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부스>, 익명 폭력에 엄중 경고

2003. 12. 8.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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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성민 기자][스포일러 안내] 이 글에는 영화 <폰 부스>의 줄거리와 결말이 상당 부분 노출돼 있습니다...<편집자 주> ▲ <폰 부스> 영화 포스터 <폰 부스>는 인간에 내재된 "익명의 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3년 6월 13일에 국내에 개봉되었고, 많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긴장감을 끌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나 주연을 맡은 콜린 파렐와 키퍼 서덜랜드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을 하면서도, 결말이 엉성하고 김이 빠진다는 평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특히 이 작품을 주인공 스튜어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자와의 대결 구도로 봤을 때는 어이없이 밝혀지는 범인의 전모에 실망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작품의 전모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고, 줄거리만 따라서 겉핥기만 한 것에 불과하다. 이 영화를 단순한 복수극이나, 정신 이상을 가진 범죄자의 범죄극으로 치부한다면, 영화 전체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일반의 시각과는 다소 초점을 달리하여 "익명의 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연출자가 얼마나 치밀하게 작품의 구성 요소들을 규합하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앞서 말한 단순한 복수극이나 범죄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일관된 의도를 보여 주기 위해 공간을 연출하고, 플롯을 짠 것으로, 우리는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그 의도가 무엇이며, 얼마나 충실하게 그 의도가 드러났는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1. 이 영화는 왜 복수극이나 범죄극이 아닌가많은 사람들이나 평론가들은 처음부터 이 작품을 주인공 스튜어트와 정체불명의 범죄자와의 대결 구도로 작품을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해 그것은 헛다리짚은 것이다.

우선, 대결 구도라고 하는 것은 힘의 배분이 균등한 양쪽이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한 판 싸움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스튜어트는 익명의 범죄자와 대결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스튜어트는 철저하게 범죄자의 노리개로 전락했다. 그는 좁은 폰 부스 안에서 수화기를 든 채로 범죄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행동했을 뿐이다. 물론, 행동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저항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스튜어트의 의도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스튜어트가 폰 부스에서 빠져 나오고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얼핏 스튜어트가 승리한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스튜어트는 범죄자의 총에 맞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범죄자는 스튜어트를 죽일 수 있는데도 일부러 죽이지 않았으며, 경찰의 눈을 피해 스튜어트의 앞에 나타났다가 유유히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것은 처음부터 범죄자는 스튜어트를 철저하게 가지고 놀았고, 애초에 스튜어트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 스튜어트에게 화가 났고, 궁지에 몰려 이성을 잃은 범인이라면, 굳이 고무로 된 총알로 스튜어트를 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탄으로 스튜어트를 죽이더라도 어차피 범인은 잡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매우 치밀하게 그리고 차근차근히 스튜어트를 궁지로 몰아 넣었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자가 스튜어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스튜어트를 죽도록 괴롭혀서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일까?2. 도대체 범죄자가 원한 것은 무엇일까?2.1 스튜어트와 전화, 그리고 익명의 폭력성먼저 왜 범죄자가 스튜어트를 선택했는가를 알아보기에 앞서 주인공 스튜어트가 어떤 인물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주인공 스튜어트는 뉴욕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홍보업자이다. 그러나 말이 홍보업자이지 거의 공갈과 거짓말로 건수를 만들어 내는 삼류 브로커가 바로 스튜어트이다.

그는 아내가 있는데도 배우 지망생을 꼬셔 호텔에서 자고 싶어한다. 또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잘 지키지 않으며 피자 배달부와 창녀 같은 천한 사람들은 돈으로 상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와 같은 스튜어트의 행동을 정리하면, 스튜어트는 자신의 정체와 본모습을 감추고, 그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얻고, 남에게는 피해를 입히는 인물이다. 바로 인간에 내재된 익명의 폭력성을 보여 주고 상징하는 작품 속 인물이 바로 스튜어트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튜어트의 폭력성을 매개해 주는 장치가 바로 작품 전체의 소재가 되고 있는 "전화"이다.

우리는 전화를 할 때 상대방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가령 철수라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날 전화가 걸려 왔고, 수화기에서는 철수의 목소리라고 여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 우리는 전화를 건 상대가 철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전화를 건 상대가 반드시 철수라는 보장은 없다. 단지 철수일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상대가 나와 친한 철수이고, 우호적인 관계로 의사소통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상대가 진실을 가린 채,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여 상대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것은 바로 폭력이 된다. 그것이 바로 익명의 폭력성이다.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 이러한 수많은 익명의 폭력들을 목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장난 전화만 봐도 그 실체는 금방 파악이 된다.

이러한 스튜어트의 익명의 폭력성을 보여 주기 위해, 스튜어트가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는 화면이 분할되어, 전화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동시에 보여지는 기법이 사용된다. 스튜어트는 자신의 전화와 조수의 전화를 번 갈아서 사용하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위장하여 여러 가지 계약을 성사시킨다.

또한, 자신의 휴대폰에 통화 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 파멜라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스튜어트는 전화가 가진 익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범죄자가 왜 스튜어트를 선택했는가는 분명해진다.

2.2 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폰 부스인가그렇다면, 범죄자가 굳이 폰 부스라는 제한된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튜어트에게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남들이 범죄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 그러나, 범죄자는 의도적으로 폰 부스를 선택했다.

이처럼 폰 부스를 선택한 것은 우선 첫째, 폰 부스가 위치하고 있는 도심의 번화가가 범죄를 저지르기에 사람이 한적하고 비밀스러운 공간보다는 더 안전하다는 믿음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는 뉴욕의 거리는 그야말로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가는 서로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곳이다.

말 그대로 수많은 인파 속에 파묻히면 누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익명의 공간이라는 것이 바로 폰 부스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자는 자신의 위협을 믿지 않는 스튜어트를 확인시키기 위해 장난감을 쏴 맞추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스튜, 사람들 좀 봐. 비명 지르고 난리가 났지? 저기 경찰들도 오네? 옥상에 저격수가 있다. 사격하라, 작전 개시!"그러나, 장난감이 총에 맞아 부수어졌지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장난감 주인뿐이었고, 그나마 그것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 접근한 것뿐이었다. 이처럼 폰 부스를 둘러싼 거리의 주변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스튜어트를 내다 보고 있지만, 정작 스튜어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보여 주기 위해, 스튜어트가 주위를 둘러 보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기법을 사용해 주변 건물의 창을 빠르게 보여 주고 있다.

둘째, 공중전화라는 매체의 속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폰 부스이기 때문이다. 공중전화는 휴대 전화와는 달리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다. 이 영화에서 스튜어트는 바람 피우는 것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파멜라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한다.

휴대폰으로 파멜라에게 전화한다면 통화 내역이 남기 때문에 금방 들통이 나고 만다. 하지만,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자신의 위치나 정체를 들키지 않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

반면 휴대폰은 이 작품에서 신분의 상징, 단축 다이얼의 편리함으로 기억되는 매체이다. 즉, 휴대폰은 개인의 정체성과 동일시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내레이션으로 표현한다.

"휴대폰 사용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4500만명의 거주자와 200만명의 방문자들은 여전히 정기적으로 공중전화를 이용한다. (중략) 맨해튼 서부에 마지막 남은 사적인 공간일 것이다."이처럼 휴대폰이라는 매체는 개인의 아이디와 같은 것으로,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가 소통하는 공간이다. 이는 범죄자가 스튜어트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어냈는가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범죄자는 스튜어트를 따라 다니면서 스튜어트가 통화하는 것을 엿들었으며, 이를 통해 스튜어트의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는 개인의 정보가 얼마나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시사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휴대폰이 단순히 송신자와 수신자만을 매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통화는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소중한 정보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폰 부스는 그렇지 않다. 폰 부스의 문을 닫는 순간 송신자와 수신자의 메시지 교환만 이루어지며, 외부 세계와는 차단된 사적인 영역이 생겨난다. 바로 이러한 점을 범죄자는 노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범죄자는 자신의 범죄에 더 수월하기 때문에, 인파가 붐비는 도심 한복판, 그리고 범죄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도 스튜어트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폰 부스를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폰 부스"가 지니는 상징성만 살펴보더라도 범죄자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2.3 범죄자는 스튜어트를 가두어 놓고 무슨 짓을 시켰는가범죄자가 스튜어트에게 요구한 것은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우선 범죄자는 스튜어트에게 켈리와 파멜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파멜라를 유혹하고 바람을 피우려 했던 사실을 고백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스튜어트는 처음에는 범죄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실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범죄자의 위협은 스튜어트를 극한의 공포로 몰아 넣었고, 참다 못한 스튜어트는 켈리와 파멜라, 그리고 TV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고행성사를 하고 만다.

이처럼 범죄자가 스튜어트에게 요구한 것은 그동안 스튜어트가 사람들에게 했던 거짓과 위선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튜어트는 그동안 쌓아 왔던 홍보업자로서의 명성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아내와의 관계 역시 위협을 받는 행위이다.

2.4 범죄자의 의도와 결말결국 범죄자는 스튜어트로 하여금 자신의 위선을 스스로 폭로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의도한 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사건을 통해 범죄자가 의도한 것은 익명의 폭력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그 폭력이 자신에게도 예외가 아님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범죄자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오직 전화의 목소리만을 통해 스튜어트를 위협한다. 이러한 범죄자의 모습은 얼굴을 가린 채, 상대를 위협하는 익명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을 통해, 그동안 스튜어트가 익명을 이용해 저질러 왔던 위선을 스스로 폭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목적은 처음부터 범죄자가 누구냐를 밝히는 데 있지 않았다. 단지, 스튜어트의 입을 통해 익명의 폭력으로 저질러진 위선을 고해성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튜어트가 모든 것을 폭로하자마자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허술하다거나, 김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스튜어트를 가지고 노는 것이 목적이었지, 얼마나 스튜어트가 영리하게 난관을 극복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앰뷸런스에 누워 있는 스튜어트에게 진짜 범인인 키퍼 서덜랜드가 접근하면서 갑자기 스튜어트의 의식이 흐려진다.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들려오는 키퍼 서덜랜드의 대사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왜 전화를 끊었나, 스튜. 작별인사도 못했잖나. 피자배달부는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네가 켈리와 화해하는 모습을 놓칠 수가 있어야지.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어. 아무도 그랬던 놈이 없었으니까. 대신 정직한 몸으로 새로 태어났으니 영원히 간직하게. 그렇지 않다면 내 전화를 다시 한번 받게 될꺼야. 재밌지 않나? 당신은 전화벨을 들었고, 그건 누가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울리는 전화를 안 받을 순 없겠지? 그렇지 않나?"범죄자는 이것이 끝이 아니며, 언제 다시 폭력이 가해질지도 모른다는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다. 즉, 익명의 폭력은 아직 끝이 난 것이 아니며, 누구나 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만약 또다시 익명을 이용해 위선을 저지른다면 언제든지 같은 폭력으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전화벨을 든 사람은 누가 될지 모르며, 또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 폭력은 무작위적이고 위협적이다.

3. 영화가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앞서 말했듯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심리 대결극도 아니오, 범죄극도 아니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들은 갈등 구조를 통해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관된 의도를 보여 주기 위해 상징성이 부여된 인물들이다.

이러한 상징성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전술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익명의 폭력을 저지르고 있고, 또한 역설적으로 그러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가이다.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커져 가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그러한 익명의 폭력을 매우 신랄하게 보여 주고 있다. 단지 상대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사이버 테러나, 크래킹은 갈수록 기승을 더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익명의 폭력을 가하면, 역시 그만큼 자신에게도 그러한 폭력이 다시 돌아온다.

그 이유는 핸드폰이나 인터넷의 사용으로 인해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 커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튜어트가 모르는 사이에 범죄자는 스튜어트의 통화 내역을 모두 엿듣고, 스튜어트의 모든 개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비근한 예로 인터넷에서 메일을 해킹하여 상대방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는 가상 공간에서는 역설적으로 개인의 정보가 쉽게 노출되고, 떠다니고 있음을 이 영화는 경고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자신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을 스튜어트의 모습을 통해 신랄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줄거리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영화는 시간과 공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작품 내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스쳐 보내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물론, 줄거리를 따라가도 영화의 전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작품도 있다. 가령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블록버스터나, 단순히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로 만든 코미디 영화가 그렇다.

그러나 <폰 부스>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 영화의 곳곳에 일관된 의도를 최적의 상태로 보여 주기 위해 설정된 요소들이 잠복해 있으므로, 설렁설렁 줄거리만 파악하고서 영화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에 대한 감상법은 그 영화의 속성과 장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떤 감상법이 되었든 간에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려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통해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라고만 느꼈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수확이 되리라고 믿는다./윤성민 기자 (kingseven@empal.com)<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http://blog.naver.com/yunseongmin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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