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추운 마음을 난로처럼 데워주는 책

이종찬 2002. 11. 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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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잔뜩 웅크린 아이들의 입에서 허연 입김이 밥김처럼 피어 나온다. 벌써 손발이 시려오고 귀가 시려오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따스한 군고구마와 군밤이 생각나고, 아이들은 뜨거운 오뎅 국물과 떡볶이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하지만 이러한 11월에도 아이들의 추운 마음을 난로처럼 따스하게 데워주는 동화들이 있다. 고려시대, 줄포마을에서 도예가를 꿈꾸며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사금파리 한 조각>과 이제 기억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가는 난곡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다룬 <난곡에 뜨는 별> 그리고 가을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들의 전설을 들려주는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가을>이 그것들이다.

도예가가 꿈인 소년의 이야기, 린다 수 박의 <사금파리 한 조각> @IMG1@"사금파리 한 조각은 도예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 내고 인내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 준다." (2002년 뉴베리상 선정 이유를 밝히면서. 캐슬린 오딘, 뉴베리상 선정위원장)시인이자 번역가인 이상희가 우리 글로 옮긴 <사금파리 한 조각>(총2권, 서울문화사, 각권7000원)은 안데르센상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2002년 뉴베리상" 아동문학분야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이다. 동양인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한 린다 수 박은 미국 이민 1세로 4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9살 때 어린이 잡지에 시가 당선되기도 했다.

12세기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씌어진 이 동화의 소재는 고려청자다. 고려청자는 조선백자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자 우리 장인정신의 결정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우리 선조 장인들이 스스로의 모두를 바쳐 끝없는 도전과 인내심으로 마침내 불후의 명작 고려청자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주인공 목이의 눈으로 꼼꼼히 짚어내고 있다.

때는 고려 시대, 장소는 도자기 마을 줄포다. 주인공 목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를 돌봐 준 두루미 아저씨와 단둘이 줄포마을 다리 밑에서 산다. 목이의 일과는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게 일이었지만 절대 구걸이나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 또 목이는 그것, 바로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마저 가진다.

하지만 목이에게는 꼭 한가지 꿈이 있다. 그 꿈은 고려청자를 만드는 도공이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마을 최고의 도공 민영감이 도자기를 빚는 모습을 훔쳐보던 목이는 그만 민영감의 도자기를 깨뜨리고 만다. 목이는 그 도자기 값으로 며칠 동안 몸품을 팔기로 약속한다. 목이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 목이는 정성을 다해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도우며 스스로 그 기술을 익혀나가려 애쓴다.

한편, 거칠고 퉁명스럽게만 보이는 민영감에게도 평생 소원이 하나 있다. 그 소원은 바로 왕실에서 자신에게 도자기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민영감의 노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목이는 스스로 왕실이 있는 송도로 도자기를 운반하는 일을 맡는다. 하루에 한 마을씩 넘어가면서 부여 낙화암에 이르른 목이. 하지만 산적을 만나, 그 소중한 도자기를 산적이 깨버리고 만다.

그러나 목이는 깨진 도자기 한 조각, 즉 이 책의 제목인 사금파리 한 조각을 소중히 싸들고 송도를 향하고, 마침내 송도에 도착한 목이는 왕실 감도관을 만나 왕실에서 도자기 주문을 받아낸다. 마치 금의환향이라도 하듯이 벅찬 가슴을 안고 줄포에 돌아온 목이. 하지만 목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고아인 목이가 친부모처럼 여겼던 두루미 아저씨의 죽음이..."12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섬세한 문체로 씌어진 이 동화는 인내와 장인정신에 바치는 감동적인 선물이다. 한국의 장인들이 불후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던 모습은 물론, 주인공 목이의 정신적 성장과정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책을 덮은 뒤에도, 작품 속 인물들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퍼블리셔스 위클리)한편, 뉴베리상은 18세기 영국에서 최초로 아동서적을 만들었던 존 뉴베리라는 출판인을 기리기 위해 1992년에 만든 상이다. 이 상은 해마다 그 해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아동문학작품에 수여해 왔으며, 이 상의 수상은 곧 미국의 모든 도서관에 그 책이 꽂히게 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김세현은 "민중미술 15년전", "현실보다 아름다운 현실전" 등에 참여했으며, 최근 베스트목록에 올라 있는 황석영의 <모랫말 아이들> 등에 그림을 그렸다.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찬석의 <난곡에 뜨는 별>@IMG2@서찬석의 <난곡에 뜨는 별>(문공사,7500원)은 하늘 아래 첫동네라고 불리는 난곡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묻어나는 따스한 정을 그려낸 창작동화다. 이 책은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잘한 삶의 무늬들, 그러잖아도 힘겨운 삶의 여정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거까지 당해야 하는 서민들의 쓰라린 심정을, 실제 난곡에서 살고 있는 난희와 그 또래 아이들의 눈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이미 나온 이철환의 <연탄길>이나 김중미의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서민들의 애환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드러낸 점에서나, 달동네 사람들의 여러 가지 생활상은 흡사 쌍둥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 남은 달동네 난곡의 모습과 생활상, 그리고 이제는 철거되어 어디론가로 쫓겨나야 할 운명에 놓인 난곡 사람들의 쓰린 멍에를 쓰다듬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달동네... 그것도 서울 하늘 아래 있는 달동네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잡초처럼 이리저리 짓밟히면서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도시 서민들의 눈물겨운 삶을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살다가 철거까지 당해야 하는, 즉 벼랑 끝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벼랑의 그 아찔하고도 위태로운 순간을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요즈음 대선후보들처럼 그저 눈으로 한번 휘익, 스쳐 지나쳤다고 해서 그들의 모두를 아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은 눈꼴사나운 짓거리에 불과하다.

<난곡에 뜨는 별>은 실제 이야기를 기둥으로 세워놓고 글쓴이가 필요에 따라 적절히 물감을 칠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난곡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중심인물인 난희, 영도, 하나는 모두 낙골 공부방에서 공부하는 난곡 아이들이며, 서가이버 아저씨 또한 난곡에서 생활하면서 독거노인들에게 가전제품을 공짜로 고쳐 주기도 하고 갖가지 잔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이다. 즉 난곡에서 곽가이버라고 불리는 곽충근씨가 바로 서가이버 아저씨다.

또한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즉 철거장을 받고 이미 떠나버린 빈집에서 전깃줄을 수거하는 노인들이나, 치로사업에 나가 받은 일당으로 근근히 하루를 버텨내는 노인들 모두는, 다름 아닌 난희의 할머니다. 사랑의 밥집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밥집은 철거예고장이 떨어지기 전, 많은 사람들이 난곡에 살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밥을 나눠주던 그 주민회관 1층이다.

사람들에게 하늘 아래 첫동네이자 달동네라고 불리던 그 난곡... 마지막 철거기일이 한참 지난 지금의 난곡... 허름한 시멘트집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가고, 아직 어디로 이사를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이곳 사람들이 안간힘을 다해 지키고 있는 그 곳이 난곡의 현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담쟁이 넝쿨처럼 담벼락에 바싹 붙어서 버텨도, 포크레인의 삽날은 매섭기만 하다. 그리고 얼마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난곡에도 전봇대 같은 아파트가 쑥쑥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예고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그림과 사진에도 애환이 물씬 묻어난다. 그림을 그린 정석원은 인천 송현동 달동네에서 태어나 달동네에서 자라고, 달동네 풍경을 전문으로 그리는 중견화가이며, 글쓴이와 류윤희, 김기돈씨가 찍은 사진에서는 하늘 아래 첫동네이자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가득하다.

가을에 빛나는 별의 전설, 세가와 마사오의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IMG3@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별자리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각각 달리 이름지어진 별자리를 바라보며, 그 별자리에 얽혀 있는 신화나 전설 몇 가지쯤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묻는다.

"엄마, 아빠! 저기 저 별 이름은 무어야?""으응, 그... 그건 전갈자린가?""치~ 엄마 아빠도 잘 몰라?""......""그래, 그럼 저 별들을 전갈자리라 치고, 왜 저 별들은 전갈자리가 되었어?""그... 글쎄""피이~ 엄마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잖아"일본인 세가와 마사오가 쓴 책을 이선아가 우리 글로 옮긴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가을편> (우리교육, 6500원)은 말 그대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신비한 별자리, 그 중 가을하늘을 보석처럼 수놓고 있는 별자리의 지도와 모양, 위치뿐만 아니라 그 별자리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들려주는 책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가을" 편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을 밤하늘을 직접 바라보면서 누구나 쉬이 별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책 첫머리에는 가을철 밤하늘의 별자리 지도와 함께 돌고래자리, 물고기자리, 염소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세페우스자리, 안드로메다자리, 고래자리 등의 별자리 모양과 위치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 책 뒷부분에는 점성술이 생기게 된 이야기, 점성술에서 이야기하는 월별 탄생 별자리와 실제 별자리의 차이점 등을 실어놓아 아이들의 이해를 돕게 했다.

책 본문을 펼치면 아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신화와 삶의 지혜를 주는 갖가지 전설로 가득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도 언뜻언뜻 눈에 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가물가물했던 그 이야기들은 온데 간데 없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얼굴만 한번 보아도 돌로 변하고 만다는 괴물 메두사를 처치한 페르세우스 왕자의 대모험, 바다 괴물에게 산 채고 잡아먹히게 된 아드로메다 공주의 운명, 말을 좋아하는 벨레로폰이 여신 아테나한테서 받은 천마 페가소스 이야기 등...이 책은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계절별로 엮은 시리즈물이다. 겨울, 봄, 여름 편이 이미 서점에 나와 있으므로 이번에 펴낸 가을 편은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별자리를 누구나 쉬이 찾아볼 수 있도록 별자리 길라잡이 글과 함께 별자리 화보가 미리내처럼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다.

★! 최근 월드컵 열기와 함께 유행어가 된 "꿈★은 이루어진다" 에 나오는 그 별처럼, 별은 곧 책이요, 책이 곧 별이다. 또 별과 책은 아이들의 꿈이요, 이 세상의 미래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희망의 상징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러한 11월에 아이들의 추운 몸과 마음을, 책을 군불로 삼아 꿈을 헤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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