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그 이후, 우리 집 풍경

유은진 2002. 12. 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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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평범한 집처럼 우리 집도 나이에 따라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온식구가 다 나가서 한 표를 행사하고 (아버지의 이회창을 뽑으라는 압력이 있었다) 저녁 10시쯤 집에 돌아와보니 개표 결과를 보시는 엄마 아빠의 허탈한 모습이 보였다.너무도 슬픈...엄마는 12월 18일 아침에 꿈속에서 노무현이 대통령 되는 꿈을 꿔서 꿈 속에서 울다가 일어나셨단다. 꿈은 반대일 거라 믿으셨다는데. 아버지는 오늘(20) 내내 나랑 오빠가 노무현을 뽑은 것에 대해 질타를 하셨고, 내내 즐겨보시던 뉴스를 보지 않으셨다. 그리고, 가정용 노래방 기계의 "가슴 아프게"를 여러 번 열창하시면서 눈물을 훔치셨다.

노인분들의 허탈한 모습을 보면서, 또 선거 진행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이제 좌익부역이 별로 굴레가 되지 않는 결과를 보면서, 부모님의 슬픈 얼굴을 보면서, 한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정치에서 구세력들이 물러나는 계기가 된 것은 기뻤지만, 한편으로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가 이제 완전히 서구화된 의식으로, 나이듦보다 젊음(즉 생산력, 경제력으로 평가되는)이 더 각광받는 사회가 완전히 정착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번 노무현 당선의 공신인 젊은이들의 인터넷과 휴대폰 등 통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들은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저 멀리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들이다.

이제 나이가 들면 인정받던 연륜보다는 얼마나 신문명의 이기에 빨리 빨리 적응할 수 있느냐가 더 관건이 되고 뒤처진 자는 더욱 뒤처지는, 그래서 노인들이 더욱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다양한 생각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 동참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나이드신 노인분들 말이다.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활용하고 계시긴 하지만 아직 젊은이들에 비해 비율이 높지 않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가 타자 연습을 시작하셔서 이제 영타를 맹연습 중이시다. 아마 주위 분 중에 인터넷을 아주 재밌게 하시는 분이 있는모양인데. 빨리 인터넷까지 마스터하게 해드려서 노무현을 뽑은 젊은이들에게 시원하게 욕을 하시게 하고 싶다. "이것들아~ 니네가 전쟁을 알어~..."나 자신도 자식 넷 중 두 명이 다 정보통신 공부를 하고 일을 한 지가 10년이 넘어가는데, 부모님께 이 편리하고 재밌는 것을 먼저 알려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인터넷을 쓰지 못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빨리 손잡고 가서 알려드리자. 그 분들 물리적인 "눈"이 어두울 뿐이지 굉장히 빨리 배우시고 우리들 만큼 재밌어하신다.

당신이 컴퓨터를 점령하고 있는 사이 드라마만을 보고 있는 어머니가계시다면 컴퓨터를 알려드리자. 어머니가 안 나왔으면 하는 배우에대해 직접 의견을 올릴 수 있게 해드리자.정보의 민주화를 이루고 있다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또 한켠 소외되고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가 그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다음 대선때는 어른들과 젊은이들이 게시판에서 대놓고 싸우는 모습을보고 싶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셨지만 거침없는 아버지의 의견을 인터넷에서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거기에 리플을 달 것이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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