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참사 한 달째 현장검증 나온 검사처럼 보이는 윤 대통령”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 2022. 11. 3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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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왜그래?] ‘나를 위한 정치 해설’ [정치왜그래?]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시사IN 유튜브에서 방송됩니다. 뉴스를 보는 또 다른 관점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한 달에 한 번,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정치왜그래?〉에 옵니다(코너명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정치의 자리를 두루 경험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입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정치 현안을 두루, 또 깊이 톺아보겠습니다.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시사IN 신선영

“윤석열 대통령 ‘세월호 참사’ 잘못된 대응 반복 중… 박근혜 대통령의 길로 가서는 안 돼”
“이태원 참사 당시에만 국가가 없었다? 참사에 책임지지 않는 지금도 국가는 없다고 생각해”
“참사가 벌어지면 도의적, 정치적, 법적 책임을 모두 지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
“이태원 그 좁은 골목에서 158명이 돌아가신 일이, 이 참사가 ‘죄'가 아니면 무엇인가”
“아래로만 향하는 수사… 법적 책임은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난 후에 할 일”
“참사 한 달째가 되도록 현장검증 나온 검사처럼 구는 대통령…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해임요구안 보내는 것”
“대통령은 국민 얕보지 말고 해임요구안 수용해야… 민심을 저버려서는 성공할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22개국 중 꼴찌…국제적 망신임을 알아야”
“모든 것을 법으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돼, 대통령에게는 ‘법 위에 정치’가 있어야”
“당 지도부보다 먼저 만난 ‘윤핵관', 소통 아닌 짬짜미… 차기 대표 결의대회 했나”
“집권여당은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는 하청업자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돼”
“비공개 관저 회동에서 한 일이 맥주에 땅콩 먹었다? 내가 비서실장이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신문 읽는데 데 왜 이렇게 민심을 모르시나”
“이재명 자체가 싫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저에서 ‘두 번째 포옹'은 이 대표와 해야”
“대통령이 좋아하는 헌법에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 기억해야”
“여당 대표 실체 인정하고 만나면 정체 중인 대통령 지지율도 올라갈 것”
“취임 7개월 되도록 전직 대통령 초청해서 식사 안 하는 현직 대통령은 처음 봐”
“MBC 기자 어깨도 툭 한 번 쳐주면서 풀어야… 대통령이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어서는 안 돼" 

■ 진행자 / 어서 오세요. 〈정치왜그래?〉 시청자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 박지원 / 저희 프로그램 이름이 〈정치왜그래?〉 잖아요. 정말 정치인들, 정치 왜 그래요? 또 월드컵 경기 결과는 왜이래요라는 생각이 듭니다(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 대 가나’ 경기는 2:3으로 패했다). 

■ 진행자 / 그러니까요, 속상해요. 

■ 박지원 / 되는 일이 없어요. 

■ 진행자 / 되는 일 없는 정치에 대해 오늘도 ‘해봐서 아는' 경험에 근거해서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지원 / 물어보시면 소신껏 답변하겠습니다. 

■ 진행자 / 경기를 결과로만 보면 졌지만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는데. 즐겁게 보면서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오늘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째이기도 합니다. 살아계셨다면 월드컵을 함께 즐겼을 분들을 떠올리면 유가족분들 역시 큰 슬픔 가운데 계실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죄책감도 들더라고요. 저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남는 가장 큰 질문은 ‘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지?’일 것 같습니다. 

■ 박지원 / 화가 나죠. 국민을 얼마나 무시한 겁니까. 158명의 희생자, 그리고 또 병원에 있는 부상자들, 그 가족들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런 짓을 하겠어요. 하다못해 북한의 김정은도 ‘애민 정신'으로 통치한다고 말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뭡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백성을 하늘로 알아라'고 했어요. 그래서 휘호도 ‘경천애인(敬天愛人)' ‘인내천(人乃天)’이었다고요. 국민이 무서운 거예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반복하고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갔던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고요. 정치는 실패한 김영삼의 길을 가고, 참사 대응은 박근혜의 길로 가고 있어요. ‘놀다가 사고 났다’ 같은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어요? 한덕수 총리가 말 잘했어요. 이태원 참사 당시에 국가는 없었다고 했잖아요. 저도 그때 무정부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없다는 말이 맞아요. 지금도 국가가 있습니까? 나는 국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어머님이 서른여섯에 홀로 되셨는데, 때때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독백처럼. ‘산 사람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나는 그 의미가 뭔지 몰랐어요. 지금 와서 이렇게 보니까 아버님이 그리울 때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싶은 거예요.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어머니가 했던 말을 제가 계속하고 있어요. 제 아시는 분이 이번 참사에서 딸을 잃었어요. 그분들한테도 제가 어머니가 하셨던 말을 했어요. 사람 죽는 일이 그냥도 슬픈데, 이런 참사를 국가가 책임을 안 지는 이런 일이 어딨습니까. 

■ 진행자 /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잖아요. 

■ 박지원 / 이상민 장관은 뻔뻔해도 그렇게 뻔뻔할 수가 없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 양반이 지금까지 판사를 하고 있었으면 이거 큰일 났겠구나. 

■ 진행자 / 행안부장관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큰일 난 거죠. 

■ 박지원 / 오늘 〈경향신문〉 만평을 보는데 이렇게 써놨어요. 이상민 장관이 그림 주인공이에요. ‘참사, 경찰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야.' ‘한 달, 국민 분노한다고 파면될 내가 아니야.' 물론 근본적인 책임은 대통령한테 있는 거예요. 대통령이 어떻게 저렇게 무딜 수가 있어요.

■ 진행자 / 역대 정부에 여러 대통령을 모셔보셔서 아시겠지만,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이 벌어지거나 국가에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처음 하는 일 중 하나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경질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 박지원 / 그렇죠. 이런 참사에 대해서는 도의적, 정치적, 법률적 책임을 모두 지는 거예요. 우선 도의적 책임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해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조문을 여섯 번이나 갔죠.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여러 종교 모임에 가서도 유감 표명을 했지만,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죠.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예를 갖춰서 고인들에게 또 국민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했냐고요. 안 했죠. 또 도의적 책임도 안 지죠. 거기에 정치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자를 해임하거나 파면해야 하는 거예요. 그것도 안 하고 지금 법률적 책임만 조사해서 죄가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 이러고 있어요. 그 좁은 골목에서 158명이 돌아가신 게, 이 참사가 죄가 아니면 뭐예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먼저 하고 법률적으로 조사를 해야죠. 지금 경찰에서 조사하는 것도 보세요. 행안부 장관? 자기 직속상관을 어떻게 조사해요. 그러니까 용산구청장이나 용산경찰서장 같은 아랫사람만 잡도리하고 있죠. 피라미만 치는 거죠.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 진행자 / 참사 현장 가보니까 기가 막히더라고요. 보통 성인 걸음으로 50걸음밖에 안 되는 골목에서 사람이 158명이 죽었다고 하는 게, 가서 보니까 더 이해가 안 됐어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도 현장 가서 “여기서 이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압사? 아니 그러니까 뇌진탕 같은 게 있었겠지” 이러고 있잖아요. 대통령이 아니라 검사가 현장검증 나온 것처럼. 그래도 그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해했어요. 검찰에서 바로 대통령 됐으니까 그 모습이 보였겠지. 하지만 지금은 벌써 참사로부터 한 달이 지났잖아요. 그 마인드가 그대로 지속되면 되겠어요? 절대로, 이건 그대로 못 넘어갑니다.

■ 진행자 / 저희가 검사를 뽑은 게 아니라 대통령을 뽑은 거잖아요. 

■ 박지원 / 그렇죠. 

■ 진행자 / 이상민 장관 해임 관련해서 나온 〈동아일보〉 보도를 보니까 여당에서도 ‘이상민 장관 해임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윤 대통령이 “민주당 같은 소리 하지 마라” 하면서 화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상황 인식이 다른 것 같긴 합니다. 

■ 박지원 / 지금 이태원 참사에 대해 민주당만 분노하고, 민주당만 슬퍼하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모든 국민이 슬퍼하고 있잖아요. 큰일이야, 큰일. 

■ 진행자 / 국정조사도 파행으로 치닫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그러면 국정조사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나오고 있어요. 

■ 박지원 / 제가 김대중 대통령 때 문화관광부 장관을 했잖아요. 그때 제 조카라는 사람이 한빛은행에서 저를 팔아서, 저를 빙자해서 70억 원 대출받았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어요. 저도 검찰 조사 받고, 국회 국정조사에도 출석했어요. 제가 ‘우리 조카가 아니다'라고 해도 절대 안 믿어요. 그런데 〈동아일보〉에서 제 고향 진도에 가서 호적을 찾아봐도 없고, 족보를 찾아보니까 31촌 조카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다'라는 게 나중에는 판명됐는데. 그래도 저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어떻게 현직 장관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겠습니까. 어떻게 현직 장관 신분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앞에서 국정조사를 하겠습니까" 하면서 사표를 제출했어요. 

■ 진행자 / 진짜 조카는 아니었지만 일단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신 거네요. 

■ 박지원 / 그랬어요. 검찰 조사도 받고, 국정조사도 출석하고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난 후에 정책기획수석으로 복귀했죠. 이상민 장관이 지금 국정조사 출석 대상 아닙니까? 현직 장관으로 출석한다는 게, 그건 말이 안 돼요. 해임된 이후에 증인으로 나와서 이야기해야지. 제가 국정조사도 합의된 거 보고 처음에 그랬어요. 그래도 아, 우리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6개월 만에 그래도 민심을 아시는구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혼자 이걸 합의할 수 있었겠어요? 이른바 ‘윤핵관'들도 국정조사 합의 못 하게 얼마나 반대했어요. 그런데도 국정조사 합의한 건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잘한 건 잘했다. 이 계기로 대통령이 민심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제가 페이스북에 썼잖아요. 그런데 지금 보세요. 아니었던 거죠. 제가 틀렸죠. 싹이 노래요. 

■ 진행자 /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 박지원 / 이번에도 보세요. 11월25일날 한남동 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만나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포옹했잖아요. 제가 ‘잘했다' 했더니 역시, 이틀 전에 ‘윤핵관'을 먼저 만났어. 윤석열 대통령 사전에는 ‘윤핵관'이 먼저인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먼저다'였잖아요. 이런 차이가 있는 거죠. 

11월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이 통과됐다. ⓒ시사IN 이명익

■ 진행자 / 이상민 장관 해임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요구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어요. 

■ 박지원 / 그것은 너무나 당연, 또 당연한 요구예요. 그분이 경찰국도 신설해서 경찰 자기가 다 지휘한다고 했잖아요. 소방도 행안부장관 소관이에요. 이번에 보세요. 강원도 양양에서 11월27일에 산불계도 헬기가 추락해서 다섯 명이 숨졌어요. 세 명 타야 하는 헬기에 다섯 명이 탔어요. 안 태울 사람을 태워서 사고 난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갈 때도 그랬죠. 안 태워야 하는 민간인(이원모 인사비서관 아내 신씨)을 태워서 문제가 됐어요. 아무튼, 이 산불계도 헬기도 행안부장관 소관이에요. 이런 모든 일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쓱 넘어가는 건 민심이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 진행자 / 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실력이 또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 박지원 /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잖아요. 

■ 진행자 / 그런데 또 당내 분위기가 미묘하더라고요. 예산안 심사도 걸려 있고 하다 보니까 여러 고려 사항이 많긴 해요.

■ 박지원 / 탄핵은 주춤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 탄핵하면 헌법재판소에서 걸리는 기간이 있잖아요. 해임건의안은 대통령이 해임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표결해서 보내면 되는 거죠.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을 알 수 있게 되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고, 국민과 유가족이 요구하는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건 천심을 배반하는 거죠.

■ 진행자 /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거부했잖아요. 하지만 이때와는 또 다를 것이라고 보시는 거죠?

■ 박지원 / 다를 수밖에 없죠. 

■ 진행자 / 순방 이후에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기자와 설전이 있고 난 뒤에 대외협력비서관은 사직했잖아요. 이처럼 대통령 심기 경호와 관련된 부분은 굉장히 빠르게 일 처리가 되는데, 말씀하신 대로 정작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은 굉장히 늦어지고 있어요. 

■ 박지원 / 이렇게 국민을 얕보면 안 돼요. 아니, 중국 시진핑 주석도 마음대로 못 하잖아요. 이제 21세기입니다. 여기는 대한민국이고요. 10대 경제 대국입니다. 민심을 져버리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30%대를 왔다 갔다 하잖아요. 지지자만 보고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평도 나오잖아요. 

■ 박지원 / ‘태극기 부대'만 보고 가는 거예요. 20~30% 지지율만 왔다 갔다 할 거예요? 대통령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려면 45% 이상은 돼야 해요. 안 그러면 힘이 없어요. 그런데 그나마 국내 여론조사는 후해요.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가 전 세계 22개국 정상에 대해서 조사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가 16% 나왔어요.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 차이가 60% 이상이 나요. 22개국 중 꼴등이에요. 우리가 꼴찌라고. 이걸 잘 알아야 한다고요. 국제적 망신 아니에요? 우리 대통령을 우리가 비난할 수는 있지만 남이 하면 싫잖아요. 그래도 우리 대통령인데. 

■ 진행자 /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조언해주고 계시는데, 잘 안 들으시는 것 같아요. 누구보다 대통령이 잘하기를 또 바라고 계시잖아요. 그래야 국민이 편안하니까요. 

■ 박지원 / 이번에 G20에서 미중 정상회담도 성사되고, 될까 말까 했던 한중정상회담도 해서 북한 문제를 다뤘단 말이에요. 또 내년 초에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에 방문해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다고 해요. 이건 성공이죠. 근데 이럴 때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각각 미국과 중국에 보내서 사전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근데 이런 건 또 안 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해서, 또 칭찬하면 좋잖아요.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죠. 그래서 제가 칭찬할 걸 계속 찾고 있거든요. 근데 잘 못하셔가지고 저만 항의 전화도 받고 댓글로 얻어맞고 그랬어요. 

■ 진행자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 박지원 / 제대로 안 하고는 못 배길 겁니다. 무엇보다 유가족이 충분히 됐다고 할 때까지, 또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죠. 그걸 호도해서 그냥 시간만 때우려고 한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몇 년이 가도 끝나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행이 세월호 참사 대응의 실패에서 출발했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집니다. 이번에 중국 보세요. 신장웨이우얼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붕괴해서 사상자가 나왔어요. 지금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에서 들고 일어나는 시위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건 어려워지는 길이에요. 윤석열 대통령도 잘 알아야 해요. 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하냐고요. 국정조사 잘못하면요, 이렇게 넘어갈 국민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박정희 시대도 살았고, 전두환 시대도 살았어요. 다 국민이 승리했어요. 

11월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사IN 신선영
ⓒ시사IN 신선영

■ 진행자 / 길게 보면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승리하는 길로 우리가 갔다는 말씀이시죠. ‘정쟁'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쟁의 땔감을 정부가 계속 던져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어요. 

■ 박지원 / 대통령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해결하는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매일 문제를 만들어가는 대통령이에요. 화물연대 파업만 하더라도 5개월 전에 지금 상태로 정부가 합의했잖아요. 지금까지 화물연대에서 양보해왔는데 그동안 상대 안 하다가 파업하니까 업무개시명령을 내려버려요. 이분들이 할 거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안 해요. 그러니까 충돌로 갈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이 매번, 모든 것을 법치로만 해결하려고 해요. 법대로만. 하지만 법 위에 정치가 있는 거예요. 

■ 진행자 / ‘법 위에 정치가 있다'는 말을 대통령이 기억하셔야 할 것 같은데…

■ 박지원 / 근데 돌아가는 거 보면 어두워요. 경제도 그렇고 어두운 길로만 가고 있어요. 

■ 진행자 / 그 와중에 윤 대통령이 당내 정치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관저 정치'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역대 대통령들도 이른바 관저 정치를 해왔잖아요. 

■ 박지원 / 대통령은 하루 세끼가 다 정치에요. 김대중 대통령은 가족하고 식사하시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식사도 다 정치의 자리이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그 시간에 외부 인사를 접촉하게 했어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스케줄을 다 알잖아요. 그러다 딱 빌 때가 있어요. 그러면 김대중 대통령이 제일 자주 만났던 분들이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박권상 KBS 사장이었어요. 보니까 아침 식사 일정이 비었다 하면, 제가 추기경님한테 전화해요. 제가 그냥 거짓말 하는 거예요. “대통령님이 내일 아침에 뵙자고 하십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사람 없어요. 그렇게 하고 대통령한테는 가서 “추기경님이 꼭 하실 말씀 있다고 내일 아침에 들어오신답니다. 조찬 같이 하시죠" 이렇게 내가 잡아 놓고 그랬어요.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박권상 사장 이분들이 성직자고 언론인이고 그렇잖아요. 들어와서 가감없이 얘기해요. 이래서는 안 된다, 누가 이렇다 또는 저렇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귀가 뚫리는 거예요. 

■ 진행자 /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식사 시간에 붙여주신 거네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번에 한남동 관저에 제일 처음 부른 사람들이 ‘윤핵관'(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윤한홍 의원)이잖아요. 

■ 박지원 / 식구들하고는 소통이 아니죠. 짬짜미지. ‘윤핵관'들하고 전당대회 얘기했을 거 아니에요. 제가 볼 때는 “유승민은 절대 안 된다" 이러면서 차기 대표 누구로 하자고 결의대회 한 거 아니에요? 

■ 진행자 / 대통령이 이렇게 당무에 개입해도 되나요?

■ 박지원 / 개입하죠. 옛날에 삼김시대 보면 그분들이 총재였잖아요. 그리고 당 대표를 총재가 임명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안 하지만 당무에 개입 안 한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윤석열 대통령도 당무에 개입 안 한다고 하면서도 계속하고 있잖아요. 이걸 거짓말해서는 안 돼요.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집권여당의 역할이 뭡니까.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돕는 길이라는 건 또 뭡니까.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는 하청업자가 아니고, 진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국회의원들이 왜 민심을 잘 아냐면 지역구 활동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듣잖아요. 그렇게 듣는 민심을 전달해 줘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보세요. ‘윤핵관’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전화하고,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나고 하면서 말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만나는 사람들이 또 그 내용을 다 까발리고 있다고. 원래 말이 이렇게 나오면 안 돼요. 근데 왜 밖으로 말이 나오냐? 내가 대통령하고 ‘이런 사이’라는 걸 과시하는 거죠. 또 정치적 술수도 있죠. 당은 우리 윤핵관들이 맡는다, 그러면서 유승민은 안 된다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 아닌가. 

■ 진행자 / 국민의힘에서는 만찬 관련해서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대통령의 식사라고 하는 것은 일부러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을 끼워 넣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정치 자리이기 때문에 ‘해석'의 대상이 되는 거잖아요. 

■ 박지원 / 만남 자체가 정치고, 당에 미치는 영향력은 물론 국민이 받아들이는 의미도 큽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만나는 건 다 공개해놓고 사진도 내용도 공개 안 한다는 건 대체 뭐예요? 그런데 공개 안 한다고 해놓고 나와서 말이죠, “맥주에 땅콩 먹었다” “관저 현관 앞에서 일일이 배웅해줬다" 이런 게 미주알고주알 다 나온다고요. 내가 대통령하고 친하다는 걸 과시하는 거예요. 제가 비서실장 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으면 벼락을 내놓죠. 혼나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또 영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공개해야 할 일이 있고 비공개해야 할 일이 있어요. 용산 대통령실 출입구에 가림막 친 거 다 비판했지만, 저는 그건 잘했다고 봐요. 대통령의 출입도 주요 보안 사항이에요.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내외국인도 비공개로 해야 할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다 공개가 돼 있는 거였으니까. 중요한 외국인이 왔는데 기자한테 사진 찍지 마라, 질문하지 말라 한다고 안 하겠어요? 기자가 버르장머리가 있으면 기자가 아니에요. 들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질문 안 하면 기자 아니라고요. 그래서 저는 가림막은 잘했다고 봐요. 

■ 진행자 / 그러고 보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왜 이렇게 언론하고 자꾸 싸우는 모양새를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 박지원 / 얼마 전에 미얀마에서 신군부 독재자가 심기 거스르는 질문을 했다고 언론사 편집국장을 해고시켰어요. 기자가 밉다고 전용기 안 태우고 도어스테핑 안 해버리는 게 떠오르더라고요. 전 세계에서 한국 언론 자유에 대해서 지금 어떻게 평가하고 있겠어요. 미얀마 군부 독재자와 우리 대통령이 비교된다고 하면 이게 얼마나 슬프고 속상한 일이에요? 

■ 진행자 / 도어스테핑은 계속 해야 한다고 보세요?

■ 박지원 / 대통령직은 오기로 하면 안 돼요. 기분으로 하면 안 됩니다.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게 기자들과 소통하는 도어스테핑 아니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도어스테핑은 준비를 해서 해야 한다. 대통령의 언어와 말은 정제되고 준비돼야 한다. 만약 실수하면 큰일 난다. 근데 실수 많이 했잖아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신문을 보면서 준비한다고 그러잖아요. 근데 신문 보시는 대통령이 민심을 그렇게 모를까요. 난 신문을 보는지도, 그것도 잘 모르겠어. 내가 확인하러 갈 수도 없고(웃음).

11월2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팀 선수들을 응원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시사IN 이명익

■ 진행자 / ‘윤핵관’을 먼저 만나긴 했습니다만 여당 지도부는 그래도 만났습니다. 박 전 원장님이 계속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하셨잖아요. 

■ 박지원 / 관저에서 ‘두 번째 포옹’은 이재명 대표하고 하십시오, 라고 제가 그랬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 또 뭐 인간 자체가 싫다 이런 말씀도 하셨다는 데 대통령실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은 했어요. 또 대통령이 늘 말씀하시는 게 ‘헌법 수호'에요. 굉장히 말씀하신단 말이에요. 헌법에 뭐가 있습니까.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습니다. 지금 특수부 검사 58명이 이재명 대표 온 가족을 탈탈탈 털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잖아요.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요. 대통령이 늘 말씀하시는 헌법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으니,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라는 실체를 인정하고 만나서 한 번 포옹하면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지지도도 올라갈 겁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하는 거, 그걸 보여주는 게 정치예요. 대통령의 정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MBC 기자도 그래요. 도어스테핑 다시 시작하면 앞에 불러서 “앞으로 잘 좀 부탁해요" 그러면서 등 한 번, 어깨 한 번 탁 쳐주면 국민들이 얼마나 안심하겠습니까. 이 두 가지를 하면 지지도 올라갑니다. 이렇게 가르쳐줘도 못해. 

■ 진행자 / 그런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이렇게까지 오래 안 만나는 경우도 있나요?

■ 박지원 / 집권 7개월째 접어들면서 야당을 한 번도 접촉하지 않는 건 제가 알기로 처음이에요. 그리고 역대 대통령 보십시오. 취임하면 전직 대통령도 초청해서 식사하면서 감사 인사도 하고 조언도 듣습니다. 전직 대통령도 한 번 안 부르죠. 이게 뭐예요? 이러면 안 되지. 제가 어떤 보수 인사한테 말씀 좀 전하라고 했어요. 이재명 대표 만나서, 독대 안 해도 된다. 여럿이라도 만나라.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 불러서 “잘 도와주십쇼. 내가 이제 6개월 됐는데 일을 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내년도 예산도 그렇고 민생법안도 있고 하니까 잘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민주당이 하시는 이야기도 잘 감안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누가 좋아요? 첫째는 국민이 행복하고,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간다니까요. 또 MBC 기자 등 한 번 때려주면서 웃으면 지지율 올라가요. 이걸 하나도 안 하고 있어. 근데 또 그렇게 지지율 올라가면 민주당에서 내 복당 안 해줄라나(웃음). 

■ 진행자 / 지금 기다리고 계시죠(웃음). 민주당에 계속 강조하고 계시는 게 ‘대표를 지켜줘야 한다'인데, 당 분위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 박지원 / 다른 이야기 나오는 것은 안 돼요. 저는 공개적으로도 얘기하는데. 제가 오늘 설훈 의원하고 통화했어요. 곧 재야 선배들하고 식사 같이하자고. 지금은 뭉칠 때예요. 싸울 때예요. 지금 보십시오. 어떻게 됐든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 1610만 표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한테 0.73%p 부족해서 떨어진 거예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보다도 더 받았어요. 당 대표 경선에서 77%의 지지를 받고 됐다고요. 원내 의석이 3분의 2에 가까운 거대 야당의 당 대표예요. 여기가 사법적 리스크로 문제가 있는데, 당신은 아니라고 하고 있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노웅래, 김태년, 노영민… 여기까지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잖아요. 

■ 진행자 / 원장님이 또 검찰 수사는 ‘전문가'시잖아요. 

■ 박지원 / 저는 15년 검찰 수사를 받고, 15년을 재판했어요. 누가 나한테 무슨 재미로 사냐고 해서 ‘검찰 조사 받는 재미로 산다' ‘재판받는 재미다' 그래요. 지금도 그렇잖아요. 우리 서훈 실장 구속영장 청구했는데 저도 부른다고 하죠. 부를지 안 부를지 모르지만 부르면 가야죠. 이재명 대표에게도 하고 싶은 말은, 진실은 밝혀져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밝혀져요. 김대중 대통령이 저한테 늘 그랬어요. “사실이면 인정하고 빨리 사과해라. 그런데 아니면 끝까지 싸워라" 그래서 제가 끝까지 싸워서 무죄를 받았잖아요. 당이라는 게 뭡니까. 민주당은 더 단결해야 해요. 민주당은 탄압받으면 단결해서 싸우는 DNA가 있어요. 국민의힘은 대통령한테 줄 잘 서는 DNA가 있고. 그러니까 민주당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해요. 싸워야죠. 그 이상 뭐 다른 방법이 없어요. 민주당 한 사람, 한 사람 잡혀가다 보면 민주당이 없어지고 이 나라 민주주의가 없어지는 거예요. 민주주의를 걸고 싸워야 해요.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 방문의 해'를 정하고 관광 슬로건으로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했는데 진짜 한국은 너무 다이나믹해. 너무 사고가 많아. 윤석열 대통령은 제발 풀어가는 사람이 되십시오. 실타래가 엉켰으면 대통령이 풀어야죠. 대통령이 매일 문제 만들어내고 이래서야 되겠어요. 

■ 진행자 / 원장님 다음 달에 오실 때는 또 무슨 일이 있을지 걱정돼요. 

■ 박지원 / 일단 제발 월드컵 16강 가야죠. 

■ 진행자 / 갈 수 있을까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던데. 

■ 박지원 / 대통령이 잘하시면 가능해요. 김대중 대통령 때도 대통령이 잘하니까 4강까지 가잖아요. 

■ 진행자 / 그때는 우리가 개최국이었잖아요. 

■ 박지원 / 개최국이라고 공이 뭐 다릅니까. 다 똑같고 잘 싸워서 이긴 거지. 정치가 잘 되면 다 잘 풀려요.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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