각은 3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1층은 헤이안(平安) 시대의 귀족주의 건축 양식을 따른 침전이고, 2층은 무사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으며, 3층은 선실(禪室)로 비어 있다. 그래서 이 누각은 3가지 건축 양식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무로마치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 긴카쿠지 누각 지붕 위의 봉황 ⓒ2004 노시경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위에 금박을 입혔고, 지붕은 화백나무의 엷은 판을 겹쳐서 만들었다. 그 위에는 금빛 봉황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니는 신영이는 화려한 누각보다는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엄청난 크기의 잉어들에게 눈길이 팔려 있다.

연못 앞 정원의 곳곳에는 지방의 영주들이 쇼군에게 앞 다투어 바친 이름난 괴석들이 배치되어 있다. 기누가사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정원은 연못과 샘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무로마치 식의 전통정원이다.

이 정원에는 요시미쓰가 직접 심었다고 하는 교토 3대 소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하나, 소나무 주변의 정원 내부 건물들이 수리 중이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조금 안타깝다.

아내가 신영이와 함께 음료수를 마시며 걸어나왔다. 신영이는 일본의 음료수 캔에 그려진 만화가 재미있어서 음료수 캔을 버리지 않고 계속 들고 다닌다. 이제는 신영이도 안아달라는 말도 하지 않아 여행길에 데리고 다니기가 무척 수월해졌다.

긴카쿠지 입구의 벤치에서 쉬다가 교토 유스호스텔에서 숙박하는 우리 나라에서 오신 노부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구두쇠 할아버지는 사위가 준 돈도 쓰지 않고 숙박료를 절약하면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일제시대 때에 교토에서 태어났다는 이 할아버지는 늙은 아내를 데리고 노년의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 긴카쿠지보다도 이 할아버지의 웃음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노시경 기자 (art4040@kornet.net)<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이 기사는 S-Oil에 실린 것을 첨삭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2002년 8월의 여행기입니다.

기자소개 : 노시경 기자는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 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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