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까지 외야로 보냈다…KIA가 “오선우 1루”에 올인한 진짜 이유

KIA가 2026시즌을 준비하는 방식은 한마디로 “자리부터 고정”이다. 외국인 타자를 1루가 아니라 외야수로 뽑겠다는 선택은, 얼핏 보면 전력 보강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론이 하나로 모인다. “1루는 오선우가 맞다”는 전제다. 이범호 감독이 말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외국인보다 오선우 쪽에 먼저 꽂혀 있다.

이 결정이 흥미로운 건, KIA가 외국인 1루수를 포기하며 ‘확실한 안전장치’를 스스로 내려놨다는 점이다. 2025시즌 1루는 패트릭 위즈덤부터 변우혁, 황대인, 김규성까지 돌려막기였고, 그중 가장 많이 맡은 선수도 위즈덤이었다. 홈런 35개를 친 외국인을 그대로 두면 편한 길도 있었는데, KIA는 오히려 그 카드를 접었다. 결국 “외야 구멍을 외국인으로 메우고, 1루는 내부에서 끝낸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오선우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신인’이 아니다. 성동초-자양중-배명고-인하대를 거쳐 2019년 KIA 2차 5라운드(50순위)로 들어왔다. 입단 첫해부터 1군 맛을 봤지만, 그 다음은 길고 답답했다. ‘재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팀 내 경쟁과 자리의 문제였고, 그 사이 오선우는 외야와 내야를 오가며 애매한 포지션에 걸려 있었다.

그러다 2025년이 터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124경기를 뛰었고, 타율 0.265에 18홈런 56타점을 찍었다. 숫자만 보면 “대박은 아니지만, 주전으로는 충분히 쓸 만하다”에 가깝다. 특히 KIA 팬들이 눈여겨볼 건 18홈런이라는 ‘결과’보다, 한 시즌을 버텨낸 ‘경험’이다. 풀타임을 한 번 해본 선수와 아직 못 해본 선수의 차이는 가을야구처럼 압박이 큰 구간에서 크게 난다.

그런데 KIA가 오선우를 1루에 고정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홈런 좀 쳐서”가 아니다. 지금 KIA 타선은 큰 축이 빠지는 구간에 들어왔다. 최형우, 박찬호 같은 이름이 전력에서 빠지면 타순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선빈의 상위타선 전진 배치 같은 재편이 거론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새로운 4번’보다 6~7번에서 흐름을 끊지 않는 타자다.

이범호 감독이 오선우를 6번 혹은 7번에 두고 싶다고 말한 건 그래서다. 6~7번은 애매한 자리 같지만, 사실상 경기의 숨통을 쥐는 자리다. 중심타선이 한 번 쓸고 지나간 뒤 상대가 잠깐 풀릴 때, 여기서 한 방이 나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온다. 반대로 여기서 맥이 끊기면 1~5번이 아무리 세도 ‘한 이닝 폭발’이 아니라 ‘산발’로 끝난다.

하지만 이 승부수는 장점만큼 위험도 선명하다. 오선우의 2025시즌에는 ‘늦깎이’ 특유의 그림자가 있다. 후반기 타율이 크게 떨어졌고, 삼진이 158개로 리그 최다였다. 풀타임을 처음 뛰면 체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럽지만, 삼진이 많아지는 방식은 결국 타석 접근의 문제로 남는다. 한 시즌 잘 치는 것과, 매년 상대가 분석한 뒤에도 버티는 건 완전히 다른 시험이다.

수비도 피해갈 수 없다. 오선우는 2025년에 실책 10개를 기록했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1루는 ‘쉬운 자리’라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1루는 내야 전체 리듬을 잡는 자리다. 송구를 살리고, 바운드를 잡고, 주자 견제를 하고, 한 번 삐끗하면 투수 멘탈이 흔들린다. 그래서 KIA가 “수비가 늘었다”는 말을 반복하는 건, 칭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민감한 포인트라는 뜻이다.

여기서 외국인 타자를 외야로 돌린 선택이 더 크게 보인다. 외국인 타자가 1루로 들어오면 오선우가 흔들려도 뒤로 뺄 수 있다. 그런데 외야로 가버리면, 1루는 오선우가 흔들릴 때 팀 전체가 같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위즈덤처럼 ‘홈런으로 버티는 카드’를 내려놓은 만큼, KIA는 오선우에게서 꾸준함과 안정감을 받아야 한다.

오선우의 나이도 중요한 변수다. 1996년생, 만 29세. 팬들이 흔히 말하는 ‘기대주’ 타이밍은 지났다. 지금부터는 성장보다 증명이 먼저다. 그래서 오선우가 마무리캠프까지 자청해 땀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더 크게 들린다. “이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본인의 말은, 결국 본인도 약점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KIA의 2026은 오선우를 중심에 세우는 시즌이라기보다 오선우를 ‘기둥 하나’로 고정해 전체 구조를 다시 짜는 시즌이다. 외국인 외야수 영입은 전력 보강이면서 동시에 오선우에게 주는 확실한 신호다. “너는 1루에서 버텨라. 우리는 그 위에 외야를 쌓겠다.” 구단이 이렇게까지 멍석을 깔아줬다면, 이제 남는 건 오선우가 그 멍석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만약 오선우가 2025년의 장타력을 유지하면서 삼진을 줄이고, 수비에서 ‘불안’이라는 말을 지우면 KIA는 생각보다 빨리 안정된다. 반대로 후반기 체력 하락이 반복되고, 1루 수비에서 작은 실수가 쌓이면 외국인 외야수의 활약과 상관없이 팀은 내야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KIA가 지금 건 건 ‘외국인’이 아니라, 오선우의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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