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인기 있고 배우고도 싶지만.."

2003. 10. 29.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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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밀접해짐에 따라 중국어를 배우려는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을 찾고 있다. 중국어는 최근 몇 년 사이 ‘뜨는’ 외국어 중의 하나가 될 정도로 중국어의 인기는 한국인들 사이에 ‘상한가’이다.

더욱이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해 지고, 중국인들에게 한국이 좋은 나라로 인식되자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 학생들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비롯해 대중가요들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으면 대다수가 ‘친구!(朋友)’라고 답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 또한 ‘상한가’이다.

그러나 중국 서점가에서 한국어 교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중국어 시험인 HSK(한어수평고시)같은 경우 한국어 설명이 붙어 있는 책이 팔리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 대해 배려를 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는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있는 것마저도 그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설명도 자세하게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어려운 언어이다’라는 짜증 섞인 느낌만을 줄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는 아직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언어인 것이다.

▲ 강보유 교수님 ⓒ 피경훈 그렇다면 한국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이에 상해 복단대 외국어언문학학원(外國語言文學學院) 한국어과 교수인 강보유(姜寶有) 선생과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 현재 상해에 있는 대학 중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는 학교는 어느어느 학교죠? 그리고 언제 한국어 학과가 최초로 개설되었나요?“복단대를 비롯해서, 상해외국어대, 상해대, 화동사범대, 이렇게 다섯개 학교가 한국어과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최초로 개설된 학교는 상해 외대입니다. 94년에 개설되었죠. 그리고 저희 복단대는 95년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었습니다. 곧 양주대학교와 남경사범대에도 개설될 예정입니다.”- 한 학급당 학생수는 몇 명 정도입니까?“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가장 효과적으로 학생들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학생수를 과학적으로 측정해서 학과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가장 언어 수업에 효과적인 학생수는 약 16명인 것으로 결론이 나왔죠. 그래서 현재 약 16명 정도의 학생들이 한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중국어는 HSK라는 통일된 격식을 통해 능력을 측정 받고 중국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편입니다. 반면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인가요?"최근 몇몇 언론에서 중국은 가르치는 지역에 따라 북방은 조선어, 남방은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정말 오해입니다. 저희는 항상 같은 언어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어, 조선어(조선족 언어), 한국어 사이에 상이한 표현이 있으면 항상 이를 학생들에게 상기시킨 뒤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현재 중국 내에는 통일된 한국어 교과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학교마다 다른 교과서로 수업할 수밖에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마다 다른 언어를 가르친다는 말도 이런 상황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한국어 능력 시험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많은 중국 학생들이 한국에 유학을 가기 위해 이 시험을 보고자 하는데, 일년에 한번밖에 실행이 되고 있지 않아요.그것도 상해와 북경 이외의 지역에선 응시가 불가능합니다. 최근에서야 칭따오에서 응시가 가능하게 되었죠. 이러한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복단대 한국어 센터 - 최근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어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나요? 그리고 최근의 한국어 바람이 단순한 ‘한류 열풍’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신가요?“아니오.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실 한류 열풍이 중국에 들어오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이죠. 하지만 그 이전부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쭉 있어왔습니다. 특히 한국이 경제적으로 빛나는 성장을 이룩하면서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졌어요.아마도 경제 성장이 가장 큰 요인일 겁니다. 그리고 한국어의 인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번 저희가 강의를 개설할 때 예상했던 학생수는 50명 남짓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은 200명에 달했어요. 이것만 봐도 한국어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최근 북핵 문제, 한국 정치 상황의 혼란 등에 대해 중국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그에 대해선 애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은 정말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입니다. 민주주의가 제도화 되어 있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어요.지난번 IMF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을 보면서 감동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한국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이곳 학생들은 비난하기 보다는 걱정하는 편이지요.” ▲ 한국어 교재 ⓒ 피경훈 -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통일된 교과서가 없다는 점, 즉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이 아직 미비하다는 점입니다. 체계화 되어 있지 않으니까 교육 과정상의 혼란이 오고, 학생들도 혼란을 겪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수간 학생간 교류도 정말 절실하다고 생각해요.현재 복단대는 모두 조선족 선생님들입니다. 한국인 선생님들로는 전남대 교수님들이 일년에 한분씩 교대로 와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요를 충당하기에 너무 부족합니다. 보다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어과 고급반 종혜문 학생 한국어, 어렵지만 재미있어요!교수님을 취재하고 이번엔 한국어과 학생들을 직접 만나봐야 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중국 학생들은 ‘고급반’ 학생들 3명이었다. 종혜문(21・한국어반 반장), 왕의(21), 오목주(21), 이들은 기자가 중국어로 말을 걸자 한국어로 유창하게 대답할 정도의 상당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인터뷰는 거의 한국어로 진행될 수 있었다.

- 한국어 배우기 어떠세요? 교재는요?왕의: "어려워요. 특히 어법과 발음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한국어는 어미의 변화가 너무 다양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 등등등’, 어미변화가 너무 다양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재미있어요. 하지만 교재가 좀더 재미있었으면 좋겠네요. 교재가 너무 딱딱해서 좀 지루할 때도 있거든요.”- 사실 한국어는 영어나 일어에 비해 그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왜 한국어를 배우시죠?”왕의: "사실 중국인들 중에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그런 경우지요, 일본에 대해선 과거에 우리나라를 침략한 나라라서 그런지 정이 안가네요. 한국이 같은 동양 사람인데다가, 서로 특별히 좋지 않았던 기억도 없어 가장 친근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어를 선택했죠.”종혜문: "영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경제 교류도 많아지고, 서로 문화적으로도 교류가 많아지면서 한국어는 중국인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언어가 되고 있어요.”- 한국어 능력검정시험이라는 게 있죠? 어렵나요?”왕의: "아니오.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시험을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한국어 문장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한국어 공부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오목주: "한국어 능력 시험은 듣기, 문법, 어휘, 쓰기, 읽기 다섯 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일 어려운 부분이 듣기하고 읽기예요.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 두 영역을 1시간 30분에 걸쳐서 한꺼번에 보거든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항상 시간이 모자라요. 문제양이 시간에 맞지 않게 너무 많아요.”종혜문: "검정 능력 시험이 좀 자주 치러졌으면 좋겠어요. 토플 같은 경우 일년에 네 번이 치러지는데 반해 한국어 능력 시험은 일년에 한 번밖에 치러지지 않으니까, 시험을 자주 봐서 성적을 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중국 학생들 중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에 반해 한국어 교재나 문제집 등을 구하기는 너무 어려워요. 안타깝죠.”- 한국 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왕의: "요즘 중국에 들어오는 한국 드라마, 노래 모두 너무 좋아요. 저희도 공부를 하는 겸해서 자주 보고 듣죠. 하지만 전통 문화에 대해 공부할 때면 중국과 너무도 흡사한 게 많아 따분할 정도예요. 한국 전통 문화 중에서도 중국과 다른 색다른 면들이 많이 부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유학 오고 싶으신 생각은 없나요?”오목주: "물론 있죠. 그런데 한국에 대해 소개해 놓은 책자도 별로 없고, 일단 한국 생활에 대해 잘 모르니까 막상 유학을 가려고 해도 엄두가 잘 나질 않아요. 한국 생활, 물가 등 실제 생활에 대한 정보가 잘 소개되지 않고 있어요. 한국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가 중국 학생들에게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학교 중에 어떤 학교가 좋은 지도 잘 모르겠구요….”중국 학생들의 한국어 사랑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그들의 열정에 비해 한국에서 제공되는 인프라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교재 또한 정식으로 만들어진 교재가 아닌 학교 측에서 중요한 문장들을 짜깁기 해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중국 땅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과연 한국은 자신의 언어를 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언어는 단순히 말이 아닌 한나라의 문화와 정신을 담고 있는 그 나라를 볼 수 있는 ‘창’인 것은 이미 상식이다.

더구나 한국어는 그 나름대로의 용이성과 과학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언어이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들에게, 특히 중국인들에게 소개되는 한국어 교육은 아직도 그 체계상의 문제점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 좋은 언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중국 또한 그 전쟁의 강력한 경쟁자이다. 동양 문화의 원류인 중국 문화가 언제 다시 한국을 뒤덮을지 모른다. 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피경훈 기자 (gramscist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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