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나는 의사편 아닌 국민편… 신해철법 찬성했다 의사들에 욕 많이 먹어"[오늘의 DT인]

김세희 2024. 9.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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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의료계 어느편도 아냐
실력 부족한 의사들 배출 우려
의사고시 전원 탈락 불상사도
장기적인 계획 세워 추진해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안철수 의원실 제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안철수 의원실 제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저는 국민 편입니다. 의사편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안철수(사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디지털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의정 갈등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정확히는 '의과학자'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거치며 심장 부정맥 연구를 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게 아니라 질병의 원인을 찾는 분야다. 그 실적으로 27세에 교수가 됐다.

의료계에 몸담은 경험 때문일까.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현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의정갈등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2025년도 증원 1년 유예와 공론화 위원회 구성'을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오해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상황을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 안 의원은 인터뷰 자리에서 거듭 '국민 편'임을 강조했다. 그는 2016년 국민의당 시절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통과를 주도했던 예를 들었다. 이 법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조정이 시작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수 신해철 씨의 의료사망사고가 동기가 됐다.

안 의원은 웃으면서 "당시 의사들로부터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다"며 "의사출신이 저 법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을 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환자분들 입장에선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현재 의정 갈등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 중 어느 편도 아니다. 안 의원이 올해부터 증원을 유예하자고 하는 입장은 의료진과 동일하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제기한 의대 증원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의대 정원을 동결하자는 의료계 내 강경파와도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안 의원은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수용할 수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지적했다. 그는 "2026년부터 원점 재검토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2025년에 학생 50%를 늘리면 교수도 50% 더 뽑고 기자재도 더 사고 병원도 필요하면 지어야 한다. 그래놓고 2026년에 정원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기왕 어렵게 뽑았던 교수들을 전부 자르고 샀던 기구들을 팔고 병원을 부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고도 했다.

의대의 '도제식' 교육 시스템과 지방 의대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늘리는 데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교수 1명당 20명이 한 조가 돼서 수업을 받는 지방의대의 현실부터 지적했다.

그는 "교수 1명당 많은 학생이 붙는 지방의대 위주로 1500명을 증원했다"며 "교수 1명이 이런 소그룹을 여러 개 지도하는 데, 학생들 사이에선 '관광교육'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실습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통 메이저 대학에선 교수 1명당 8명 정도 구성된 소그룹이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추후 생길 부작용을 우려했다. 실력이 부족한 의사가 배출되거나 의사고시에서 학생 전원이 탈락하는 불상사다. 그는 "이런 식으로 무리해서 의사를 증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실력이 낮은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원 문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OECD나 UN 등의 기구에 우리보다 앞서 한 10년, 20년 먼저 경험을 했던 데이터들이 많다"며 "그것을 중심으로 공론화위원회가 학생들을 늘리고 교수들을 충원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간담회를 가졌던 전공의들도 정부에서 개선 의지를 보이면 복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전했다.

'2025년도 입학 전형이 시작했기 때문에 정원 유예는 불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는 "국가가 하는 일이 국민이 죽고사는 일과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인데 선택을 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죽고 사는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의료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현재 의료공백 사태를 우려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근 두 살 배기 아이가 11차례 '응급실 뺑뺑이' 끝에 의식 불명에 빠지고, 공사장에서 추락한 70대 노동자가 4시간 이상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태 등과 관련한 우려다.

안 의원은 "지난 6개월 동안 병원이 버틴 게 전문의들과 의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몸을 갈아서 집에도 못 가고 환자들을 지킨 것"이라며 "이제는 도저히 못 버텨서 사직서를 내기 시작했고, 응급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예를 들면 이번 추석 때 서해안에 갑자기 안개가 끼고 고속도로나 다리 같은 데서 10중 추돌 사고가 나는 상황"이라며 "사상자가 많이 났다고 하면 그분들이 어디 갈 응급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빨리 개선되기 위해선 의정 갈등이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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