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영화를 "선택" 하시겠습니까?

2003. 10. 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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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오늘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이 영화를 볼까 저 영화를 볼까, 어느 길로 가면 덜 막힐까…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사소한 선택이라면 적당히 결정하고 지나치겠지만, 그것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선택이라면 심장을 쥐어짜는 고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선택> 포스터 (출처 : http://www.lottecinema.co.kr) 23일 개봉한 영화 <선택>은 ‘북"과 "남"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출품작 중 관객으로부터 최고의 호평을 받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PSB 영화상‘을 수상한 <선택>.이 영화가 서울 메가박스, 씨네큐브 등 6개 상영관 외 인천, 경기, 청주,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마산, 부산, 제주 등 10개 지역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롯데씨네마와 MMC(만경관)에서 상영중이다.

“선택은 다른 한 쪽을 버리는 것“45년 복역... 기네스북 최장기수로 기록된 김선명씨 실화45년. 청년이 노인이 되는 세월이다. 스물 다섯의 나이로 유엔군에 생포된 김선명씨가 9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다시 햇볕 아래 섰을 때,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홍기선 감독은 <선택>을 통해 비전향장기수들의 ‘갇힌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김씨가 실제 복역했던 신대전교도소에서 촬영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0.75평의 공간, 지속적인 전향요구, 잦은 고문과 폭력, 지독한 외로움… 이 모든 것과 싸워온 시간. 이를 두고 전향서 한 장 쓰면 될 걸,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억압하는 세상으로부터 김선명씨를 지탱해준 것은 자신의 신념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른 그는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선택은 어느 한 쪽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한 쪽을 버리는 것이다.““사상 대립보다 인권문제로 봐줬으면“부산국제영화제, 시사회 관객 호응도 높아 대구 상영관, <선택> 상영 생색내기? 관객 몰리는 저녁 시간대 제외 돼 대구에서는 현재 두 곳의 영화관에서 <선택>이 막을 올렸다. 하지만 <선택>이 관객들로부터 ‘선택‘ 받는데는 다분히 현실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실정.대구 롯데씨네마의 경우 오전 시간대에만 영화를 배치했으며, MMC(만경관)은 오후 5시 35분이 마지막 상영이다. 이에 최영주(28)씨는 “관객들이 주로 영화를 관람하는 저녁 시간대를 피한 것은 단순한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택>을 관람한 최씨는 “실제 영화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반면, 실제 영화를 보기까지가 힘들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선택>은 대구롯데씨네마 8관에서 오전 9시 30분, 11시 40분 두 차례 상영되며, MMC 12관에서는 오전 10시 50분, 오후 1시 5분, 3시 20분, 5시 35분에 관람가능하다. / 위정은 96년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작년 10월에 마무리 작업, 올 4월경 현재 상영되는 작품으로 완성된 이 영화는 분명 ‘사상적 대립‘, ‘분단 국가의 현실‘과 같은 정치적 이슈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홍기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인권문제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겼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장기수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러한 감독의 바람은 영화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택>을 관람한 정선미(22)씨는 “연기와 연출이 훌륭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JSA를 볼 때와의 느낌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씨는 “사상적인 부분을 강요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으며, 그토록 암울한 시대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선택>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시사회에서 관객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영화홍보를 담당하는 ‘올 댓 씨네마‘ 이수진 대리는 전국 10개 지역 영화 상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바람이 있었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시사회 관객들 또한 ‘휴머니즘 드라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장기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시급“ ▲ <선택> 중 한 장면 (출처 : http://www.lottecinema.co.kr) 한편 영화 속 주인공 김선명씨를 비롯한 비전향장기수 63명은 지난 2000년 9월 2일 6.15 남북공동선언 3항(비전향장기수 인권문제)에 따라 북송됐지만, 2차 송환을 기다리는 장기수 30명은 아직 남쪽에 남아있다. 양심수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고립, 폐쇄된 생활로 송환에 대한 정보와 통보를 받지 못했거나, 사상전향제도 아래 강제 전향한 사람들‘이라 한다.

대구경북지역 양심수후원회 윤보현 사무국장은 “정부에서는 ‘비전향 장기수는 모두 송환됐다‘고 말하지만, 폭력과 고문에 의해 강요된 전향은 전향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1차 송환에서 제외된 장기수들은 2001년 2월 6일 ‘전향철회선언‘을 하고 북으로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윤보현 사무국장은 “사상적 문제를 떠나 인권적 차원에서 장기수들을 송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대부분의 송환 요구자들이 고령임을 감안할 때(80살 이상 8명, 70살 이상 17명, 68살 이상 4명) 하루 빨리 고향으로 보내드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들은 전국적으로 30여명이며, 대구지역에도 4˜5명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선택‘은 당신의 몫 ▲ 영화 <선택>은 김선명씨가 실제 복역했던 신대전 교도소에서 촬영해 현실감을 더했다.(출처 : http://www.lottecinema.co.kr) 비록 황금 시간대에 배치되지는 못했지만 ‘비전향장기수‘의 삶을 그린 영화가 전국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딱딱하고 지루한 영화‘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TV광고와 인기배우를 앞세운 ‘흥행작‘ 속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의외의 기쁨‘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개봉했다. 이제 남은 것은 관객의 선택이다. 당신은 이 영화를 ‘선택‘하겠는가. /위정은 기자 (sum1130@hotmail.com)<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참언론대구시민연대 기자단 공동취재>"대구 지역의 숨은 이슈를 찾아 젊은 감각으로 보도하고 있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이하 참언론) 기자단은 김혜진, 배혜윤, 위정은, 정선미, 허미옥(참언론 사무국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대구가톨릭대학 교지편집위에서 활동했던 정선년이 합류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 전체가 대학생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지역 언론이 외면한 민심을 읽어내고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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