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하는 추억 속으로의 여행

김정은 2003. 2. 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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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이름은 낭만이라는 향기를 동반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각박해진 세상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은 낭만이라기보다는 필수적으로 흡입해야 할 공기와 같은 존재는 아닐는지….토요일 오후 1시 요즘 한창 숭어가 잡힌다는 김포 대명포구와 덕포진을 돌아 암반 염천탕으로 유명하다는 약암 온천에서 온천욕을 하는 코스를 잡아 부담 없이 다녀왔다. 돌아와 보니 자동차로 왕복 4시간여 밖에 안되는 거리이고, 찾기도 그리 어렵지 않을 만큼 곧게 뻗어있는 길이다보니 가족들이 부담없이 당일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일명 추억 속으로 가는 여행코스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서울을 지키는 최후의 마지노선 덕포진 덕포진(사적 제292호)은 강화해협을 사이에 두고 강화도와 마주하고 있는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이다. "왜 군사적 요충지이냐"하면 바로 한강하류를 초입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이곳이 적에게 뚫리면 적의 배는 한강을 타고 마포까지 별 무리 없이 올 수 있다는 지정학적 조건 때문이다.

조선시대 때 적의 배가 마포까지 왔다고 상상해보라. 한양 점령은 시간문제일 만큼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굳이 전쟁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은 한강이 수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머니 어렸을 때만 해도 마포나루까지 연평도 조기배니, 새우젓배가 한강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매우 번성했다.

지금도 어머니 얘기를 듣고 있자면 봄철 조기가 한창일 때 마포나루에 가면 배마다 알이 그득 박힌 조기가 그득해서 젓갈용으로 한 푸대씩 사와서 하루종일 조기찌개, 구이로 포식한 남은 것으로 조기젓을 담갔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입맛의 사치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더 경탄할 말은 그러한 조기들이 바로 젓갈용 조기라고 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왜 젓갈용 조기냐"하면 당시 냉동시설도 제대로 없다보니 인천 앞 바다에서 조기를 잡은 즉시 만선이 되어 한강을 거슬러 올라 온다해도 약간은 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 맛이 뭐랄까 약간은 꾸리꾸리하고 텁텁하지만 단맛이 나는 조기찌개라고 하니 그 맛이 참 궁금할 수 밖에…. 조기얘기는 이쯤에 각설하고 하여간 한강의 초입이라는 이유에서 덕포진은 임금님이 사는 한양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신미양요 때 미군 함대와의 격전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월의 흐름 탓인지 격전지로서의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고 깨끗한 잔디로 단장된 말쑥한 가족공원 분위기가 난다.

겨울이라 찾아오는 이는 뜸한데도 주차료 1000원을 받는 야박함을 시설관리비라 자위하며 잔디로 깨끗하게 단장한 산책로를 따라 슬슬 걸어 올라갔다. 대보름날 잔디를 다듬느라 불에 그슬렸는지 잔디 탄 향긋한 냄새가 정신을 상쾌하게 해준다. 잔디 탄 냄새가 이렇게 향긋한지 여기 와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곳곳에 야외 음악당시설도 있고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그네 등등의 놀이시설도 있고 벤치도 있어서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이 되면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하다가 마음 맞는 곳에 자리를 펴고 김밥이든지, 샌드위치든지 싸온 도시락으로 피크닉을 즐기기에 더없이 깨끗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걷다보면 복원해 놓은 포대를 지나 손돌의 묘가 있다. 이 손돌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략으로 황급히 피난길에 오른 고종은 손돌이란 뱃사공의 배를 탔는데 이 곳의 물살이 거세 배가 몹시 흔들렸던 모양이다. 그러자 왕과 관리들은 손돌이 왕을 죽이려는 것을 오해를 하고 손돌을 칼로 베었다고 한다. 그러나 손돌은 죽어가는 와중에서도 왕을 살리겠다는 생각에서 마지막 힘을 내어 작은 바가지를 물위에 띄우고 자신이 죽더라도 이 바가지를 따라 배를 저어가면 강화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결국 무사히 강을 건넌 왕의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고 지금의 자리에 손돌의 묘를 만들었다. 때문에 이 뱃길목은 손돌의 목을 벤 곳이라 하여 "손돌목"이라 부르며 손돌의 기일(음력 10월 20일)이 되면 그의 원혼이 바람을 일으킨다 하여 "손돌바람"이라 부른다. 이때 바람과 함께 오는 추위를 "손돌추위"라 한단다.

지금 보면 한강 폭밖에 안되는 이 바다를 건너기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건너기가 어려웠길래 원나라가 거의 몇십년(맞나?)동안 전국토를 도륙하는 동안 강화도에서 피난살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원나라가 물에 약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이곳에 마의 소용돌이가 있는건지 헷갈리지만 말이다.

아마추어적이만 잔정이 흐르는 덕포진 교육박물관 덕포진 가는 길목에 있어 찾기 쉬운 덕포진 교육박물관은 TV에도 종종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다. 뜻하지 않게 시력을 잃어 교직을 떠나야 했던 아내(이인숙)를 위해 교사였던 남편 김동선씨가 사재를 털어 96년에 지은 개인 박물관으로 더도 덜도 말고 초등학교 교사부부의 교직생활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

36년간의 교직생활 중에 관심이 있어서 모아둔 것과 교육 박물관을 위해 멀리 폐교에서 가져온 물건 및 기증물건들로 약 5000점 이상의 전시물이 있고, 지상 삼층의 그리 작지 않은 규모인데도 박물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정리가 안 되었다고나 할까? 얼핏 전시라기보다는 그냥 잡종사니를 쌓아두었다고 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는 아마추어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그런 아마추어적인 냄새가 오히려 찡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 중앙에 난로가 있고 왼쪽에는 다 쓰러져 가는 풍금(오르간)이 있고 칠판이 있고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조그만 책상과 걸상에 앉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앙증맞은 나무책상과 걸상이 있는 40년 전 교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절로 엷은 미소가 흘렀다.

누군가 "아, 이 풍금 아직도 소리가 날까" 하며 다가가더니 "고향의 봄"을 멋들어지게 연주한다. "아! 이 소리…"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때 늘상 듣던 그 낯익은 소리, 지금의 피아노소리만큼 맑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뜨거운 뭔가가 끌어오르는 추억의 소리. 연주를 끝낸 아주머니는 쑥스러운지 한마디한다.

"풍금이 보기엔 낡아 보여도 소리는 괜찮네..."그뿐인가?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다니던 그시절, 국어라 쓰여지지 못하고 조선어독본이라 쓰인 일제시대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낡은 한글교과서와 성적표, 졸업장은 물론이고, 내가 어렸을 적 배웠던 교과서와 사용하던 공책과 필통, 심지어 왕자표 크레파스같은 문방구들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시 사용했던 학습괘도, 매스게임시 사용한 듯한 어설픈 복장들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보기 힘들어진 물건들….지금 우리집에서 우산통으로 쓰이는 작은 새우젓독하며 풀빵기계, 목탄다리미와 다듬이돌, 각종 화로, 허수아비까지 각계각층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은 모두다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탄을 하며 관람을 마치고 하시는 어머니 말씀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제 우리같은 사람이 사라지면 요즘 아이들은 이런 물건이 도대체 뭐하는 물건인지도 모를 것"이라는 그 말을 들으며 정말 우리는 너무나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서 옛날을 반추할 물건들이나 장소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기에 너무나 향수에 목말라하고, 추억을 쫓아다니는건지 모른다.

예전 "토탈리콜"이라는 영화 속에서 기억을 재생하는 리콜회사가 성행하듯이 추억에 목마른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바로 이곳이 어렸을 적 추억을 곱씹어볼 수 있는 리콜회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 확신한다.

입장료는 성인은 1,500원, 어린이 1,000원이고 문의전화는 (031)989-8580이다. 특히 어린이 단체관람을 신청하면 강의도 한다고 하니 어린이들의 학습효과가 크리라 본다.

동어회 맛이 일품인 대명포구 덕포진 교육박물관에서 약 10여분 떨어진 곳에서 배 모양의 카페 커티샥 앞을 지나 직진, 큰 도로가 보일쯤 좌측으로 들어가면 대명포구가 보이는데 들어가는 초입부터 누가 포구라 안 할까봐 비릿한 소금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한다.

강화해협을 가운데 두고 강화도와 마주하고 있는 대명포구는 흔히 소래포구와 비교되는데 솔직히 소래보다는 어시장의 규모나 북적임을 볼 때 규모가 작아 보였다. 더군다나 물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고깃배는 그냥 정박해있고 몇 군데만 제외히곤 상가들도 모두 철시한 터라 좀 썰렁하다고나 할까?소래포구같은 북적임을 기대했던 나는 좀 실망했지만 요즘 배가 잘 뜨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말과 여기는 오로지 막 잡은 자연산만 취급하기 때문에 다 팔면 상가를 철시한다는 그 말을 듣고나서 오히려 소래포구처럼 약삭 바른 상술이 난무하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어촌의 호젓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때만 맞췄으면 그래도 볼만할 텐데 물때를 못 맞춘 탓이거니 스스로 위안하고 뜨믄뜨믄 몇 군데 연 상가의 빨간 플라스틱 대야 속에서 펄떡펄떡 뛰는 자연산 참 숭어와 숭어새끼라는 동어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가격은 큰 숭어의 경우 자연산 쳐놓고서는 싼 편인 lkg당 15000원(회 쳐줌) 정도이고, 특히 숭어새끼인 동어는 펄펄 뛰는 것이 한 무더기에 10000원 정도(회 안쳐줌)이다. 금방 죽은 동어는 더 싼데 동어의 경우는 구워도 먹지만 비늘만 벗기고 껍데기와 뼈채 회를 떠서 먹는데 고소하고 단맛이 나는게 입맛을 돋운다.

여기도 소래포구처럼 횟집은 여전히 호객행위가 많은데 식구가 많다면 어시장에서 숭어를 사서 회를 쳐가지고 와서 돈 좀 주고 매운탕 끓여달라고 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그들이 말하는 쓰기다시(일명 곁드림반찬)은 안나오니 잘 선택하길 바란다. 오로지 회만 좋아한다면 지금의 방법은 값싸게 다량의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분위기를 즐기려면 횟집에서 주문하는 것도 좋은데 횟집에서는 숭어가 1kg에 40,000원 정도 받는다. 물론 이 가격에는 매운탕이며 각종 곁드림이 나오는 옵션이다.

쫄깃하고 기름진 숭어회의 맛을 알려면 겨울 숭어가 제철이다. 겨울에는 숭어 눈에 얇은 기름막이 끼워 숭어가 앞이 안보인 채 내륙에 가까운 바다로 올라오는데 이때가 가장 숭어맛이 좋을 때란다. 특히 새우를 넣은 숭어 매운탕의 그 달고 감칠맛은 지금도 입맛을 돋군다.

입맛이 없을 때 물 때를 잘 맞추어 이곳 대명포구를 찾는다면 입도 만족, 눈도 만족하리라 본다.

[관절에 좋다는 암반염천수가 유명한 약암온천 슬슬 오늘의 여행도 끝나갈 때이다. 여행의 여독을 풀기 위해서는 온천이 제격이다. 마침 근처 대명포구에는 물이 좋기로 유명한 온천이 있다. 바로 해수홍염탕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 약암온천이다.

대명포구를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약암 온천관광호텔 이정표가 보여 매우 찾기 수월하다.

이곳의 온천은 특히 홍염천이 유명한데 지하 400m 암반에서 용출되는 광염천수가 대기중의 공기와 만나면서 무기질과 철분이 산화작용을 일으켜 적갈색을 띠면서 천연의 온천수 효과를 내는데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울 근교에 있는 이천 온천이나 포천의 이동온천과는 다르게 약간의 소금기가 섞인 물은 목욕한 후에 살결이 매끈매끈해질 정도로 물이 좋으니 여행의 여독을 푸는데는 제격이다.

굳이 호텔에서 잘 필요는 없지만 강화도까지 둘러본다면 하룻밤 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입욕료는 주말의 경우 어른 6,000원, 평일은 5,000원이다.

찾아가는 법 대명포구는 강화도를 마주보고 있는 작은 포구라서 그런지 가는 길은 강화도 가는 길과 거의 유사해 찾기 쉽다.

올림픽 대로에서 김포공항 쪽으로 가다가 김포 강화 쪽으로 빠져 4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누산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352번 지방국도로 빠지는 길도 있고 올림픽도로 행주인터체인지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계속해서 서 쪽으로 달리면 누산삼거리로 연결되기도 한다.

또 강북의 경우 강변 북로와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최근 개통된 김포대교를 건너면 쉽게 48번 국도를 타는 방법도 있는데 어느 방법이든지 가는 곳곳에 도로표지판이 쉽게 되어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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