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 고심하다 ○○○ 찍기로 했어요"

2004. 4. 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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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 "누굴 찍을까?.." ⓒ2004 심규상 D-1일. 대전충남지역 각 후보자들은 분주했다. 각 정당에서는 한 시간 간격으로 선거운동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자들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배어 있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보들은 일제히 지역구로 바삐 달려가 마지막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누구에게 쏠려 있을까. 표심을 엿보기 위해 나선 대전 도심은 초여름 날씨였다. 선거운동 시작 첫날 손을 시리게 했던 꽃샘 추위 대신 곳곳마다 꽃이 활짝 펴 있었다.

대전천을 따라가다 천변 꽃 구경을 위해 나온 유권자들을 만나 보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봄소풍을 나온 이화영(여・34・대전시 탄방동)씨는 "정당을 중심으로 찍을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함께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온 성주란(여・39・대전시 대흥동)씨는 "젊은 신인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교사는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정치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표를.." 성주란(39. 오른쪽) 씨 ⓒ2004 심규상 천변 인근에서 만난 서원철씨와 백홍기씨는 이미 부재자 투표를 마친 대학생들이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서씨와 예산이 고향인 백씨는 각각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두 학생은 "친구들 대부분이 꼭 투표하겠다고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좋은 당은 ○○○"이라고 귀띔했다.

두 학생의 얘기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교 교정으로 향했다.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던 한남대 최선민(충북 청원군), 강미순(중구 용두동), 장효진(유성구 관평동)씨 등 세 학생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일제히 "당근이죠"한다. 세 학생의 공통점은 "아직 누구를 찍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장씨는 "막상 찍으려고 하면 다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며 "선거공보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후보를 고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씨는 "정당을 중심으로 지역 후보를 고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당에 대한 투표를 묻는 질문에 최씨는 "○○○에 투표할 생각"이라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과 ○○○ 두 정당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 "우린 투표했어요" 충남대 서원철, 백홍기(오른쪽) 씨 ⓒ2004 심규상 대전고속터미널 부근에서 만난 유권자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서구 도마2동에 사는 박용계(79)씨는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노인회장과 기독교 장로를 맡고 있다는 박씨는 후보 선택 기준에 대해 "지역과 국가를 위해 몸바쳐 일할 수 있는 애국정신이 투철한 후보를 중심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 정당 대표의 노인 폄하 발언과 관련해서는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씨가 얘기 끝에 꼭 곁들여달라고 주문한 것은 이렇다. "특히 젊은 사람들 투표 꼭 해야 혀. 선거 때 주권을 포기하는 사람은 애국자가 아니라고 봐."동구 성남동에 사는 30대 부부는 "우편물을 보면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부부가 같이 ○○○ 후보를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성구 원내동에 사는 오 아무개(33)씨는 "늦게까지 일터에 나가다 보니 아직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오늘 밤에 선거 공보물을 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고민 중이에요" 한남대 최선민 강미순 장효진 학생 (왼쪽부터) ⓒ2004 심규상 반면 효동에 사는 염아무개(30)씨는 "출마 후보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며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50여명의 유권자 중 투표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유권자는 염씨를 포함 모두 2명이다.

표심을 엿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택시 기사들. 때마침 몇몇 기사들이 승객을 기다리다 지친 듯 밖으로 나와 선거벽보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중 서구 괴정동에 사는 박 아무개씨에게 다가갔다.

"찍을 후보는 결정하셨어요?""결정했으면 이렇게 벽보를 뚫어져라 쳐다볼 이유가 없지유…. 어렵네유.""어떤 후보가 뽑혔으면 좋겠습니까?""(껄껄 웃으며) 택시 잘 되게 할 후보유. 근데 그런 후보가 있겠어? 내 나이가 육십하고도 여섯인디 내내 속아서 살았거든. 속을 줄 알면서 또 찍어 보는 거지." ▲ "젊은이들 꼭 투표해야.." 박용계(79)씨 ⓒ2004 심규상 옆에서 얘기를 듣던 신 아무개(여・60・서구 둔산동)씨는 "찍어주면 쌈질이나 안했으면 좋겠어, 아무 것도 소용없어, 그냥 나라 조용하게 이끌어갈 사람이면 족해"한다. 신씨는 손님이 오자 빠르게 택시에 오르며 얼른 한마디를 보탠다. "승객들 얘기 들어보면 ○○○ 찍는 사람이 많데. 아무튼 이번에는 투표는 많이 하겠어."하지만 표심의 향방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확실한 것은 선거운동 시작 첫날에 비해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투표 몇 시간을 남겨둔 지금까지도 후보 선택을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오늘 밤 밤잠을 설치며 누구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될까./심규상 기자 (sim041@ohmynews.com)-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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