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장면에 눈물".. "예술은 예술일뿐"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기자] ▲ 28일 저녁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에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김근태 열린우리당 대표,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이 무대에 나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영길 대표가 문소리씨를 비롯한 유명 영화인들이 당원이라며 자랑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문 장면은 옛날 생각이 나서 보기 싫더라. 낙안이가 내동댕이쳐지는 걸 보며 (드는 느낌이) 참 외로웠을 거다…. 민주화운동은 참 외로웠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글쎄… 예술은 예술이고, 영화는 영화고…. 감독도 말했듯이 큰 의미에서는 픽션이라고, 시대상을 반영했지만 사실성 여부와는 다른 거니까."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희극같은 비극의 시대를 마감해야지 싶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JSA>와는 또 다른 접근인데, 이런 영화가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28일 저녁 7시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에 참석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의 영화평은 대조적이었다. 영화 내용이 70년대 암울했던 한국현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당했던 김근태 원내대표는 고문장면을 보고 옛날 생각에 눈물을 흘렸고 "두려움 없이 이 영화를 보게되기까지 무고한 시민의 눈물과 한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덕룡 의원은 "감동적이다, 우리 영화가 기술적으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며 영화를 추켜세웠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성 여부와는 다르다"며 정치현실과 연결짓기를 꺼려했다.
이날 시사회는 영화인,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초청해 이루어졌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근태 원내대표와 이종걸 의원・이인영 당선자가 참여했고, 한나라당은 김덕룡 의원・이규택 의원・박계동 당선자가 왔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대표와 최순영 당선자가 참여했고, 당직자들도 함께 시사회에 참여했다.
[김덕룡] "예술은 예술, 사실과 다르다" ▲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효자동 이발사>는 우연히 대통령의 전용이발사가 된 소시민을 다룬 작품. 영화는 1960년부터 80년까지 소심한 이발사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의 오찬 장면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족도 등장하는데 이 중 박 전 대통령의 딸, 즉 어린 박근혜도 잠시 등장한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의 "박정희 향수" 효과를 톡톡히 본 한나라당으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홍보사 "아이 픽처스"는 박근혜 대표도 시사회에 초대했지만 박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김덕룡 의원은 "최근 봤던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평범한 인간을 통해 과거 역사를 볼수 있었다"며 <효자동 이발사>의 대박을 점쳤지만, 영화내용에 대해서는 "예술은 예술, 영화는 영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용이 불편하지 않았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그런 의미로 보지 않는다, 영화는 픽션이고 시대상을 반영했지만 사실성 여부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김근태] "권위주의 부추기기에 반대" ▲ 열린우리당 김근태 대표, 이종걸 의원, 이인영 당선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반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권위주의 시대를 다시 생각나게 했다"며 영화내용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무대인사에서부터 한나라당을 겨냥해 "권위주의를 은근히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여기에 반대해 싸운 기억이 있다"며 "그래서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유신독재에 저항하느라 옥살이를 치렀던 김 대표는 "영화를 보면서 몇 차례 울었다, 처음에는 좀 웃다가 나중에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더라"며 감상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실제로 영화가 끝난 뒤 김 원내대표는 눈시울이 붉은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고문 장면은 옛날 생각이 나서 보기가 싫더라, 그 때는 간첩이라고 하면 마지막이었다, 간첩으로 몰린 낙안(주인공 성한모의 아들)이가 내동댕이쳐지는데 눈물이 났다"고 70년대를 회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발사가 대머리인 새 대통령에게 "머리가 자란 다음 오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으며 "그 용기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국민만이 역사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비극같은 희극 마감돼야" ▲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와 최순영 당선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도 같은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권 대표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눈물이 난다기보다 가슴이 아팠다, 비극같은 희극의 이런 시대는 마감되어야 한다"고 영화평을 하며 "이런 영화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문소리씨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며 여주인공인 "문소리 당원"에 대한 "동지애"를 여러차례 나타냈다. 이번 총선에서 문씨의 광고 출연에 대한 답례인 셈이다.
이날 권 대표는 또한 영화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권 대표는 에이젠슈타인, 구로자와 아키라, 장 뤽 고다르 등의 영화감독을 예로 들며 "우리 영화인들이 앞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파리특파원 당시 현지 시네마떼끄를 자주 찾아가 영화를 봤다고 한다.
한편 이날 스크린문화연대, 영화인회의와 함께 시사회를 추진한 홍보사 측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인만큼 새 시대 새 정치를 기대하는 단체와 문화인, 일반시민,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해 기획했다"며 시사회 취지를 설명했다.
▲ 임찬상 감독, 문소리씨, 송강호씨가 시사회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효자동 이발사>는 어떤 영화? 소심한 이발사 눈으로 본 한국현대사 청와대가 있는 동네, 효자동에 사는 이발사 성한모(송강호 분)와 그의 아내(문소리 분)의 삶에서는 한국현대사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성한모는 "사사오입이면 헌법도 고치는데 5달 된 애는 사람으로 쳐서 낳아야 한다"는 논리로 아내를 설득해 아들을 낳는다. 아들은 4.19 혁명과 함께 태어난다. 성씨가 리어카에 아내를 싣고 병원을 향하자 학생들은 흰 가운을 입은 그를 의사로 착각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코메디에 가깝지만 웃긴 영화는 아니다. 시국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설사병에 걸린 사람들을 간첩으로 조작한다는 내용의 극중 "고스톱 간첩단" 사건은 허구지만 당시의 조작간첩사건을 생각하면 그다지 황당한 상상은 아니다.
배우 송강호씨가 소심한 이발사 성한모로, 문소리씨는 그의 아내로 각각 등장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의 임찬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있게 극을 전개해 간다. / /권박효원 기자 (10zzung@ohmynews.com)-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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