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라디오시대" 진행자 이종환씨청취자 정보 빼내 "개XX" 폭언 물의

손병관 2002. 8. 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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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 라디오 방송 중 시사문제에 대한 냉소적이고 편향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있는 문화방송(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95.9㎒, 오후4시5분〜6시)의 진행자 이종환(65)씨가 29일 인터넷에 자신에 대한 비판글을 쓴 청취자에게 전화로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져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29일 열린 사내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씨의 잇따른 돌출 발언을 논의한 MBC는 30일 이씨에게 "신중히 처신하라"는 구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씨는 라디오PD에게 부여된 회원정보 열람 권한을 이용, 청취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보여 공적인 목적의 회원정보를 사사로운 "감정풀이"를 위해 사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임현석(31)씨가 친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29일 오후 4시경. 매일 즐겨듣는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www.imbc.com/radio/nowradio/index.html)가 시작하기 10분전이었다.

자신을 "이종환"이라고 소개한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뜸 "야, 이 개새끼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어"라고 임씨를 윽박질렀다.

임씨는 이날 오후1시37분경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전날 이종환씨가 라디오방송중 "신상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이씨가 90년 배임혐의로 기소중지된 것도 오보인가? 기소중지는 혐의가 인정될 때 내려지는 처분이 아닌가? 과거 음주운전까지 한 이씨는 당연히 프로그램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갑작스런 전화에 순간 당황한 임씨는 "저는 신문에 있는 내용을 인용…"이라고 답변했지만 이씨는 임씨의 말을 끊고 폭언을 이어갔다. 이씨의 전화가 자신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글을 쓴 청취자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것은 이씨가 "지금은 라디오시대" 게시판에 올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종환: 야, 이 개**야! 사실이 아닌 것을 올리면 어떻게 해...임현석: 나는 신문보고 올린 글입니다이종환: 검찰에서 불러주는 대로 적은 기사를 믿냐?....난 지금 사족이 몹시 떨리고 흥분 상태다. 이런 내용은 내게 치명적이다.

임현석: (따지면서) 왜 욕하십니까?이종환: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선생님.임현석: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세요. 저는 개새끼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모욕죄로 고발하겠습니다.

이종환: 그러죠….(전화 끊음) 임씨는 "이씨가 방송이 끝나기 직전 다시 전화를 걸어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습니다. 욕하십시오, 청취자로 그런 비판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라고 사과했으나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서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씨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소 오후 3〜6시 사이에 운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자주 듣는데, 이씨의 편향된 발언에 운전하다 흥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씨가 8월8일 방송에서는 "이인제, 노무현 싸우려면 수재민이나 도우러가라"는 말도 했다"고 소개하고 "국민경선에서 당선된 사람과 불복한 사람 중에 누가 문제인지 뻔히 알 수 있는 일인데, 둘을 싸잡아 비판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시사문제에 대해 말할 수도 있지만, 공정하고 상식적인 시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씨는 "인터넷에 비판적인 글을 쓴 사람이 한두명이 아닌데, 일면식도 없는 이씨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욕을 해댔는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IMG2@ 현재 MBC 라디오 청취자들이 웹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회원등록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MBC의 한 직원은 "취재나 섭외 목적으로 회원 정보를 이용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 경우는 이씨가 회원 정보를 잘못 이용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회원정보를 관리하는 iMBC 전략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라디오국 PD는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게시판을 열어놓고 글을 쓴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나중에 선물 등을 보낼 때 회원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씨가 대구에 전화를 했다면 담당 PD에게 부여된 권한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에게 확인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지난 28일 방송에서 대본에도 없는 "신상발언"을 10분간에 걸쳐 이례적으로 했다.

이씨는 방송에서 "방송을 들으시는 여러분, 저를 믿어주십시오. 여기 더 이상 붙어있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습니다"라고 전제하고 자신의 수뢰 혐의에 대해 "저는 돈 먹고 미국에 간 적도 없습니다. 가수에게 돈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렇게 아쉽게 살지 않았습니다. 참고인이 조사 받으면서 제 이름을 얘기한 것을 기자들이 받아썼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씨는 "무슨 말만 하면 여러분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시길래... 지금까지 저의 신상발언이었습니다. 하도, 너무 답답해서요. 용서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신상 발언에 앞서 장대환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속보를 전하며 "총리 임명동의안에 관해서는 입도 벙긋 안 했었죠?"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최유라씨도 "입도 벙긋 안 해도 입 벙긋한 것처럼 나와요. 말 안 해도 말 한 것처럼 나오는 게 요즘 세상이기 때문에…"라고 답해 최근 인터넷 상의 논란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라디오제작본부의 관계자는 "안 그래도 29일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씨 문제가 논의됐다"며 "사태의 발단이 어디 있든 간에 "청취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돌출성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이씨에게 요청했고, 이씨도 이에 수긍했다"고 전했다. 또 라디오제작본부는 "인터넷에 올라온 "청취자 폭언" 건은 아직 확인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종환씨가 퍼스낼리티가 강한 데다가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으니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갈라지는 경향이 더욱 가속화된 게 아닌가"라며 ""지금은 라디오시대" 청취율이 같은 시간대 경쟁사 프로를 2배로 앞선다"고 소개했다.

<오마이뉴스>는 30일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이종환씨와 "지금은 라디오시대" 제작진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씨의 휴대폰이 꺼져있고 제작진도 자리를 비워 반론을 얻어내지 못했다.

탁현민 공익문화기획센터 기획실장은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가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 생긴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방송 중에 청취자들의 반론을 함께 소개해주면서 풀어나가면 편파 시비를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정기사는 코딱지만큼 쓴다" 이종환씨, <한겨레>보도에도 불만 표출 이씨는 28일 방송에서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한겨레>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21일자에서 "두 사람은 18일 방송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지겹다"며 "테이프가 있으면 내놔보라"고 비꼬았다"고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이씨는 "그런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한겨레>는 며칠 후 "병역비리에 대한 이씨 발언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정정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씨는 28일 방송에서 "나는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그리고 병역비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테이프 내놓으라는 얘기 한 적도 없는데, 내가 그런 얘기를 했다고 어느 신문에서 썼다"고 말했다.

이씨의 "테이프" 발언은 8월9일 방송에서 보궐선거 투표율과 "김대업 테이프"를 연결지어 한 말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9일 방송에서 "보궐선거를 국민들은 외면했다. 정부에서는 왜 투표율이 이렇게 낮은가 좀더 연구를 해야한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투표를 안 한다고 무슨 불이익을 줄 것이냐?"며 "나 테이프 갖고 있어, 투표 안 할 거야? 이럴 겁니까?"라고 말했다. 공동 진행자 최유라씨도 "제발 나 투표하고 싶어... 이렇게 좀 만들어주세요. 하두 테이프, 테이프 하니까..."라며 이씨의 말을 거들었다.

<한겨레> "무책임 발언사례 수백 가지 댈 수 있다" 반박 이씨는 자신의 신상발언에서 "그 신문이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바로잡았습니다. 바로 잡았다는 얘기 못 들으셨죠? 그러시겠죠, 코딱지만큼 썼으니까요"라고 <한겨레>를 비꼬았다. 이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게시판에 뜬 청취자의 지적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의 관계자는 "이회창 아들 병역 문제 부분은 확인할 수 없어서 "바로고침" 기사가 나간 것이다. 그러나 시사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씨가 방송에서 무책임한 발언을 해온 게 문제의 본질 아닌가? 이씨의 무책임한 말들에 대해서는 수백가지 사례를 들이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라디오시대" 청취자들이 이씨의 발언들에 대해 문제를 계속 제기했기에 한겨레 역시 이를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해명도 사실 관계와는 전혀 틀린 것으로 안다. 이씨는 무시할 수 없는 "방송권력"이기에 방송국에서도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게 방송가의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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