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악몽은 왜 꾸는 걸까?

손인하 기자 2024. 10.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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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어린이 과학동아 제공

○ 어떤 꿈을 꿀까?

● 하늘 날고 소원 이뤄진다

꿈은 잠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처럼 사물을 보고 듣는 현상입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데 무의식 상태에서 뇌가 활동한 결과입니다. 의식이 없기 때문에 꿈에서는 시간이 제멋대로 흐르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각몽을 꾸고 있는 한 실험 참가자.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스스로 꿈을 설계하는 자각몽

이렇듯 꿈은 아주 비현실적이지만 정작 꿈을 꿀때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해요. 만약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꿈에서 깨어납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심지어 꿈속 세계를 직접 설계해 꿈을 꾸기도 해요. 이런 꿈을 '자각몽'이라고 합니다.

지난 4월 수면 전문 기업 렘스페이스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이 징글벨 등 특정 음악을 꿈속에서 틀고 그 음악에 맞춰 꿈속에서 춤을 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254명을 대상으로 깨어 있는 동안 음악에 맞춰 팔의 근육을 움찔하는 훈련을 시키고 자각몽을 꾸면 근육을 움찔거리도록 했어요.

그 결과 84%가 자각몽을 꾸는 동안 음악을 켜고 훈련받은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팔에 부착한 전기 센서를 통해 근육의 미세한 수축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정확히 훈련한 근육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참가자 모두가 자각몽을 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충완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잠 잘 때는 이성, 논리에 해당하는 뇌 부분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때 해당 부분이 활성화된 사람만 자각몽을 꿀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꿈, 왜 꿀까

● 렘수면에서 주로 꾼다

잠은 크게 렘수면과 비렘수면 단계로 나뉘어요. 우리가 잠에 들면 얕은 잠부터 시작해서 점점 깊게 잠이 듭니다. 그러다 1시간 30분 뒤쯤 마지막 수면 단계인 렘수면으로 들어가죠. 렘수면 단계에선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뇌가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아주 활발해져요. 이때 주로 꿈을 꿉니다. 

보통 한번 자면 수면의 주기가 4~5번 반복된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1953년 당시 유진 애서린스키 미국 시카고대 생리학과 박사는 렘수면일 때 꿈을 꾼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어요. 애서린스키 교수는 뇌파와 안구가 움직이는 것을 기록하는 장치를 사용해 실험 대상자가 잠을 잘 때 눈이 빠르게 움직이면 실험대상자를 깨워 꿈을 꿨냐고 물었고 이들이 꿈을 꾸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깊은 잠을 자는 비렘수면일 때도 꿈을 꿔요. 다만 렘수면 때보다 뇌의 활성도가 낮기에 꿈이 생생하지 않아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다. 

● 낮 동안의 기억과 감정 정리해

꿈을 꾸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잠에 들고 뇌가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해요. 꿈속에서 아무리 많이 움직여도 실제로는 가만히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뇌는 깨어 있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자 논리와 이성을 가지고 과제 수행하는 영역인 전두두정엽 신경망의 활동을 줄어들게 만들어요. 그래서 꿈이 앞뒤가 맞지 않아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거나 평소에 억누르고 있던 생각, 불안 등이 꿈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꿈꿀 때는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이 달라진다. 왼쪽에 해당하는 쉬는상태 신경망이 활성화되고 오른쪽에 해당하는 전두두정엽 신경망은 비활성화된다. Robert Melillo et al 제공

마지막으로 쉴 때나 상상할 때 작동하는 신경망은 내 감정이나 생각 등을 나타나게 만들어요. 이 신경망 때문에 낮 동안의 경험과 머릿속에 있던 다양한 생각이 꿈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꿈에선 낮에 봤던 애니메이션 속 날아다녔던 캐릭터가 내가 되고 내가 우리 동네에서 자유롭게 날수 있어요. 어린이 독자들이 날아다니는 꿈을 많이 꾸는 이유는 어른보다 환상적인 세계를 더 많이 보고 상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꿈꾸는 동안 뇌는 낮의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고 무의식적으로 가졌던 불안 등의 감정도 처리해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만 남깁니다. 우충완 부연구단장은 "낮에 했던 다양한 활동 중 중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정리해 저장하기 위해 꿈을 꾼다"고 설명했어요. 또 "불안한 상황을 꿈꾸며 미래의 상황을 잘 대처하도록 돕는다"고 전했습니다.

꿈의 역할.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꿈에 관한 Q&A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Q.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의식적으로 특정 생각을 많이 하면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꿀 수 있습니다. 평소에 전두두정엽 신경망이 부정적 생각 등 특정 생각을 억누르고 있어서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를 계속 떠올리고 있을 수 있어요.

잘때는 그 신경망이 거의 작동하지 않아서 꿈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으면 트라우마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고 트라우마 기억이 뇌에서 자주 활성화돼 꿈에서도 계속 나오는 거예요."

Q. 악몽을 꾸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악몽은 스트레스와 불안이 주요 원인입니다.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처럼 일상에서 해결되지 않은 불안, 공포 같은 감정적 문제가 악몽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불면증처럼 잠을 잘 못 자거나 소음이 들리거나 밝은 조명이 있는 등 잠을 자기에 편한 환경에서는 악몽을 꾸기 쉬워요.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전문의는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하고 주변 환경 정리도 잘해야 한다'고 전했답니다."

Q. 동물도 꿈을 꾸나요?

"신경과학자와 의학자는 많은 동물이 꿈을 꾼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동물도 렘수면에 들어갔을 때 사람이 꿈을 꿀 때와 비슷한 행동이나 뇌파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1959년 프랑스의 신경과학자인 미셸 주베가 고양이 실험을 통해 이를 알아냈습니다. 

그는 고양이의 렘수면 활동을 담당하는 뇌교망상체의 일부분을 잘랐어요. 잠이 들어 있지만 꿈속 행동은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조치였습니다. 그 결과 고양이는 눈은 감고 자는 상태에서 걷거나 먹이를 쫓아가는 듯한 행동을 보였어요. 주베는 '실험 장소에는 먹이가 될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꿈속에서 한 행동이 실제로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Q. 가위눌림도 꿈인가요?

"가위눌림은 몸이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인데 뇌는 전체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생기는 수면 마비 증상이에요. 가위눌림은 꿈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꿈으로 나온 것이 잠에서 깨도 이어지면서 환각, 환청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신홍범 전문의는 '잠을 못 자거나 피곤하면 가위눌림이 발생할 수 있기에 충분히 많이 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Q. 예지몽과 태몽은 진짜인가요?

"사람의 뇌는 꿈꾸기 전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하고 그 사건을 모아 새롭게 엮은 뒤 꿈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꿈속 사건이 새로운 상황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꿈이 새로워 보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꿈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면 마치 꿈에서 미리본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미래는 현재와 완전히 다르지 않기에 초자연적인 현상은 아니에요.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0월 15일, 꿈속 세계로 들어가자!

[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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