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한다…이제 앞으로 우리는 이 여배우의 시대를 살게 된다
(Feel터뷰!) tvN '선재 업고 튀어'의 김혜윤 배우를 만나다
5월 27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 역의 김혜윤을 만났다. 카페 안에는 임솔이 튀어나온 듯 발랄하고 상큼한 김혜윤의 해피 바이러스로 가득 차 있었다. 열정적이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 그대로 전해져 유쾌함을 전파하는 배우였다.
김혜윤은 “대본을 읽었을 때 워낙 탄탄한 이야기라 잘 읽혔다. 인터넷 소설처럼 웃고 울리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었다”라며 “그 감정 살려 잘 전달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인기를 실감하냐 묻자 “밖에 돌아다녀 보질 않아 인기 실감은 크게 나지 않았지만 팔로워가 늘고, 오래전 영상이 알고리즘으로 걸리는 걸 보고 예상 밖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다”며 부끄럽게 고백했다.
20대가 30대의 내면으로 연기하는 10대
-대본을 봤을 때 지금의 인기를 예감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선업튀’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쌍방 구원 로맨스가 큰 매력이지 않을까. (웃음)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의 붐이 일어난 것 같다. 로코 장르가 여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대부분 흘러가는데 2화에서 선재의 시점이 나왔을 때(선재가 임솔을 먼저 좋아했다) 설렘 포인트를 느낀 거 같다”
-싸이월드, 인소(인터넷소설), 와와걸, UCC, MP3 등 그때만의 감성을 자극하는 에피소드도 인기 비결이다. 부끄러운 질문이지만 과거에 인터넷 소설을 읽었다면 원픽 남주는 누구인지, 버디버디 아이디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웃음)
“음.. 이런 거 이야기해도 되나.. 싶은데..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의 강지한이다. (웃음) 10대 때 PMP로 웹소설을 많이 봤다. 버디버디 아이디는 ㉣ㅔ몬냥이™, 프린쎄수 였다. 싸이월드는 자주 안 했는데 일 촌 신청해 놓고 기다리고, 방명록 쓰는 설렘이 생각난다. 와와걸(잡지)도 반가웠다. 사서 읽지는 않았고 언니가 산 잡지를 봤던 기억이 있다”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화제가 된 연기는 ‘태성 좋아’송 이다.
“사실 레퍼런스 영상이 있었다. 안무를 가져와서 즉흥적으로 합쳐 만들어진 게 ‘태성 좋아’영상이다. 정말 눈물 고이도록(?) 촬영했었고 힘들었다. 그 장면 방송되고 제 주변에서 가장 많은 반응이 나왔었다. (웃음) 제가 대학생 때 댄스 동아리였는데 아무도 불러주지 않지만 혼자만 즐기는 아이,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알고리즘 때문인가. 전주국제영화제 때 플래시몹 추는 영상도 뜨더라. 건국대 춤, 연기 영상이 돌아다니는 거 같은데.. 춤추는 게 좋았는데 맨 앞에서 서게 해준다고 하니까 신나게 췄던 기억이다.
임솔처럼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걸 다 싹 정리해야겠다. (웃음) 농담이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때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기에 지금 순간까지 온 거라. 과거의 혜윤에게 맡기기로 하겠다”
-10대, 20대, 30대의 임솔을 연기해야 했다. 레퍼런스 삼은 인물이 있다면.
“우석 오빠랑 친언니가 동갑이라 이 둘을 참고했다. 그런데 30대인데도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인다거나, 고민이 많고 성숙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웃음) 물론 나이가 많으니까 인생 선배는 맞지만 깊이 있는 어른, 성숙한 인간은 아니더라. (웃음)
그래서 제 모습 그대로 연기하면서 임솔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교복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게 걱정되지만 억지로 탈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앳된 모습이 남아 있어 10대를 연기할 수 있을 때 해보고 더 싶다. 더 나이 들면 그런 노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시점이 자연스럽게 올 거 같다.
세 시간의 차이는 아무래도 외형으로 차별성을 주었다. 10대는 앞머리를 붙이고 20대 때는 앞머리 펌으로 변화를 주었고, 30대는 앞머리 없이 제 머리로 나왔다. 옷 스타일도 10대는 발랄한 느낌, 20대는 신입생 다운 풋풋한 병아리 느낌, 30대는 성숙해 보이려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입었다.
왜 동생들은 언니들이 하는 거 다 따라 하잖냐, 저도 언니 때문에 와와걸도 보고 MP3에 노래도 다운로드해서 듣던 기억이 있어 옛날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연장자이고 처음으로 직업이 있었다. 제 자리나 상사가 있는 게 신기했다. 상사를 부를 일이 없어서 말투도 생소하고 단어도 낯설었지만 재미있게 찍었다. 앞으로 오피스 물도 해보고 싶다.
내면 연기는 남들과는 다른 나이대로 보이도록 집중했다. 겉은 10대지만 마음은 30대라 추임새를 중점으로 두었다. 가령 10대가 쓰지 않을 법한 ‘어머 어머’라거나, ‘그랬니, 그랬구나’처럼 나이 차이를 실감하도록 변주했다”
-언니는 뭐라고 반응해 줬나?
“평소 언니가 코멘트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본방까지 챙겨보더라. 캡처해서 좋았던 장면, 슬펐던 장면, 별로였던 장면을 피드백 주었다. 언니 세대가 나와서 공감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이전과는 달랐다. (웃음)”
연애는 태성이랑 결혼은 선재랑
-변우석과 완벽케미로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칭찬을 해줬던데 실감하나.
“우석 오빠가 짧게 에필로그에서 언급했다고 말해주었다. 오히려 제가 오빠한테 의지하고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솔과 선재의 케미뿐만 아니라 감정 신이 많아서 힘들어할 때 묵묵하게 기다려 줬다.
제가 전우라고 한 건 선 긋기가 아니다. (웃음) 아무 때나 연락하면 밥 사준다고 약속했다. 군대 경험은 없었지만 인간과 인간이 의지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극한 상황에서 여름 옷을 걸치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부축받으면서 올라왔을 때.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추운 날씨에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이런 거겠지 간접 체험이었다”
-서브 남주인 태성은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맡았던 캐릭터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송건희와 케미는 변우석과 톤이 달라 재미 요소였다. 6년 전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이미 만났던 사이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건희랑은 말동무 같은 사이다. 솔직히 <스카이 캐슬>때는 저랑 붙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 사실 그냥 ‘저런 친구가 있었구나’ 싶은 인지하는 배우였다. (웃음)
이번에 새롭게 안 건데 현장에서 애드리브나 아이디어 등 준비를 치열하게 해 온다. 열정도 많아서 배우로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 특히 인터넷 소설 장면 패러디 때는 정확한 타이밍에 대사를 하는데, 삐끗거리는 목소리까지 일부러 연구한다는 게 느껴져 놀랐다. 솔이가 10대 때 만나면 좋을 남자 친구는 인기 많은 태성이라서 연애는 태성과 하고 결혼은 선재랑 했으면 좋겠다”
-극 중 통틀어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
“제가 선재에게 반했던 건 배가 아파서 화장실이 급하다며 버스를 세우는 장면이다. 그게 괜히 든든하고 멋지더라. 나 대신 희생해 주는 모습에 반한 것 같고, 드라마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연기 구멍이 없다는 게 차별점이다.
“특별히 제가 뭘 잘했다기보다 상대 배우와 시너지가 좋았다. 오로지 캐릭터의 상황에 이입하려고 몰입했다. 그래도 뭔가를 했다면 키가 작아서 극대화된 키 차이로 보였다는 정도? (웃음) 둘 다 너무 커서 힘들었는데 촬영하다 보니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키 차이를 적당히 맞추려고 상자를 쌓아 길처럼 만들어서 걸어갔다. 상자가 끝나서 땅이 꺼져버리면 까치발을 들어서 상자가 이어진 것처럼 연기했었다”
-슬픈 장면도 유독 많아서 눈물 쏟는 상황도 많았다.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많이 울지는 몰랐다. 눈물 량을 조절할 수 없는 게 한계였다.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맴도는 정도, 똑떨어지지 않고 그렁그렁 한 채 멈춰 있는 단계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타임슬립 전후 상황은 같은 날 옷만 갈아입고 촬영했었다. 상황만 바꿔 연기를 했는데 사전에 서사를 잘 쌓아놓지 않으면 현장에서 헷갈리는 부분이라 어려웠다. 다행히 사전에 작가, 감독님과 리딩을 많이 해서 도움 되었다. 단순하지 않은 감정, 레이어드 된, 깊고 복잡한 감정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서로를 살리겠다는 집념 때문에 집중했고 그때마다 작가, 감독님에게 미묘하게 달라지는 감정을 도움받았다”
-임솔과 김혜윤의 일치율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음.. 50% 닮은 거 같다. 저는 극 T라서 눈물 많은 임솔과 성격이 다르지만, 솔이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눈물이 많은 걸 인정한다. 그래도 비슷한 점을 찾으라면 밝고 웃음 많은 부분이다. 그 부분 연기는 유독 편했다. (웃음)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주저하고 자책하고 낙담하는데 솔이는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바로 일어서는 친구다. 굴하지 않고 털어내고 일어나는 모습이 멋있었고 다르지만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역으로 시작해, 청소년을 지나 성인 연기자로 정착했다. 그야말로 ‘잘 자라줘서 고마워’란 말을 증명하는 배우가 되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사람, 배우 김혜윤으로 많이 배웠던 작품이다. 배우로서는 당연히 연기겠고, 세심하게는 로맨스물을 작가, 감독님을 알고 배우게 되었다. 사람으로서는 인물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배우는 늘 남에게 보여주어야만 하는 직업이고,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직업이다 보니 저에게 집중한 적이 없더라. 드라마가 끝나면 김혜윤이 진짜로 행복해하고 좋아하는 건 뭔지 찾아볼 생각이다. 원 없이 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먹을 것도 먹으면서 뭘 좋아하는지 소홀했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글: 장혜령
사진: 아티스트컴퍼니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