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의 외국 기업 이야기 <2> 14년 연속 매출·영업익 늘린 코스트코] 상품 종류 줄여 수익성 제고… 광고보다 회원제·입소문 의존
# 166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점포를 줄이고 직원을 대폭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메이시스는 2월 27일(이하 현지시각) 향후 3년간 실적이 저조한 매장 150개, 전체 매장의 30%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우선 50개 점포를 정리하고 2026년에는 전체 점포 수를 350개 수준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 미국의 최대 소매 유통 업체인 월마트는 지난 5월 수백 명의 사무직 직원을 감원하고, 텍사스주 댈러스, 조지아주 애틀랜타, 캐나다 토론토의 소규모 기술 지원 센터를 폐쇄하는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월마트는 미국 최대 민간 고용주다. 미국 내 직원 수만 160만 명에 이른다. 직원은 주로 매장과 창고에서 일한다. 수만 명의 사무직 직원도 미국 전역에서 근무 중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아마존과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이 있다. 이들 업체는 유통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소비 방식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신속히 사들일 수 있게 된 소비자는 싫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흔히 ‘브릭 앤드 모르타르(brick and mor-tar·벽돌과 회반죽)’로 부르는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있다. 코스트코가 그 주인공이다. 코스트코의 2023년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은 2422억9000만달러(약 324조원)로 월마트와 아마존에 이은 미국 3위다. 하지만 2009년부터 14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단 한 번도 줄지 않았을 만큼 꾸준함에 관해서는 적수가 없다. 상당수의 글로벌 투자 전문가가 아마존과 맞서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소매 업체로 코스트코를 꼽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바탕으로 주가도 월마트를 압도한다. 코스트코의 9월 10일 종가는 894.29달러, 월마트는 78.81달러였다. 2009년 초 대비 코스트코는 24배 가까이 올랐고, 월마트는 같은 기간 6.5배 상승했다. 미국고객만족지수(ACSI) 조사에서도 코스트코는 트레이더조·샘스클럽(월마트의 창고형 매장)·타깃(Target)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월마트는 21위에 그쳤다.
연회비 수입 연간 6조원, 수익 절반 이상 차지
코스트코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마진율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있다. 유통 업체의 마진 폭은 백화점의 경우 50%,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은 20~25%에 이른다. 마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판매 가격을 낮출 여력이 크다는 뜻이 된다. 수익의 모자란 부분은 연회비로 채운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트코의 전 세계 회원 수는 1억3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거둔 46억달러(약 6조1571억원)의 연회비는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코스트코의 연회비는 국가와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65~130달러, 국내에서는 3만8500~8만원이다. 일단 회원이 되면 낮은 마진율을 통해 확보된 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맘껏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회원 자격 유지 비율이 90%가 넘을 만큼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 연회비를 내고 이용하는 만큼 ‘대량으로 많이 구매할수록 이득’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
코스트코는 통상 4000개 안팎의 품목을 판매한다. 10만 개가 넘는 상품을 진열하는 월마트나 7만 개의 상품을 파는 카르푸와는 다양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 대형 마트엔 브랜드와 무게가 다른 수십 종의 설탕이 있지만, 코스트코엔 5㎏짜리 황설탕과 백설탕 각각 한 종류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상품의 개수를 제한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품목별 판매량은 늘어난다. 코스트코는 이런 방식으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해 가격 인하를 유도해 왔다. 코스트코는 1년에 13차례 재고를 소진한다. 월마트 등 경쟁 기업은 연간 아홉 차례 재고를 소진한다.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것도 코스트코의 핵심 경쟁력이다.
품목 수가 적으니 상품 진열 및 관리 비용도 적게 든다. 또 빈 자리가 생기면 공급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체 상품에서 식음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로 매우 높은 것도 특징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코스트코 방문 고객의 80% 이상이 식료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는다. 하지만 수익 면에서 식료품은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미끼’일 뿐이다. 식재료를 사러 매장에 들렀다가 ‘특가’ 판매되는 대형 TV 등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광고 지출 줄이고 고객·직원 ‘입소문 마케팅’
코스트코는 광고에 돈을 쓰지 않는다. 오직 고객과 직원의 입소문에 의지한다. 흔한 전단 광고도 없다. 기껏해야 선별된 우수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보내는 게 마케팅 활동의 전부다. 코스트코의 최대 경쟁자인 월마트는 매출의 0.5%를 광고비로 쓴다. 비율은 높지 않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32억달러(약 4조2832억원)가 넘는다. 또 다른 대형 할인 유통점 타깃의 경우 매출의 2% 이상을 광고에 할애한다.
코스트코가 광고 없이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회원제의 마법’이다. 마진율이 낮아 가격이 저렴한 데다 우리 돈으로 최대 17만원이 넘는 연회비를 내고 이용하기 때문에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고객 스스로 ‘알아서 자주’ 이용하게 된다. 더구나 수익의 상당 부분이 연회비에서 나오기 때문에 광고비 지출이 늘면 오히려 수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매출의 2%를 광고비로 사용할 경우 산술적으로 수익의 60% 가까이가 줄어든다. 연회비를 통해 이를 메우려면 수천만 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
Plus Point
창업자 시네갈은 스타벅스 슐츠가 인정한 ‘가격 경찰’코스트코는 제임스 시네갈과 제프리 브로트먼이 1983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설립했다. 본사는 시애틀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인 이사콰에 있다. 시네갈은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다. 홀로 된 어머니가 그를 키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11세가 돼서야 재혼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샌디에이고 시립대 재학 시절 대형 할인점인 페드마트(FedMart)에서 매트리스 하역 ‘알바’를 했다. 이를 계기로 페드마트의 정식 직원이 된 시네갈은 수석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그는 페드마트 창업자 솔 프라이스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고, 직원과 고객을 섬기며, 납품 회사를 존중하고, 주주에게 보답한다’는 사업 철학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1976년 페드마트를 매각한 프라이스가 최초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프라이스클럽’을 설립하자 시네갈도 그를 따라나섰다. 그러고 7년 뒤 마침내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 창업자 브로트먼과 함께 750만달러(약 100억3875만원)를 들여 시애틀에 첫 코스트코 매장을 낸 것. 1993년에는 프라이스클럽과 합병해 ‘프라이스 코스트코’로 불리다가 1997년부터 다시 ‘코스트코’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시네갈은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열혈 스타벅스 팬이다. 스타벅스의 실질적인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다툰 적도 있다. 오래전 코스트코가 스타벅스에서 대량 공급받는 커피 가격이 비싸 ‘제품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통보했기 때문이다. 둘은 몇 개월간 냉전을 벌였지만 결국 시네갈이 이겨 가격을 낮췄다. 시네갈의 최저가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슐츠는 그를 ‘가격 경찰(price police)’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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