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시국미사 확산..안동교구 단식농성

2004. 3. 23.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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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피재현 기자]천주교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는 17일 저녁 7시 안동가톨릭회관에서 "탄핵정국 반민주적 국회 결정을 규탄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004 강성중 명동성당에서 시국미사가 있은 이틀 후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천주교회가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주목받는다. 특히 주교회의가 이번 정국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열린 이번 미사는 교회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보수일색으로 지탄받아온 경북 북부지역의 체면을 크게 살려주고 민주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정평위원장 정상업 신부의 주례로 열린 이날 미사는 안동교구 사제와 수도자 신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입당성가로 "상록수"를 부르며 시작해 파견성가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며 끝이 났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4・15 총선에서 하느님의 뜻을 보여주자고 기도했다.

신대원 신부는 강론을 통해 "교회와 정치는 분리되지 않았다"고 선언하고 "교회가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일궈가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면 정치는 그 심부름을 하고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안동교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도 크고 작은 반민주적이고 굴욕적인 나라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여중생 압사사건 때도, 이라크 파병동의안이 상정되었을 때도, 한마음으로 시국미사를 열고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했다.

ⓒ2004 강성중 미사를 마친 사람들은 때마침 내린 봄비로 손 시린 쌀쌀한 밤거리를 촛불을 들고 한 시간동안 행진하며 "탄핵반대"와 "민주수호"를 연호했다. 한나라당 지구당 사무실 앞에서는 "사랑도 명예도"를 부르며 지역민심을 왜곡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한나라당을 규탄하고 회개를 촉구했으며, 민주주의를 죽인 한나라당의 죽음을 기원하는 긴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의 미사와 촛불행진은 노사모도, 열린우리당도 아닌 묵묵히 신앙생활을 하고 생업에 뼈마디가 쑤신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길고 긴 행렬이었다.

폭설로 하우스 농사를 망친 농민이 있었고, 자전거로 우유배달을 하는 아주머니, 정치가 뭔지도 모르지만 애국심 하나로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참 종교인이라면 불의가 행해지는 길목을 막아서고 작은 외침이라도 크게 내지를 수 있는 용기와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느님의 뜻은 이 사람들을 통해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복음으로 전해질 것이다.

ⓒ2004 강성중 이날 미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까지 참가해 특별헌금을 했고, 모여진 헌금은 안동과 영주 상주지역에서 진행되는 촛불집회에 전달되었다.

한편, 안동에서는 18일 오후 4시 기자회견과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종교인들이 참석하는 릴레이 단식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탄핵안 표결 직후 시민자격으로 단식을 시작한 김수동(42・자치분권 안동연대 위원장)씨는 "1주일째 단식을 종교지도자들이 이어받는 것"이라며 "신부님과 스님 목사님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식 행렬이 시작되면서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탄핵반대 안동시민행동"의 매일 촛불시위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피재현 기자 (ppppp2001@hanmail.net)-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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