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항쟁의 두 성지를 잇는 국토횡단 완행열차

2003. 5. 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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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성지를 잇는 국토횡단열차 ▲ 경전선 국토횡단열차가 승객들을 태우고 있다. ⓒ2003 장영철 한국현대사에서 민중항쟁의 상징지로 꼽히는 부산, 마산과 광주. 이 두 민주성지를 잇는 철길, 경전선을 따라 완행열차가 거친 숨을 몰아치며 달리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 3등열차로 불리던 비둘기호는 장거리 구간은 서울 용산역에서 부산진역과 목포역을 운행했으나 경제성장에 따라 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장거리 완행열차로는 이제 동서를 잇는 이 곳에서만이 남아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한 경전선 ▲ 경전선의 최종 개통구간에 자리한 전남 광양의 진상역 ⓒ2003 장영철 경전선은 경부선의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과 호남선의 광주광역시 송정역을 연결하는 철도로 총길이는 324.8 km다.

삼랑진〜마산까지의 마산선, 마산〜진주간의 진주선, 진주〜순천을 잇는 경전선과 순천〜송정의 광주선이 합쳐져 연결됐으며,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한 철도라는 뜻에서 두 도의 첫 글자를 따서 경전선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 가운데 삼랑진〜마산간 철로가 1905년 처음 열린데 이어 송정〜순천간이 1922년, 마산〜진주간이 이듬해인 1923년에 각각 개통됐고, 나머지 구간인 진주〜순천간은 1968년에서야 개통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전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비둘기호가 통일호로 ▲ 지금의 완행열차는 냉난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2003 장영철 옛날 마주보며 앉는 객실 좌석의 비둘기호는 90년대 들어서면서 사라지고 특급열차라 불리던 통일호 객차가 도시통근열차라는 이름으로 대체 운행하고 있다. 이같은 열차체제는 관광호-특급-완행의 70년대 객차등급이 80년대 새마을-우등(무궁화)-통일-비둘기의 4등급에서 오늘날 새마을-무궁화-통일(도시통근)로 개편된 데 따른 것이다.

여름날 천장에서 빙빙 돌아가던 자그마한 선풍기와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존해 더위를 식히며 여행길의 낭만을 그렸던 완행열차는 이제 에어컨이 켜진 냉방차로 바뀌었다.

8시간의 지루한 여행길 ▲ 진주까지 운행하는 새마을호. ⓒ2003 장영철 경전선을 통행하는 열차는 완행열차인 통일호 뿐만은 아니다.

부산에서 목포까지를 무궁화호가 낮과 밤시간대 하루 두 차례씩 왕복 운행하고 있고 경전선 전부를 운행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진주까지 노선에 새마을, 무궁화호가 수회에 걸쳐 운행하고 있다.

아침 6시22분에 광주를 출발한 통일호는 모든 역을 정차하면서 승객들을 싣고 7시간 50분만인 오후 2시9분에서야 부산진역에 도착한다. 반대로 부산진에서 낮 12시 25분에 출발한 통일호는 밤 8시가 되어서야 광주역에 마지막 승객들을 내려놓는다. 다른 대중교통수단인 고속버스보다 운행시간이 2배가 넘게 소요된다.

승객 대부분은 단거리 이용객 ▲ 승객 대부분은 연로하신 분들이다. ⓒ2003 장영철 통일호운임은 부산〜광주가 8,300원으로 우등고속 18,700원과 일반고속 12,700원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시간과 운임은 반비례하는 셈이다. "빠른 것"을 찾아가는 현대인들에게 8시간을 들여 기차를 타라면 거의가 사래를 저을 것이다.

이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 대다수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들로 연로한 분들이 많다. 그나마 장거리 이용승객은 거의 없고 구간구간에 따라 승객들이 타고 내릴 뿐이다. 이들 단거리 승객들은 시외버스 등 별다른 대중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객실승무원이 설명했다.

야유회를 떠나는 승객도 줄어 ▲ 섬진강철교에서 본 하동송림, 기차타고 가던 야유회의 명소이다. ⓒ2003 장영철 완행열차의 또 다른 추억거리는 열차 내 판매원. 기차를 타고 가면서 사먹었던 삶은 달걀이며 김밥, 음료수는 어린 시절 소풍을 갔던 추억을 되살리곤 했다.

철도청 협력단체인 홍익회가 운영하는 "판매 리어커"는 아쉽게도 이 열차 안에서는 찾아 볼수가 없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구간구간 탑승한 단거리 승객들이 주전부리를 할 일도 없거니와 경전선의 전체구간의 3분의1가량인 순천〜보성간은 열차가 거의 텅빈 상태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승무원들도 한 정차역에서 주문한 도시락을 받아 열차 안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객실승무원은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장거리 승객이 많았다고 전해 들었으나 최근에는 전체 승객마저도 60%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일요일, 먹을 것을 준비해 도심에서 가까운 야외로 떠나는 단체승객들도 이제는 이 기차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역사도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 ▲ 경전선에는 간이역이 많다. ⓒ2003 장영철 승객들이 줄다보니 따라서 줄어드는 것이 기차역 사무실과 대합실. 경전선에는 80년대부터 역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현재 많은 역사가 폐쇄되고 간이역으로 전환됐다.

간이역은 열차 표를 파는 곳도 없다. 시간에 맞춰 나와 간이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기차가 와서 정차하면 곧바로 승차한다.

요금은 객실 내에서 승무원이 직접 와서 차표를 끊어줄 때 내면 된다. 간이역에서 내리는 승객들의 승차권도 승무원이 받는다.

자주 이용하는 승객과 늘상 이 노선을 오가는 승무원, 그들은 낯이 익다. 어쩌다 보면 반갑고 그래서 완행열차의 정겨움이 있는지 모른다.

두 종착지의 역사성을 이어가길 ▲ 플랫폼에 완행열차가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2003 장영철 60〜70년대 무전여행한답시고 돈 안내고 기차를 이용했던 대학생들은 이젠 아예 없을뿐더러 이들의 완행열차 탑승도 크게 줄었다. 운임이 비싼 것도 아니고, 정당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고의 변화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열차의 느린 운행시간과 기차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다시 한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의 탓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경전선의 국토 횡단 완행열차는 부산, 마산과 광주가 주는 역사성을 인식하며 사색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데 그만이지 않을까 그려본다.

빠른 것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발걸음을 추스릴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열차 안에서의 우리 어른들의 삶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장영철 기자 (hawkin@hanmail.net)<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철도청에서는 홍익회에 손실보상을 해서라도 경전선 장거리 통일호에 홍익회판매원을 배치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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