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황사 횟수 줄고, 강도도 약하다

조창완 2003. 3. 2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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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2002년 3월 20일은 사상 최악의 황사로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다. 올해도 황사는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다. 기자는 올 황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3월 12일부터 18일까지 황사의 근원지인 중국 깐수성을 비롯해 닝샤, 네이멍구, 산시(山西), 샨시(陝西) 성 황사근원지들을 돌아봤다.

그 결과 올해 황사는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강도에 있어서도 지난해에 비해 약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기자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황사 근원지의 강수상태나 지금의 토양상태,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한 것이다.

산시성 황사 경유지 대부분 눈에 덮여있어@IMG1@기자가 가장 먼저 경유한 곳은 베이징과 톈진을 비롯해 허베이성 등지의 국지적인 황사의 원인이 되는 산시성(山西省) 지역이다. 기자가 경유하는 3월 12일 봄기운이 서서히 올라와야할 산시성에는 적지 않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지난해 3월 25일경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겨울에 강설량이 급증해 땅에 습기가 많아 황사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산시성 타이위안을 경유해 린펀(臨汾)에서 샨시성(陝西省)쪽을 향했다. 이 길은 샨시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통과하고, 그 지역 또한 황사의 발생지가 되고 있는 루량산(呂梁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석탄산지 가운데 하나인 루량산은 아직도 눈이 적지 않이 쌓여있었고, 고개 부근에는 계속해서 적지 않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지에는 설화가 만발하고, 도로에서는 빙판에 미끄러져 산 아래로 추락한 트럭이 목격되어, 승객들은 적지 않은 공포감에 빠져야 했다.

루량산을 넘어서, 4시간 정도 달리면 산서성과 샨시성의 접경에 위치한 후코우(壺口) 폭포에 도달한다. 후코우 폭포는 칭하이성 산지에서 발원해 깐수, 닝샤, 네이멍구 등 황사발원지 대부분을 거쳐서 후코우 폭포의 장엄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황허 상류의 수량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황허는 올 2월초까지 상류에 단류(斷流)현상까지 일어나는 등 극심한 수량감소 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날이 풀리면서 상류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강수량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폭포는 수량이 늘어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장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후코우 폭포의 주변인 산시성 역시 황토고원의 일부로 황사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인데, 봄이 시작되는 지금까지도 산의 정상은 물론이고 기슭에도 눈이 쌓여 있어 황사 발생을 차단하고 있었다.

깐수-닝샤, 황사 발생 근원지 여건 좋아져@IMG2@ 후코우 폭포를 보고, 두 성의 경계에 있는 황허따치아오(黃河大橋)를 건너, 샨시성 시안(西安)으로 향했다. 시안을 둘러보고, 지난해 우리에게도 큰 피해를 준 3월 20일 황사의 근원지인 깐수성 텅그리 사막을 향했다. 이 길은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시안(西安)에서 바오지(寶鷄), 톈수이(天水) 등을 거쳐서 란저우(蘭州)를 경유하는 길이다.

란저우, 진창(金昌), 우웨이(武威) 등은 텅그리 사막의 주변지역으로 지난해 자신의 내민 손마저 보기 힘들만큼 심한 황사를 경험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수차례의 황사를 경험했을 시간이고, 지난해 이 도시들은 3월 중순까지만도 5차례 이상의 강한 황사를 경험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몇차례 양사(揚沙 황사 보다 낮은 단계)와 한차례의 황사(沙塵暴)가 나타났을 뿐이다. 한차례의 황사도 가시거리 1킬로미터 가량의 약한 황사였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날씨 상황.@IMG3@기자는 깐수성 기상을 총괄하는 깐수성 기상국 양지엔차이(揚建才 40) 수석예보관을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확신할 수 없지만 깐수성의 날씨와 지금의 토양상태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황사는 황사가 가장 심했던 최근 3년보다 빈도도 적고, 강도에서 휠씬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국 취재 후 찾은 란저우 황허와 주변 산지는 황사 근원지 답게 상록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 등 척박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내린 눈과 지난해와 달리 뿌리를 유지하고 있는 풀들의 영향으로 바람이 불어도 날릴 수 있는 진흙과 모래량이 감소해 있었다. 또 겨울에 극심한 단수현상을 보였던 황허도 이제는 수량이 늘어서 상류의 강수량이 적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IMG4@깐수성을 취재하고 텅그리 사막 남부를 통과해 닝샤성으로 들어가는 기차를 탔다. 농지를 개간히 씨앗을 뿌리는 등 봄철 농사를 짓는 이들이 눈에 띤다. 농사를 짓기 위한 개간으로 들판은 누런 빛을 드러내고 있어서 바람이 불면 황사에 가장 잘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에 산지나 초원은 비나 눈이 온 후 단단한 토질이 잘 형성되어 있었다. 텅그리 사막의 남부인 중웨이(中衛)에 내려 텅그리 남부 사막을 취재할 수 있었다.

급속한 사막화로 인해 명나라때 만든 만리장성도 이제 망루의 흔적밖에 남지 않은 이곳도 최근에 내린 눈과 비로 인해 아직도 땅이 젖어 있었고, 간간히 녹지 않는 눈도 눈에 띄었다. 또 소도시인 중웨이 부근에 형성된 방풍림이 비교적 잘 성장하고 있었다. 주민 루오지에 (羅杰 30세)씨는 5년 정도 노력해서 만든 초원 사막화 정지 작업으로 인해 그나마 남부 사막의 곳곳에 식물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악의 황사가 일어난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겨울 내내 평년에 비해 5도 이상 높아진 온도로 인해 증발량이 늘어나 사막이나 초원이 급속히 황폐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기온이 높고, 겨울은 물론이고 봄까지도 눈이나 비가 이어져 토양의 황폐화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멍구-허베이성, 상당 지역 눈 쌓여있어@IMG5@다시 닝샤성의 성도인 인촨(銀川)을 경유해 네이멍구로 향했다. 우리나라에 가장 가깝고, 실제로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황사의 대부분은 네이멍구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황사 발생 이후 이곳을 취재할 때 만났던 네이멍구 따칭산(大靑山) 주변은 완전히 황토빛으로 황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직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났던 따칭산은 산의 대부분이 눈으로 덮여 있고, 아래 초원이나 농토도 눈으로 덮여 있거나 최근에 녹은 눈이나 비로 대지가 젖어 있었다. 네이멍구 바오토우(包頭)를 지나는 황허의 물줄기도 이제 본 모습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IMG6@또 샹사완(嚮沙灣) 사막도 최근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사막은 물기에 젖어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은 네이멍구 기상국의 멍야리(孟亞里 53) 수석예보관은 강수량의 증가로 인해 올해 황사 발생량이 현저히 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금 쌓인 눈이 녹고, 땅이 습기를 잃어 황사근원지가 되는데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중간에 강수가 없더라도 5월이 넘어가야 본격적인 황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현상은 네이멍구에서 허베이성으로 이어지는 장지아코우(張家口)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3월 18일인데도 대부분의 산과 들이 눈으로 쌓여있었다. 네이멍구는 지난 겨울 상당수의 지역으로 엄청난 강설로 인해 고립될 만큼 강설량이 많았고, 이런 강설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초원지역의 상당 부분이 잘 보호되었다.

@IMG7@근원지 상황 좋다고 완전히 단언하기 힘들어@IMG8@올해 황사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와 달리 겨울 내내 기온이 급강하하고, 눈이나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 깐수, 닝샤, 네이멍구 등 황사 근원지는 겨울에는 물론이고 최근에도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이 때문에 흙이 고정되고, 풀들도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거기에 방풍림, 토양 고착을 위한 정지작업 및 송수로 공사를 통해 흙의 상태를 개선하는 등 인공적인 노력도 성과를 봤기 때문이다.

@IMG9@하지만 이런 원인으로 황사가 완전히 줄 것이라는 예측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황사는 근원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봄에 강한 편서풍이 동반되야만 황사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황사가 줄어든 원인에는 근원지의 환경 개선도 영향을 주었지만 아직까지 강한 바람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멍야리 네이멍구 기상국 수석 예보관은 “강한 찬바람이 있을 경우, 생각보다 강한 황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겨울 강수량이 늘어 토양조건이 좋고, 기온이 낮아 증발량이 높지 않는 등 황사근원지의 환경파괴가 덜했지만 계속해서 이럴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맹위를 떨친 엘리뇨현상은 보통 3년 주기로 찾아오고, 생존을 위해 초원을 개간해 농토로 만들고, 방목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목축인들이 많아 사막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IMG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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