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가 심봉사 딸이라고?

2003. 10. 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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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장상용 기자] 인당수 사랑가심청가와 춘향가를 조합, 방자 말 터지면 그야말로 포복절도 이(爾)연산군이 양성애자로 등장, 장녹수와 광대간 삼각관계 상상 초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느니라. 지금 떨어지는 눈송이는 꽃보다 더 불쌍하지 않느냐. 땅에 떨어지면 녹아버릴 것을." 공연이 끝나자 변사또의 애절한 사랑과 허무주의적 캐릭터에 반한 여성들의 공연평이 터져 나온다. "변사또가 너무 멋있지 않아?" 게다가 심봉사의 딸 춘향이는 이몽룡을 기다리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변사또의 진지한 구애를 감당하지 못한 춘향. 과거 급제해 금의환향한 이몽룡 역시 춘향을 따라 인당수행을 택한다.

우리 고전과 역사를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두 공연 인당수 사랑가.12월 28일까지 삼청각 일화당 와 이 (爾.11월 2일까지 정동극장)가 재해석의 묘미를 극대화하며 공연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판소리 심청가 춘향가 두 고전을 섞어 재해석한 사랑이야기인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는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해 화제가 된 작품. 원일이 작곡한 신명 나고 구슬픈 전통가락도 일품이지만 자유분방한 재해석이 압권이다.

말이 되고 안 되고는 나중 이야기다. 춘향이가 심봉사의 딸이 되고 뺑덕어멈은 밀고를 해 춘향과 몽룡을 갈라놓는다. 철 없는 심봉사가 앙탈을 부리고 여러 속담을 "짬뽕"한 방자의 애드리브가 터지면 관객은 영락없이 자지러진다.

실제 인물과 인형이 번갈아 몽룡과 춘향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도 신선함을 준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속에서 웃음과 슬픔이 시도 때도 없이 교차된다.

연극 이 역시 자유로운 상상과 재해석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이"라는 말은 조선조 때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 연산군과 장녹수, 연산군일기 에서 잠깐 거론된 궁중광대 공길을 비중 있게 등장시켜 삼각관계로 엮는다.

연산군은 장녹수와 공길을 동시에 사랑하는 양성애자. 궁중광대이면서권력을 지향하는 공길과 장녹수는 연적이자 정치적 라이벌로 설정한다. 공길은 장녹수의 음모에 빠져 자살하고 말지만 결국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연출자 김태웅 씨는 "이 극의 내용은 상당 부분 허구다. 왕 앞에서 놀던 개그맨들을 통해 삶의 원동력으로서 진정한 놀이와 웃음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산군과 공길의 인간적 고뇌. 삶이나 죽음이나 매한가지라는 철학적주제로 분위기는 무겁다. 하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반대 급부도 있다. 난이도 높은 곡예로 무장한 광대들의 놀이와 재담 장면. 풍류를 즐기는 연산군의 연회 장면 등에서 웃음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장상용 기자 enisei@dailysports.co.kr- Copyrights ⓒ 일간스포츠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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