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정치인-개그맨, 두 "권영길"의 만남

이한기/박수원 2003. 4. 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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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및 정리 : 이한기(사회)・박수원 기자- 사진 : 이종호 기자- 동영상 : 김호중・김이연심 PD@IMG1@ 행복하십니까?-오리지널 버전 / 김호중 김이연심 PD 두 권영길의 3자토론 아이템 회의! / 김호중 김이연심 PD 코믹 정치판? 저질 개그판? / 김호중 김이연심 PD14일 저녁 7시 여의도의 한 음식점. 정치인 권영길과 개그맨 권영길이 만났다.

권영길(62) 민주노동당 대표와 TV 속의 권영길인 개그맨 김학도(33)씨는 초면이 아니었다. 지난번 민노당 전당대회 때 김씨가 사회를 맡은 인연도 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김씨는 권 대표를 만나자마자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를 대하는 태도가 무척 살가웠다. 권 대표와 김씨의 나이는 정확히 29살 차이니 실제로도 아버지와 아들 뻘 된다.

방송국 녹화 때문에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김씨는 미안한 기색이었다. 권 대표가 "대 스타를 만나게 되니 영광"이라고 추켜세우자, 겸연쩍은 표정으로 "제가 사실은 권 대표님보다 눈이 큽니다(웃음). 권 대표님은 눈이 작지만, 눈매가 처져서 선해 보이시죠. 그런데 저는 눈매가 위로 좀 올라갔습니다"라며 화답했다.

이날 두 권영길의 만남은 애초 "포장마차 정담"이라는 컨셉트로 기획된 것이었다. 실제 권영길과 MBC "코미디 하우스"의 3자토론에서 권영길 역을 맡은 김학도씨가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서 속내를 털어놓게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씨가 며칠 전에 쓸개 수술을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금주해야 하는 처지였다. "술은 생명수"라고 여기는 권 대표와 "사이다를 술 삼아야" 하는 김씨, 그 둘간의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됐다.

권영길 대표, 김학도 버전으로 "요즘 행복하십니까…"저녁 겸 술상을 마주하고, 권 대표가 김씨에게 "요즘 행복하십니까"라고 김학도 버전의 방송 멘트를 날렸다.

김학도 대표님 덕분에 과분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사실 떠밀리다시피 (권영길) 역할을 맡았어요.(노무현・이회창・권영길의 성대모사를 하며)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는 목소리 흉내내기가 쉬운데, 대표님 흉내내기는 참 어렵거든요. (지난해 대선 때 권 대표가) TV토론에 출연한 녹화 테이프를 보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는 그렇고, 아무리 분장을 잘 해도 대표님의 선한 눈매가 나오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IMG2@권영길 솔직히 김학도씨가 대박을 터뜨려 나도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 노동자들이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면 3자토론을 봐서 그런지 원조인 권영길이 한 번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를 해보라고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그런 반응을 보고 대박이 터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김학도 (3자토론의 권영길 역을 맡고 나서) CF가 들어오기도 했어요. 어느 회사에서 요구르트 광고를 찍자고 해서 고민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권 대표님께도 상의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더라구요(웃음). 다음에 CF 제안이 오면 권 대표님과 함께 출연하는 게 어떨까요.권영길 그럼 김학도씨도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습니까?"웃음소리와 함께 건배 제의가 오갔다. 술잔을 부딪히기에 앞서 권 대표가 "민노당식 건배"를 제안했다. 모두 흔쾌히 OK. 권 대표가 잔을 높이 들고 "세상을〜"이라고 선창하자, 김학도씨와 다른 참석자들 모두가 힘껏 "바꾸자"를 외쳤다.

김학도 요즘 제(권영길) 지지율이 부동의 1위입니다. (인터넷상에서) 한때 53%까지 올라갔어요. 지금은 조금 떨어졌지만 두 사람(노무현・이회창)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많아요.권영길 그 지지율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요. 일요일(13일)에 덕양갑 선거 지원 유세를 갔다가 식당에 들렀더니 마침 3자토론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사람들이 그걸 보다가 나를 보더니 "진짜가 왔네"라고 하더라구요.김학도 3명 중에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그래서 기획 아이디어도 제가 가장 많이 내요. (김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민노당 관계자들과 통화를 하고, 정책 자료나 성명 등을 전자우편으로 받아 아이디어 회의 때 녹여낸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권 대표님이 좀더 움직이셔야겠어요. 그래야 제가 (방송에서) 할 이야기가 많아지거든요.권영길 음, 정말 내가 자꾸 움직여야 김학도씨가 방송할 게 생기겠군요.김학도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전직 대통령들께서 돈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전두환 전 대통령은 "땅 파 봐라, 돈이 나오나. 마당 파 봐, 돈이 한푼이라도 나오나"라고 했다고 하네요.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권영길 전직 대통령 문제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해요. 대선 당시 거리 연설을 하면서 그와 관련한 말을 했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2000억원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돈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일반 사람들은 (추징금을 못 내면) 다들 몸으로 때우잖아요. 그게 평등한 것 아닙니까.@IMG3@김학도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돈이 없다고 하던데. 제가 알기로는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월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다는데. (김 전 대통령이) 너무 과소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권영길 (농반진반으로) 아들 선거 자금 대주나. 지난 번 거제도에 갔을 때 보니까, 김현철씨가 거제도에 아파트를 얻어놓고 살고 있다고 하던데. 기원에 나가서 바둑도 두고. 노태우씨는 순진해서 그런지 자기 이름으로 많이 해둬서 추징을 많이 당했고, 전두환씨는 벤츠하고 집 빼고는 자기 이름으로 된 것이 거의 없다는데. 어쨌든 그런 쪽에서는 전두환씨가 머리가 더 비상한 거야.사회 정치 코미디를 하다보면 어려운 점도 많을 텐데.김학도 제가 연기하는 것 때문에 혹시 권 대표님이 불쾌하지 않을까, 대표님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치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하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합니다. 혹시 저 때문에 민주노동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사회 어느 캐릭터이건 간에 자기가 맡은 역할에 대해 애정이 생긴다는 얘기도 종종 합니다만. 김학도씨는….김학도 (어느 캐릭터를) 제대로 묘사하려면 우선 애정이 있어야 해요. 학교 다닐 때도 좋아하는 선생님 흉내를 그대로 내게 되잖아요. 좋아하지 않으면 제대로 묘사할 수 없습니다. 인카네이션(incarnation), 화신이라고 하나요. 저는 권 대표님의 육성을 녹음해 놓고 집에서 잘 때도 틀어 놓습니다. 틀어놓고 잠을 자면 귓속으로 들어와요. 깨어나도 귓속에 환청처럼 권 대표님 목소리가 들리는 거죠.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아래층에서 항의를 한 적도 있어요. 육성을 통해 공약 같은 것을 다시 숙지하고, 비유법도 배워서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정몽준 폭탄"으로 10년 만기 적금 든 셈이다"사회 권 대표께서는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한나라당을 부패원조당, 민주당을 부패신장개업당으로 표현하는 등 적절한 비유를 해서 유권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그런 비유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권영길 정책을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우선 정서적으로 다가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민주노동당 하면 머리띠나 삭발 같은 게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했거든. 그래서 같이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검토해서 만들어낸 말들이지요.사회 지난해 12월 18일 밤, 소위 "정몽준 폭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게 권 대표와 민노당이라고 하는데.권영길 누구는 최대 피해자가 한나라당이라고 하지만 사실 최대 피해자는 민주노동당이에요. 그렇지만 일시적인 피해라고 봐요. 긴 세월을 놓고 봤을 때 분명히 보탬이 될 수 있을 거야. 진보운동은 낙관적이지 않으면 못 견디거든. 사람들이 그 사건 때문에 부채를 많이 갖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적금 들어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적금 들어놨으니 이자까지 붙여서 갚겠지(웃음). 10년 만기 적금이니까, 2012년에는 (민노당이) 집권할 수 있을 거야. 조건이 좋아지면 5년 후에 해약할 수도 있고.@IMG4@사회 지금까지 10차례 정도 "3자토론"이 방영됐는데, 그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무엇이었습니까.김학도 (이라크전 및 파병 반대로) 1인 시위할 때였어요. 권 대표님처럼 국회 앞에서는 못하고, MBC 앞에서 했어요. 이라크 전쟁 반대 1인 시위였지요. "전쟁 나면 행복하십니까"라고 외쳤더니 진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진짜 1인 시위처럼) 호응이 참 좋았어요. (실제가 아니라 코미디이긴 했지만) 찡 하더라구요. 박수도 많이 받았고, 제대로 된 코미디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었습니다.

긴장이 풀리고 화기애애한 이야기 보따리가 풀리고 있던 차에 김학도씨가 권영길 대표에게 "청탁"을 했다. 한 번 "코미디하우스" 3자토론 코너에 우정 출연해 김학도 후보지지 연설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자기가 시범을 보인다.

"국민 여러분, 노동자와 농민이 살 맛 나는 코미디를 하겠습니다. 김학도 후보를 1% 지지해 주시면 좀더 웃을 수 있고, 5% 지지해 주시면 국민 여러분들이 당장 웃을 수 있고, 10%를 지지해 주시면 항상 웃게 됩니다. 국민 여러분, 김학도 후보를 지지해…."참석자들은 웃는데, 정작 권 대표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권 대표는 "지금은 재보궐 선거 기간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어렵고, 나중에 의논해서 결정하자"며 "민노당 사람들과 상의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순간, 김학도씨가 "지금 그것 때문에 PD와 카메라가 대기중인데…"라며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김학도씨는 3자토론에서 이회창 후보 역을 맡은 박명수씨와 93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동기다. 어느덧 김씨도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다.

@IMG5@김학도 데뷔 10년만에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것은 처음입니다. 인터넷에 감사 편지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권영길 아무래도 사람들이 (3자토론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브라질 노동자(PT)당 소속 룰라 대통령은 4번 도전한 끝에 승리를 했는데, 2번째인가 3번째 선거에 나왔을 때 구호가 "국민 여러분,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였거든. 김학도씨가 말하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것도 사실은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겁니다.

어느덧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정작 식사를 제대로 못한 두 사람에게 잠시 "휴식 시간"을 제안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김학도씨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이며 "이야기하는 동안 (코미디하우스) PD에게 계속 연락이 왔다"며 권 대표에게 PD와 한 통화를 해달라고 조른다.

"안녕하세요, 권영길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출연하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대표가 움직이는 것이니 만큼 논의를 해야 하거든요. 이번 주에는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선거법에 걸리거든. 지금은 어렵고. 무슨 이야기인지 아니까 당내에서 논의해볼게요."긴장한 채 통화 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김학도씨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아까보다는 (권 대표의 출연 문제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두 사람은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나갔다.

김학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다음 대선에 나오나요.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권영길 (한나라당 안에서) 그렇게 몰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김학도 민주노동당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원당에 갔더니 플래카드 보니까 느낌이 좋더라구요. 여의도에도 민주노동당 버스가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 버스를 보면 저도 손을 흔들어요.권 대표는 상반기 안에 평양에 다녀오고, 5월에는 유럽, 하반기에 브라질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두 노동자들의 정당이 집권을 했는데, 우리만 못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두 명의 권영길, "단일화 포장마차"에서 러브샷시계를 보니 얼추 밤 9시. 대화가 시작된 지 두 시간 가량이 지났다. 2차로 간 곳은 "단일화 포장마차". 지난 대선 때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뒤 러브샷을 하며 유명해진 곳이다. 기자가 이런 사연을 소개한 뒤 권 대표에게 "단일화 포장마차에서 러브샷을 하면 대통령이 된다"고 하자 빙긋이 웃는다.

쭈꾸미와 꽁치 안주를 갖고 오는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김학도씨가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며 너스레를 떤다.

@IMG7@사회 정치와 연예인의 관계…. 이전에는 동원되기도 했는데.권영길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진보정당이든, 보수정당이든 정치의식이 중요해요. 이브 몽땅 같은 친구는 공산당원이었고. 프랑스의 경우는 동원하는 게 아니거든. 배우들, 노래하는 사람, 코미디 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이 분명해. 이론적으로 자기 입장을 발표하고.김학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20대에는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정당에서) 돈을 주면 갔어요. 아침, 저녁으로 정당을 바꿔가면서 간 적도 있어요. 그러면 안되는 건데, 국민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후배들이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절대 (돈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릴 거예요.권영길 그래도 많이 발전했어요. 명계남・문성근씨는 주관을 갖고 (지난해 대선 때) 엄청난 역할을 했지. 앞으로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생각을 갖고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지요. 할리우드 배우들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모금하면 후원금을 내고, 반전 행사에도 동참하고. 박찬욱 감독이나, 변영주 감독, 탤런트 정찬씨도 민노당원이에요.사회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 가량 됐는데, 권 대표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권영길 노무현 정권이 성공하지 않으면 안 돼요. 우리가 볼 때는 (노 대통령이) 진보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진보정당하고 같은 부류로 취급하고 있거든. 노 정권이 실패하면 진보정당이 더 어려워져요. 실리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진보는)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야 하거든. 사실 (요즘 노 대통령의 행보가) 좀 안타까워.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개혁성이 불분명하고 혼재돼 있어. 개혁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면 안돼.너무 주류나 기득권 세력을 과대평가해도 안되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되거든. 개혁과 안정이 동시에 굴러갈 수 있느냐, 그건 아닌 것 같아.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자기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이야.@IMG8@사회 "코미디 같은 정치, 정치 같은 코미디"라고 하는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권영길 코미디를 그렇게 모독하면 안돼요. 코미디 같은 정치라고 하면 (냉소적으로) "웃기네"라고 하는 거거든. 저질 코미디의 책임은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정치인에게 있어요. 앞으로는 좋아지리라고 봐요. (만약 내가 코미디 프로에서) 멍청하게 나오면 나는 인정할 수 있지만 당원들이 난리 칠 거예요. 그러나 (우리 사회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면 그렇지 않거든. 그렇게 (정치인을 코미디 대상으로) 가공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3자토론은 정치수준도 높이고, 코미디 수준도 높이고 있어요.김학도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코미디를 보면서 정치의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소재를 주시니까(웃음). 정치에서 코미디 소재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으면 좋겠지만. 정치인들에게 코미디를 하라고 하면 못 할 거예요.정치인이 코미디언이 된 적은 없지만, 코미디언이 정치인이 된 적은 있었죠. 그동안 (코미디 소재에 대한) 억압과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이 고쳐져야 돼요. 지난 번 녹화 때 박명수씨가 "코미디는 원래 속고 속이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대사를 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정치가 우스꽝스럽게 돼 패러디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권 대표님, 절대 삭발은 하지 마세요"김학도씨가 막바지에 권 대표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권 대표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도 롱런 합니다. 그건 그렇고, 삭발을 하시면 절대 안돼요."권영길 김학도씨 두상을 보니 삭발하면 예쁠 것 같은데(웃음). 그렇다면 한 번 오랜만에 삭발을 해야겠는데.김학도 아이구. 그렇지 않아도 이번 방송 녹화 때 바리캉 들고 나와 "정 그러면 저 삭발합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삭발이야기가 나오자 참석자들은 모두 호탕하게 웃었다. 잠시 후 김학도씨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어머니에게 온 전화였다. 김학도씨는 "지금 권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하고 있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권영길 김학도씨 어머님이 그렇게 힘드셨던 걸 몰랐네. 한 번 김밥집에 찾아가야겠네. 24일 재보궐 선거 끝나면 한 번 갈게. 대치동이라고 했지? 나는 일원동에 부모님이 사시니까, 가까워.김학도 대표님이 오시면 난리 날 거예요. 그리고 민주노동당 소풍갈 때는 우리 김밥집에 주문하세요(웃음).@IMG9@밤 10시30분. 만난 지 어느덧 3시30분을 넘겼다. 권 대표와 김학도씨는 단일화 포장마차에 온 기념으로 러브샷을 했다.

김학도 대표님, 건강하셔야 해요. 저도 초창기인 94년에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 기인열전 등으로 인기가 좋았는데 세월이 흐르니까 인기가 물거품이더라고요. 그 때 밀려오는 공허감을 못 떨쳐버려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많아요.권영길 맞아,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인기는 물거품이야. 올라갔다가 꺼지는 거거든. (그걸 견디려면) 내공이 있어야 돼. 정치인 중에도 순간적으로 인기가 있다고 해서 흘러간 사람들 얼마나 많아.김학도 내공의 힘이라는 것이 쌓여서 3자토론으로 반응을 얻고 있는데, 권 대표님도 불모지를 개척해서 지금 힘을 받고 있는 거잖아요. 인기도나 지지도가 낮으면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힘들어요. 그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해요.4시간 가까운 통음 대화를 마치고 김학도씨가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권영길 대표는 취재・사진・동영상 등 <오마이뉴스> 기자들에게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한 잔씩 건넸다. 그의 말처럼 "생명수"를 건넨 것이다. 적당히 마시면 사람들 간의 벽을 없애기도 하고, 서민들의 고단한 어깨를 주물러주는. 어느덧 밤 11시가 넘어가고, 권 대표의 얼굴이 펴진 만큼 그를 수행하는 보좌진들은 좌불안석이다. 권 대표를 찾는 또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두 권영길은 만났고 헤어졌다. 밤 깊은 여의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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